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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맛+] 더 쉽게, 더 많이 칼슘을 섭취하고 싶다면?! CHEEZE

작성자
admin
2023-11-23
조회
144

[건강한 맛+] 더 쉽게, 더 많이 칼슘을 섭취하고 싶다면?! CHEEZE


글 박찬일/자유기고가


서구는 현대의 영양학을 연구하고 발전시켜왔다. 한국도 이미 구한말 이후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영양에 대한 계몽을 중요시 했다. “사람들은 생선을 먹을 때 뼉다귀를 지성껏 골라내 버립니다. 그리고 뼈를 씹어먹는 사람을 흉을 봅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 뼈속에 우리 신톄(신체)에 필요한 칼시움이 많이…부족하면 별별 병을 일으키는…”(1928. 7월 31일자 동아일보 “먹어서 유익한 생선의 뼉다귀” 기사 중에서) 우리 민족은 비타민 등 무기질과 여러 필수 영양소와 함께 칼슘도 소홀히 여기지 않았다. 한국인이 보양으로 소 등 가축의 뼈를 오래 곤 국물을 즐긴 것도 오랜 기원이 있다. 필자의 학창 시절에는 멸치 같은 작은 생선을 뼈째 먹고, 우유를 많이 마실 것을 늘 권장하며 칼슘을 강조했다. 우유는 원하는대로 먹을 수 없던 70년 대라 멸치로 칼슘 섭취를 많이 했다. 현대 영양학과 의학은 점차 칼슘으로 뼈를 강하게 한다는 사실을 넘어서 비타민D 같은 새로운 요소를 찾아냈고, 신선한 채소와 견과류 섭취도 강조하고 있다. 칼슘은 우유에 많은데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이 있으면 이를 제대로 마실 수 없다. 또 우유로 다량의 칼슘을 섭취하려면 상당히 많은 양을 마셔야 한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현대 사회는 치즈 섭취를 권장해 왔다.


치즈는 유당불내증이 있어도 먹을 수 있는 종류가 많고, 치즈는 엄밀히 말해서 우유의 부피가 압축되어 있는 형태이므로 더 쉽게, 더 많은 칼슘을 섭취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어쨌든 치즈는 서구에서 기호식이며 동시에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치즈 속의 칼슘은 숙성되면서 우리 몸이 더 흡수하기 좋도록 변한다고 한다.


