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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치의] 샴푸로 세수를 하고 싶다

작성자
admin
2023-08-17
조회
131

[과학주치의] 샴푸로 세수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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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있다. 바로 귀찮음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라고 할 수 있는 귀찮음은 생활 곳곳에서 발현된다. 특히 ‘씻는 행위’는 인간다움을 발현하기 위해 인류가 해결해야 할 영원한 과제 중 하나인데, 씻기 숙제는 언제나 ‘귀찮음’이라는 단어와 맞닿아 있다. 어린아이는 부모의 품에 안겨 ‘씻기’를 강력히 거부하며 연신 울어대기도 하고, 직장인들은 고된 일과를 마무리한 뒤 샤워실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지쳐 잠들기도 한다. 심지어 씻는 도중에도 이러한 귀찮음이 발동되는 순간이 있는데, 비누, 샴푸, 보디 워시와 같은 목욕용품을 각 용도에 맞추어 써야 하는 부분이다. 이때 우리는 문득 이런 생각에 빠진다. 그냥 하나로 다 씻을 수는 없을까?


 


목욕용품을 알아보자 ① 비누

우리가 쓰는 목욕용품에는 어떠한 과학적 특징이 있을까?

비누는 몸이나 옷에 묻은 때나 얼룩 따위를 씻어 내거나 뺄 때 쓰는 대표적인 세정제다. 고급 지방산의 알칼리 금속염을 주성분으로 만들며, 물에 녹으면 거품이 일어나고 미끈미끈하다.1)

비누는 고대에 이미 발명되었다. 가장 오래된 증거로는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있던 것으로 기원전 3800년에 이미 존재했다는 고고학적 증거가 있으며, 기원전 3500년경의 기록에 비누의 제작법이 남아 있다. 현대적인 비누의 대량 생산은 산업 혁명 이후의 일이다. 18세기 프랑스에서 니콜라 르블랑(Nicolas Leblanc, 1742~1806)이 세탁 소다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비누의 제조 단가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고, 비누 제작 공법의 발전으로 이어져 대규모 기계 공장을 통해 비누가 대중화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규칙적으로 몸을 씻기 시작하고, 옷을 효율적으로 세탁하게 된 것이다.




[그림1] Basic Hydrolysis of Esters – Saponification, 그림출처: https://www.mas terorganicchemistry.com/2022/10/27/saponification-of-esters/ 


비누를 사용하면서 생활 환경이 개선됐고, 고질적인 피부병에서 해방됐다. 또한, 이질과 티푸스 역시 불결한 생활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은 필수가 됐다. 비누의 대중화는 인류의 수명을 20년 늘린 획기적인 발명으로 손꼽히기도 한다.2) 한편, 비누는 한자어도 외래어도 아닌 순우리말이다. 조선 시대에 콩·팥·녹두 등을 갈아 스크럽제로 쓰거나 빨래에 비벼서 때를 빼는 데 쓰고 이것을 비노라 했다. 가장 오래된 기록이 <박통사언해>(1677)에 있으며 한글로 ‘비노’라 쓰여 있다. 이 비노가 음운 변동을 거쳐 비누가 되었다고 추정한다. 비누는 일반 가정에서도 만들 수 있다. 식용유와 같은 지방에 수산화나트륨 또는 수산화칼륨과 같은 강염기를 섞어 굳히면 CP(Cold Process) 수제 비누가 완성된다. 주로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식물성 유지가 이용되나, 식물성 불포화 유지보다 동물성 포화 유지가 더 비누화가 잘 된다. 학교에서 비누를 만들 때 새 식용유가 아닌 폐식용유를 사용하는 이유는, 포화 지방과 분자 구조가 비슷한 트랜스 지방이 더 비누화가 잘 되기 때문이다.

비누의 분자는 계면 활성제로 한 분자 내에 친수성 부분과 친유성 또는 소수성 부분을 모두 포함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때, 친수성 부분은 분자의 외곽, 즉 바깥쪽에 위치하고, 친유성 또는 소수성 부분은 분자의 중심에 위치하여 미셀(micelles)을 형성하며 그 중심에 있는 친유성 오염 물질을 녹여낼 수 있으므로 피부나 의복에 묻은 오염 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그림 2 참조).




