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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세포마을] 두 개의 신장, 병나지 않게 오래 쓰려면?!

작성자
admin
2023-07-07
조회
133

두 개의 신장, 병나지 않게 오래 쓰려면?!


글 | 최석재 응급의학과 전문의


요로결석


초저녁부터 밤늦게까지 환자로 북적이던 응급실이 새벽이 되어 조용해져 갈 무렵,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면서 실려 들어오는 환자가 있었습니다. 우당탕 소리에 놀라 돌아 봤을 때 옆구리를 잡고 있는 환자의 모습을 보면, 심한 고통에 사색이 된 환자의 얼굴을 봤을 때와 달리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은 긴장을 한숨 덜게 되죠. 애 낳는 통증보다 더 심하다고 알려진, 결석 통증으로 유명한 요로 결석입니다.


 


이런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혈중에 과도하게 흘러 다니던 칼슘은 혈액에서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걸러 배설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칼슘 덩어리가 뭉쳐 요관을 타고 내려오다 중간에 걸려 신장에 무리를 주면서 요관에 경련성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 극심한 통증의 기전인데요. 새벽과 아침 사이에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누워 잠을 자던 중에 만들어진 결석이 아침에 일어나면서 요관을 타고 내려오다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도 요로 결석으로 고생을 한 적이 있으십니다. 어느 날 밤, 변이 마려운 느낌이 나면서 고환 쪽으로 통증이 발생해 가까운 응급실을 방문했습니다. 아버지는 관장만 해 달라고 하셨지만 응급의학과 의사라면 이 증상이 요로 결석에 의한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죠. 복부 CT로 진단이 되어 통증 조절을 받은 뒤, 날이 밝으면 근처 비뇨기과에 가서 결석 쇄석술을 받으라는 설명을 들으셨습니다.


아침이 되어 찾은 비뇨기과에서 쇄석술을 한 차례 받으셨지만 그날 밤, 다시 극심한 통증을 경험하시고 이번엔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셨습니다. 응급실에 대기 환자가 많아 그 통증을 참고 참으며 기다리다가 어렵게 통증 조절 치료를 받았고(요로 결석에 쇄석술을 한 상태라면 다른 치료법은 없어서 통증 조절만 시행합니다), 다음날 아침, 검붉은 색 혈변을 보시는 바람에 응급 상황으로 다시 입원하여 치료받는 고생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내시경에서 6cm 가량의 큰 병변이 발견되어 암이 아닌가 얼마나 걱정 했었던지요. 다행히 극심한 통증을 참다 발생한 스트레스성 위궤양과 위출혈로 확인되었고 잘 치료받고 호전되었습니다. 그만큼 요로 결석이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는 걸 알 수 있는 사례이겠죠.


 


신우신염


요로 결석이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간혹 신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석성 신우신염이라고 하는데요. 결석이 있어 요관을 통해 소변이 원활히 배출되지 못하면서 세균이 증식해 신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고열이 나면서 한 쪽, 또는 양 쪽 옆구리 부위에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신우신염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하는데요, 그 이유는 신장이 너무도 소중한 장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이 신장을 두 개씩 주셨나 봐요.


 


신 대체요법


신장은 사구체와 세뇨관이라는 아주 얇디얇은 조직이 뭉쳐 이뤄져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오래된 당뇨나 신장에 발생한 감염에 다른 장기보다 더 취약한 특징이 있죠. 만약 신장의 사구체 조직이 파괴되어 소변을 걸러주는 역할을 잃어버린다 하면… 생각하기에도 끔찍한 투석을 받게 됩니다.


투석은 신 대체요법이라고도 하는데요, 투석을 시작하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주 3회 월수금이나 화목토 투석을 해야 하는데 하루 4시간씩, 길에서 허비되는 시간까지 합하면 6시간이나 되는 시간을 뺏기는 셈이니 밥 먹는 시간 빼고 깨어 있는 거의 하루종일을 투석에만 매달려야 하는 상황, 다시 말해 남은 인생의 반을 허비하는 상황이 됩니다.


시간만 그런 가요?


요독증으로 구토, 어지러움, 기운 없음 증상이 생겨 많이 힘들어 하시고 간혹 사정이 생겨 투석이라도 빠지거나 고기, 과일 등을 과하게 먹으면 고칼륨혈증으로 사경을 헤매기도 하고요.


거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는데 바로 투석할 혈관을 만드는 문제입니다. 급히 투석을 하는 경우는 펌캐쓰(permcath)라고 해서 투석용 굵은 중심정맥관을 잡는데요, 감염 문제와 불편함 문제로 긴급한 상황만 쓰고 오래 사용하기 위해선 팔에 동정맥루를 만듭니다. 동정맥루 만드는 수술을 혈관외과에서 해준 뒤, 두 달여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팔을 통해 투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요. 오래 사용하다 보면 이 동정맥루도 혈전 때문에 막히거나 좁아질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재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고요.


 


당뇨병성 신증


투석을 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당뇨병성 신증인데요. 조절되지 않는 당뇨가 오래 지속되면 아주 미세한 혈관부터 망가지게 됩니다. 그 중 하나인 신장 혈관이 먼저 파괴되는데 사구체가 손상되어 단백뇨가 나오면서 점차 신장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최종적으로 완전히 망가진 신장을 치료하는 방법은 투석을 받으면서 신장 이식을 받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요로결석과 신우신염, 그리고 당뇨병성 신증과 신 대체요법이라고도 하는 투석까지, 신장과 관련된 여러 질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평생 소중한 두 개의 신장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신장을 아끼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평소 충분한 물을 마십니다. 건강한 신장은 몸에 물이 충분히 들어와야 원활히 노폐물을 걸러낼 수 있습니다. 깨끗한 물을 소변이 미황색이 되도록 충분히 마셔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초록색 채소를 포함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칼슘석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마그네슘을 포함한 다양한 미네랄이 포함된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혈액이 산성으로 가면 뼈에서 칼슘이 많이 빠져나오게 되는데 채식 중심의 식사는 이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당뇨가 있으신 분은 미리 철저하게 당수치를 관리하여 신장 혈관이 망가지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약물 치료가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관리하여 조절하고, 약물 치료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므로 식사와 운동 요법을 통해 당뇨를 치료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도 현미식을 포함한 채식 식단을 강력히 권유합니다.


한 번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는 소중한 신장을 잘 아껴서 건강하게 지내시는 동아 식구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동아약보 2023년 7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