치즈는 발효를 기본으로 한다. 발효시키지 않은 치즈는 모차렐라 등 몇 종류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 중장기 보존을 위해 발효시킨다. 발효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치즈는 신선한 식품을 항시 구할 수 없었던 시대에 아주 유용했다. 소금을 넉넉히 치고, 유익한 곰팡이가 붙도록 발효를 진행시키므로 더 오래 보존할 수 있었고 맛도 좋아졌다. 치즈를 라틴어권에서는 fromage(프랑스), formaggio(이탈리아)라고 부르는데 이 말을 직역하면 ‘굳히다’란 뜻으로, ‘틀에 우유나 양유 등을 넣어 수분을 빼서 굳히다’라는 의미로 확장된다. 치즈는 김치처럼 발효, 숙성 과정을 거치므로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고 보존할수록 맛이 미묘하게 변한다. 가장 맛있는 ‘때’를 찾아서 사람들은 여러 번 테스트했고, 현재의 숙성 기간과 보존 기간을 거쳐 판매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필자는 이탈리아에 있을 때 여러 치즈 농장을 방문해서 공부했는데, 김치나 된장처럼 집집마다 맛과 기술이 다르다는 점도 놀라웠고, 다들 굉장한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도 김치나 된장을 다루는 한국인의 태도와 유사했다. 한국의 김치와 된장 종류는 곧 그 가정의 숫자와 같다는 말이 있을 만큼 미세한 제조 기술 차이가 있는 것도 비슷했다. 이탈리아는 파스타를 즐겨 먹는데, 마치 밥에 반드시 김치나 장이 따르는 것처럼 치즈가 따른다. 파스타에 곁들이는 치즈 종류는 상당히 많지만 단연 으뜸인 것은 파르미지아노(파마산) 치즈나 그라나 파다노, 라구사노 등의 경질 치즈다. 우유에 소금과 응고제를 넣고 굳혀서 12~36개월 정도 숙성하는 딱딱한 치즈를 말한다. 이런 치즈는 강판에 갈아서 파스타에 뿌려 먹기 좋기 때문이다. 일종에 한국의 된장, 간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아주 많은 종류의 음식에 이런 딱딱한 치즈를 뿌리는 것으로 양념한다. 이런 경질 치즈는 전 세계로 수출되며, 한국에서 매년 수입량이 크게 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수입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과거에 비해 오히려 값이 싸졌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한국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일하기 시작하던 2002년 무렵, 파르미지아노 치즈 1킬로그램이 4만 원에 육박했는데, 지금은 3만 원대(물론 도매 가격이다)에도 살 수 있다. 물가가 서너 배 이상 올랐는데 수입 치즈 값은 떨어졌다. 수입량이 크게 늘고, FTA 등의 영향이다. 또 구할 수 있는 치즈도 훨씬 다양해졌다. 원래 카르보나라 스파게티에는 일반 가루 치즈가 아니라 양젖으로 만든 ‘페코리노 로마노’라는 치즈를 뿌리는 게 오리지널이다. 그러나 수입이 잘 되지 않고, 가령 수입해도 구매하는 식당이 아주 적어서 수입 회사가 포기하는 경우가 흔했다. 요즘은 이런 원산지 수입 치즈의 개성을 아는 셰프들이 많아져서 우리도 맛을 보기 어렵지 않다. 페코리노 로마노는 일반 가루 치즈에 비해 톡 쏘는 맛, 소금 결정을 씹는 것 같은 버석거리는 특이한 질감이 강해서 이색적이다. 주요 치즈 판매점이나 백화점에서 살 수 있다.


요새 사용량이 크게 늘어난 치즈는 고르곤졸라 같은 푸른곰팡이 치즈다. 이 치즈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 젖을 짜는 목동이 사랑에 빠져 우유통을 깜빡 잊어버렸다. 며칠 후 가보니 푸른곰팡이가 피어서 먹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냄새를 맡아보니 입맛을 돌게 하고, 직접 먹어보자 아주 독특한 맛이 났다. 이후 일부러 푸른곰팡이가 피도록 방치하여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현대에는 곰팡이를 인공적으로 배양, 치즈 안에 주입하여 숙성시켜 출시한다. 된장과 제조 과정이 상당히 유사한 식품으로, 이 때문에 한국에서 더 사랑받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치즈는 뭘까? 아마도 체다 치즈일 것이다. 햄버거나 샌드위치에 가장 많이 쓰이며, 유아들도 영양식으로 먹는다. 체다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뭘까? 바로 영국의 마을 이름(cheddar)이다. 치즈는 보통 생산지의 이름을 붙인다. 카망베르, 브리, 파르미지아노 등도 모두 지역명이다(모차렐라는 늘어나서 끊어진다는 뜻으로 지역명이 아니다). 또 체다 치즈는 부드러운 연질 치즈가 아니라 제법 딱딱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상당히 다른 치즈가 되었고, 그 치즈 형태가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우리가 먹는 치즈가 되었다. 물론 영국에서 생산한, 상상하지 못한 맛을 가진 체다 치즈도 한국에서 구할 수 있다. 감칠맛이 아주 뛰어나고 숙성 기간에 따라 아주 딱딱한 것도 있다. 와인 안주로도 잘 어울린다.


칼슘은 우유와 치즈에 많으며, 녹색 채소와 깨, 아몬드 같은 작물에도 충분히 들어 있다. 두부와 멸치, 육류도 충분히 함유하고 있다. 칼슘을 많이 먹기 위해서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비결일 수 있겠다. 또 흡수를 높이기 위해 햇볕을 충분히 쬐어 비타민D 합성을 늘리고 보충제를 먹는 것도 좋겠다.


 


※ 동아약보 2023년 11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