[그림2] 폐쇄형(일반적으로 구형) 지질 단일층의 Micelle, 출처 : https:// www.beckman.com/resources/sample-type/extracellular-vesicles/micelles 


 


목욕용품을 알아보자 ②샴푸

세제의 일종인 샴푸는 주로 머리카락과 두피를 깨끗하게 하는 데 쓴다. 샴푸의 어원은 ‘누르다, 완화하다, 반죽하다’라는 뜻을 가진 힌디어 “cāpō̃ (ाँपो, pronounced [tʃãːpoː])”로서 당시 무굴 제국의 마사지와 함께 사용하는 헤어 오일에서 유래한다. 1762년 영어권에 소개된 이후 19세기에 단어의 뜻이 현재의 ‘머리 감는다’는 뜻이 되었으며,3) 현대식 합성 샴푸는 1934년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의 프록터앤드갬블사(P&G)가 드린(Drene) 샴푸를 출시하면서 등장하였다(그림 3 참조).




[그림3] https://americanhistory.si.edu/collections/search/ object/nmah_688587 


이후 다양한 샴푸가 등장하였다. 샴푸는 보통 액상 샴푸의 형태이나 최근에는 고형 샴푸(샴푸바), 스프레이 샴푸(드라이 샴푸) 등도 사용되고 있다. 특히 고형 샴푸(샴푸바)는 비누와 유사하게 생겼는데, 액상 샴푸보다는 건조하여 지성 두피에 도움이 된다. 또한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환경 보호 차원에서 플라스틱 샴푸 용기를 쓰지 않기 위해 비누 형태의 샴푸바를 쓰기도 한다. 한편, 샴푸는 계면 활성제[대부분 라우릴 황산 나트륨(sodium lauryl sulfate, SLS) 또는 라우레스 황산 나트륨(sodium laureth sulfate,SLES)]과 보조 계면 활성제[대부분 코카미도프로필 베타인(cocamidopropyl betaine)]를 물에 혼합하여 걸쭉하고 점성이 있는 액체를 형성하여 만든다.

기타 필수 성분으로는 점도 조절에 사용되는 소금(염화나트륨, sodium chloride), 방부제(preservative) 및 향료(fragrance)가 있다. 일반적으로 샴푸 제형에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극대화하는 성분들이 추가된다.4)

•기분 좋은 거품

•헹굼의 용이성

•피부 및 눈의 최소한의 자극

•두껍거나 크림 같은 느낌

•기분 좋은 향기

•낮은 독성

•좋은 생분해성

•약산성(pH 7 미만)

•모발 손상 없음

•손상된 모발의 복구


대부분의 샴푸는 진주 빛이다. 이 효과는 스테아르산(stearic acid)에서 화학적으로 유래된 글리콜 디스테아레이트(glycol distearate)와 같은 작은 플레이크를 추가하면 나타난다. 또한 많은 샴푸에는 모발의 컨디셔닝을 위해 실리콘이 포함되어 있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샴푸의 성분

•소듐 라우레스 설페이트(Sodium laureth sulfate) : 소듐 라우레스설페이트는 코코넛 오일에서 추출되며 물을 부드럽게 하고 거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1998년경에 발암 물질일 수 있다는 증거가 제시됨에 따라 이 특정 성분에 대해 약간의 우려가 있으며, 많은 출처를 통해 모발과 두피에 자극을 준다고 한다.

•소듐 라우로암포아세테이트(Sodium lauroamphoacetate) : 소듐라우로암포아세테이트는 코코넛 오일에서 자연적으로 추출되며 클렌저(cleanser) 및 자극방지제(counter-irritant)로 사용된다.

•암모늄 라우릴 설페이트(Ammonium lauryl sulfate, ALS)

•하이프로멜로오스 셀룰로스 에테르(Hypromellose cellulose ethers) : 샴푸 제품의 증점제(thickeners), 유동성 개질재(rheologymodifiers), 유화제(emulsifiers)와 분산제(dispersants)로 사용된다.

