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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맛+]많은 일을 하는 소장, 장이 편해야 삶이 편해요

작성자
admin
2023-09-11
조회
120

[건강한 맛+]많은 일을 하는 소장, 장이 편해야 삶이 편해요


글| 박찬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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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음식연구가로 일하는데 연구는 해도 실천(?)은 잘 안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면 늘 장에 트러블이 있어서 고생하면서도 의사의 조언을 잘 안 들었다. 말하자면, 장이 안 좋을 때 자극적인 음식을 피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게 내가 좋아하는 매운 음식, 커피, 술 같은 것이었다.

사실 어디어디에 좋다는 음식을 열심히 챙겨 먹기보다 의사와 약사가 하지 말라는 걸 지키는 게 어떤 병이나 질환을 개선하는 데 훨씬 유익하다.


이류보류(以類補類)라고 해서, 특정 부위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자연계에서 비슷한 성분이나 모양새를 취하는 오랜 동양적 관습이 있었다. 예를 들면 관절염을 완화하기 위해 동물의 뼈를 달여 먹거나, 성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해 동물의 특정 부위를 이용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소화기계에 속하는 장은 크게 위장, 소장, 대장 등으로 나뉘는데 내가 들어본 소화기계 질환을 개선하는 가장 특이한 요법은 “순대를 많이 먹으라”는 것이었다. 순대에는 오소리감투라고 부르는 돼지 위, 역시 소화기관에 속하는 간을 곁들여서 속을 채운 창자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돼지 뼈를 곤 사골 국물을 쓰니까 관절이 안 좋은 사람에게도 좋을 수도 있겠다 싶은 처방(?)이었다. 물론 이 민간의 조언이 명확하게 입증된 것은 없다는 점을 밝혀둔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이류보류식은 대개 큰 효험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현대 의학의 보편적인 태도이기 때문이다.


절인 식품, 붉은 육류 과다 섭취는 부담

소장은 암이 안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대장에 비해 비중이 극히 낮지만, 암이 발생한다. 소장에 암이 생길 경우 “붉은 육류, 가공 육류를 피하고 정제하지 않은 거친 곡물 섭취를 권장”한다(참고: 세브란스병원 건강정보). 이는 암환자를 기준으로 나온 설명이지만, 건강을 위한 보편적인 지침에도 대개 해당한다. 이 원고를 쓰기 위해 해부학 사이트를 들어가 보

았는데, 소장은 매우 길고 또 아주 얇다는 것을 확인했다. 저렇게 얇은 소장이 인간의 평생 동안 큰 문제없이 다량의 음식물과 알코올 등을 받아들이면서도 버텨내는 걸 생각하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리 소장에게 감사할 일이다. 소장은 굉장히 많은 일을 한다. 사람은 평생 식사를 하며, 이는 소장에서 음식물을 다 처리해서 대장으로 보내야 한다. 심지어 소장에 암이 걸려서 상당 길이를 절제한 환자의 소장도 아주 열심히 일을 한다. 인간의 소장은 6.7~7.6m 정도인데 2m 이상만 남아 있다면 충분히 자기 일을 한다고 한다. 소장은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 물리적 움직임이 많다. 또 대장과 함께 많은 미생물이 살면서 균형을 유지해준다. 유산균을 적절히 먹으면 장 트러블을 개선한다는 권장은 거기서 나온 것이다. 유산균과 소장 건강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주 많이 진행되었고, 진행 중이다. 유산균을 먹었을 때 장에 유익했는가 하는 점은 대개 대장에서 확인된다. 즉 배변에 효과를 보면서 알아채기 쉽다. 반면 소장 건강에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람이 느끼기는 쉽지 않다. 배변처럼 즉각적으로 확인되는 요소가 적기 때문이다. 참고할 부분이다. 필자의 경우 장염과 변비, 설사로 고생할 때 유산균으로 큰 효능을 보았다. 30대부터 먹기 시작하여 20년 정도 섭취하고 있다.


브로콜리, 바나나, 콩이 좋아

건강 정보를 다루는 액티브비트닷컴(activebeat.com)이라는 외국 사이트가 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소장에는 다음과 같은 식품이 좋다고 소개하고 있다. 특별히 문제가 없는 한 일반적으로도 건강에 좋은 식품이므로 한 번 챙겨볼 만하다.


브로콜리

글루코시놀레이트(gucosinolate)라는 대사를 돕는 산물이 있어서 염증을 완화하고 소화를 이롭게 한다. 이 성분은 십자화과 작물에 많으며 양배추, 무 등에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 브로콜리와 양배추가 슈퍼푸드로 지칭되는 것이 괜한 이유가 아니다. 강력한 항암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꽤 많다.


바나나

바나나는 부드럽고 섬유질이 많으며 포만감을 주므로 건강에 이로운 과일이다. 역시 장내 미생물 활동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소장에 이로운 음식으로 소개되어 있다.




섬유질이 많아서 소장의 연동 작용을 돕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물질이 들어 있다. 단백질도 풍부해서 육류를 줄여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 도움이 되는 작물이다. 필자는 콩을 좋아하고 자주 먹으려 한다. 콩밥, 콩조림 등으로 섭취하기도 하지만 많이 먹기는 어렵다. 그래서 필자가 선택한 방식은 두부와 두유다.


두부

두부는 조림, 국, 찌개, 부침, 무침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찌개, 조림이나 부침을 할 경우는 두부에 간이 안 배는 성질이 있다는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두부를 너무 크게 자를 경우 간이 안 배어 결국 간을 추가하면 염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두부를 자른 후 간장이나 소금을 조금 쳐서 10분 정도 지난 후 요리를 시작하면 간이 잘 배어들어 염도를 높이지 않아도 된다. 국이나 찌개, 조림을 할 경우 제일 좋은 것은 두부를 작고 얇게 잘라 양념이 잘 배어들도록 한다. 그러면 미리 간을 한 것보다 양념의 맛이 잘 스며들어 음식의 맛이 깊어진다. 두부를 부칠 경우는 간이 잘 안 배어들므로, 간장 양념을 찍어먹게 되는데, 염도를 낮추고 싶으면 보통 간장 양념보다는 초간장을 하는 게 좋다. 식초는 염도를 높이지 않아도 식욕을 돌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결과적으로 총 소금 섭취량을 줄여주는 이익이 있다.


두유

두유는 당이 적거나 없는 것으로 고르는 게 좋다. 번거롭지만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좋은 콩을 사서 냉장고에서 하룻밤 불리고, 껍질을 제거한 후 곱게 갈아서 무염 또는 약간의 소금 간을 해서 마시면 된다. 크림처럼 곱게 만들고 싶으면 블렌더(믹서)로 갈아낸 후 고운 체와 헝겊에 밭쳐서 만든다. 마시기 편하게 농도를 조절하는 게 좋다. 단 신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


※ 동아약보 2023년 9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