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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세포 마을] 뜨거운 것에 데인 피부 이렇게 하세요!

작성자
admin
2023-08-17
조회
126

[동아 세포 마을] 뜨거운 것에 데인 피부 이렇게 하세요!


글 | 정민규 창원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응급실에 아이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선생님, 우리 애가 화상을 입었어요. 빨리 봐주세요.” 문진을 해보니 전기밥솥에서 소리를 내며 배출하는 증기에 아이가 호기심에 손을 댔다가 데였다고 합니다. 손에 국한된 손상이었으나 손가락에 이미 물집이 잡혔습니다.

“다행이네요. 이 정도면 식염수 거즈로 환부를 식히고 화상 드레싱하고 퇴원하셔도 되겠습니다. 그래도 병원에는 잘 오셨습니다. 통증에 대해선 진통소염제 시럽을 처방해드리겠습니다. 아이가 어리니 차후에 화상전문병원에서 한 번 더 진료 보세요.”

화상이란 피부가 고온에 노출되었을 때 손상을 입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사례와 같이 생활 속 작은 부주의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종종 환자 및 보호자들이 시원한 물에 화상 부위를 적신 후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적절합니다. 그런데 간혹 얼음을 직접 화상 부위에 대고 내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냉각’을 시키기 위해 취하는 행동인데, 이는 혈액 순환을 방해해 오히려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화상의 손상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화상을 유발하는 물질의 온도, 피부와의 접촉 시간입니다. 따라서 초기 응급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상 유발 물질과의 접촉 시간을 줄이고 온도를 낮춰주는 것입니다. 공통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화상 부위를 흐르는 수돗물로 씻어내 열원을 제거하면서 피부 온도를 낮춰주는 것입니다. 이때 물은 상온의 물도 충분한 효과가 있습니다. 단, 화상 부위에 직접 얼음을 문지르는 것은 피부 손상이 가중되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온도가 충분히 떨어질 때까지 약 10분 동안 식혀 주면 더욱 좋습니다. 흔히 사용되는 민간요법 중 치약이 있는데 치약을 바르면 시원한 느낌이 들어 열에너지를 제거한다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화학적 자극에 따른 것으로 환부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 말라붙은 치약은 열에너지 배출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종종 감염을 저해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도 있으나 항균 효과는 없습니다. 이외 술이나 감자, 바셀린 등도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감염, 추가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열을 충분히 식힌 후 화상 부위를 관찰하여 수포가 보이지 않는다면 표피에 국한된 1도 화상으로, 7일 이내에 흉터 없이 치유됩니다. 이때 환부를 잘 감싸야 추가적인 손상을 피하고 통증을 경감할 수 있습니다. 수포가 관찰되는 경우, 2도 이상의 화상으로 피부의 장벽이 파괴되어 진피를 침범한 것을 뜻하고, 의사의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는 파상풍 접종 및 감염 징후에 대한 평가를 위함이며, 24~48시간 내에는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좋습니다. 물집은 제거하지 않고 항생제 연고를 촉촉할 정도로 바른 후 드레싱해줍니다. 상처에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연고를 사용하며 소독약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마른 거즈 드레싱이나 접착력이 강한 폼드레싱의 경우 드레싱 교환 및 제거 시 물집이 터지거나 상처에 붙어서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원 시에는 병·의원에 화상 진료의 가능 여부를 확인 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수한 기전 및 부위의 화상인 경우에는 의료 기관의 진료 가능 범위를 넘어설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 화상, 화학 물질에 따른 화상, 흡입 화상의 기전이라면 응급실 진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낮은 정도의 화상이라도 진료를 고려해야 할 부위는 얼굴, 생식기, 회음부, 주요 관절 부위 등입니다. 화상 부위가 까맣거나, 창백하거나,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통증이 심한 것보다도 고도의 화상을 의미합니다. 화상의 깊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화상의 범위입니다. 넓은 범위의 화상은 심한 탈수와 관련되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화상 전문 진료가 가능한 규모의 병원으로 내원하는 것이 좋으나, 생명에 관련된 증상이 동반된다면 응급실로 내원하여 초기 처치 후 전원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조금 어려운 상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초기에 수포가 보이지 않아 가정에서 관찰 중에도 발적, 부기, 열감 등이 증가하거나 수포가 발생할 때는 의사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뜨거운 국물 같은 것을 옷 위에 쏟았을 때는 의복을 바로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제거 시 통증이 심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 어린이의 경우 옷을 입은 채로 물로 식힌 후 의복 제거를 할 수도 있습니다. 밥솥 증기 등을 얼굴에 직접 쐬는 경우 당황해서 깊이 들이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흡입 화상으로 인해 호흡 곤란 및 사망의 가능성이 있어 급히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응급실에서의 진료는 이처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증상 및 진행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첫 번째가 됩니다. 즉각적인 문제가 있거나 범위가 넓은 화상의 경우에는 응급 처치 후 화상전문 의료기관으로의 전원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환부에 대한 처치 및 주사제, 경구약 등을 통한 통증 조절이 이뤄집니다. 초기 처치 후에도 남아 있는 열에너지가 추가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 적절한 전문의의 추적 진료를 권유합니다.

화상은 발생 직후 적절한 대처가 중요하며 내원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는 질환입니다. 가정 내 화상 발생 상황에서는 일단 화장실로 들어가서 물에 화상 부위를 적신 후 119 신고를 고민해 보세요.


※ 동아약보 2023년 8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