•염화암모늄(Ammonium chloride)

•폴리소르베이트 20(Polysorbate 20, PEG(20)) : 향유(fragranceoils)와 에센셜 오일(essential oils)을 용해시키는 데 사용되는 순한 글리콜 기반 계면 활성제(glycol-based surfactant)

•폴리소르베이트 80(Polysorbate 80, PEG(80)) : 물에 오일을 유화(또는 분산)하는 데 사용되는 글리콜이다.

•글리콜(Glycol)

•PEG-150 : 단순한 증점제(thickener)

•구연산(Citric acid) : 생화학적으로 생성되며 제품의 오일을 보존하기 위한 항산화제(antioxidant)로 사용한다. 구연산은 pH를 5.5로 낮추는 데 사용된다. 샴푸는 보통 pH5.5인데 약산성 pH에서는 모낭의 비늘이 납작하게 놓여 있어 모발이 매끄럽고 윤기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량의 방부제 역할을 하는데, 다른 산과 달리 박테리아 성장을 방지한다.5)

•쿼터늄-15(Quaternium-15) : 박테리아 및 살균 방부제(fungicidal preservative)로 사용한다.

•폴리쿼터늄-10(Polyquaternium-10) : 컨디셔닝 성분(conditioning ingredient)으로 모발에 수분과 풍성함을 제공한다.

•Di-PPG-2 myreth-10 adipate : 계면 활성제 시스템으로 투명한 용액을 형성하는 수분 분산 연화제(water-dispersible emollient)이다.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hloromethylisothiazolinone, or CMIT) : 강력한 살생물제(powerful biocide)이자 방부제이다.




아~ 씻기 귀찮아 ① 비누로 머리 감기

앞서 살펴본, 전통적 방식으로 제조된 비누는 수산화나트륨(NaOH)이라는 강염기를 사용한 비누화 반응을 통해 그 결과물로 약알칼리성을 띈다. 알칼리는 단백질을 녹이게 되는데, 우리 피부는 약산성을 띤 단백질이다. 따라서 약알칼리성 비누를 쓰게 되면 세척력은 좋아지지만 피부가 손상될 수 있고, 특히 두피에서 나오는 기름은 머리카락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비누가 단백질로 된 두피, 머리카락, 분비된 기름을 싹 씻어 낼 경우 머리카락이 거칠어질 위험이 있다.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김혜성 교수는 “두피는 약산성이고, 일반 비누는 알칼리성이다. 약산성인 두피에는 중성(pH4~7)인 샴푸를 사용하는 것이 pH 밸런스를 맞춰 모발과 두피 건강에 좋다. 강한 알칼리성 비누는 pH 균형을 깨뜨린다”고 말한다.6) 그래서 비누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찰랑거리지 않고 뻣뻣하거나 푸석해지는 기분이 든다. 또한 비누 기반 ‘샴푸바’ 역시 약산성인 사람의 머리카락과 두피에 비해 pH가 높다(알칼리성). 높은 pH(알칼리성)는 모발 섬유의 마찰을 증가시켜 모발 큐티클을 손상시켜 거칠고 두피를 건조하게 만든다. 보디 워시(Body Wash)로 머리를 감는 것도 추천하지 않는다. 보디 워시에는 비이온성 계면 활성제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 머리가 충분히 씻기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보디 워시에는 윤활 성분이 없어, 머리카락이 뻣뻣하고 윤기가 없어질 수 있다.

한편, 머리숱이 많은 사람은 비누로 머리를 감으면 비누 축적물이 두피에 그대로 남는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고형제인 비누로 머리를 감으면 모발 주변부에서 비누가 잘 안 풀려 잔존물이 계속 축적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 교수는 “잔존물은 모낭의 산소 공급을 방해하고 두피 건강에 악영향을 끼쳐 탈모나 비듬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7)


 


아~ 씻기 귀찮아 ②샴푸로 세수하기

모발과 두피의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pH는 4.5~5.5이다. 두피의 pH가 낮을수록 산성에 가까운 지성 두피, pH가 높을수록 알칼리성에 가까운 건성·민감성 두피라 할 수 있으며, 피부와 마찬가지로 두피로부터 멀어질수록 피지량이 줄어들어, pH가 증가한다. 또한 모발 끝으로 갈수록 건조해지며 보다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이러한 적정 pH를 맞추어 비누를 사용하자면 전통 비누에 산을 넣어서 중화시켜야 하는데, 비누는 본질의 성질을 잃게 되면서 세척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샴푸는 전통 비누와 다른 화학적 방식으로 제조하여 약산성을 띤 계면 활성제가 만들어짐에 따라 개발된 것이다. 앞서 비누와 샴푸의 성분을 표기하였듯이, 언뜻 보더라도 샴푸에 훨씬 더 많고 다양한 화학 물질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샴푸에는 계면 활성제 등 세정 성분과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는 실리콘, 폴리머 등의 성분과 방부제로 사용되는 파라벤 등이 있는데, 이 성분들이 잘 닦이지 않으면 피부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성분으로 몸을 씻으면 미끈거려 깨끗이 씻어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제대로 씻어 내지 않아 몸에 남는다면 피부에 자극을 줘 여드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만약 지성 피부를 가졌다면 실리콘 등의 성분이 피부 트러블도 유발할 수 있다.8)

피부가 건조한 사람도 샴푸로 몸을 씻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샴푸는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닦아야 하므로 세정력이 우수하다. 계면 활성제가 더 많이 들어 있어 자극적일 뿐만 아니라 건조한 피부를 더 건조하게 할 수 있다. 실제 샴푸에 들어 있는 소듐 라우릴 설페이트(SLS)와 소듐 라우레스 설페이트(SLES) 같은 석유 화합물이 대표적인 설페이트 성분 계면 활성제인데, 세정력이 좋은 만큼 두피에 주는 자극도 크다. 피부에 쉽게 흡수돼 알레르기나 탈모를 일으키기도 한다.9)


 


아~ 씻기 귀찮아 ③ 올인원 보디 워시?

그렇다면 최근 많이 사용하는 올인원 보디 워시는 어떨까?

목욕용품을 기능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크게 세정제(계면 활성제), 보습제, 향료로 나누어볼 수 있다. 샴푸와 올인원 보디 워시는 위 세 가지 성분이 공통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두 제품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샴푸의 경우 ‘실리콘’이나 ‘폴리머’ 등을 함유해 머리를 감은 다음 머리카락에 가벼운 코팅막을 형성해 윤택과 부드러움을 준다는 점이다.10)샴푸는 ‘부드러운 모발 유지’라는 옵션이 추가된 것일 뿐, 올인원 보디 워시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이러한 코팅막 성분을 뺀 것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특히 미끌거림을 싫어하는 남성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여, 모발의 부드러움은 포기(?)하고 귀찮음을 해결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대체로 머리카락 길이가 짧은 편이므로 특별히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이러한 제품의 시장 공략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한다.

따라서 긴 머리카락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이나 많이 손상된 머릿결이 아니라면 올인원 보디 워시를 샴푸 대용으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시키는 대로 쓰자

결론적으로, 인체에 숨겨진 과학 앞에 해결하지 못한 귀찮음이 있음을 확인해 보았다. 아직은 맞춤형 목욕용품을 쓰는 것으로 하고, 더 나은 과학 기술이 씻기의 귀찮음을 해결해 주리라 기대해 보자.


<출처>

1) https://namu.wiki/w/%EB%B9%84%EB%88%84 이하 참조

2) https://kiha21.or.kr/monthly/2021/09/2021_09_16_s401.pdf

3)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 4th Edition, See Shampoo; Also see Shampoo Archived 2017-08-29 at the Wayback Machine. Hobson-Jobson (1903), University of Chicago.

4) https://en.wikipedia.org/wiki/Shampoo#cite_note-2, 이하 참조

5) https://clarifyingshampoos.com/how-to-make-clarifying-shampoo/

6) “비누로 머리감는다고요, 모발·두피에 정말 안 좋아요”, 중앙일보, 2011. 04. 25., https://www.joongang.co.kr/article/5394289#home

7) 상기 각주 6 참조

8) “샴푸로 샤워해도 될까?”, 헬스조선, 2022. 04. 26.,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2042501849

9) “샴푸 성분 제대로 고르면 ‘두피 트러블’ 사라진다”, 헬스조선, 2017. 05. 10.,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10/2017051001378.html

10) “올인원 바디세정제(워시) VS 헤어샴푸, 뭐가 다르지?”, 2021. 08. 06., https://www.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5492


※ 동아약보 2023년 8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