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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이주연 교수

작성자
admin
2023-06-09
조회
331

움직이는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이주연 교수


 



서로 다른 언어를 입바르게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양한 사람들과 건강하게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이주연 교수님을 만나 통역의 세계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제회의 통역사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좋아해서 자연스레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고, 대학교 전공으로 영어영문학을 선택하게 됐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제가 배웠던 영어는 살아 있는 영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대학교 3학년 때 국제 교류를 하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외국 대학 친구들과 언어를 비롯하여 여러 문화를 중심으로 소통하다 보니 제가 알고 있었던 영어가 살아 숨 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 경험을 토대로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과 제가 영어라는 도구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고,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통번역대학원에 지원하게 됐어요. 통번역대학원에서 공부를 한 후 국제회의 통역사로 활동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학생들도 가르치며 함께 배움을 이어 가고 있어요.


 


통역에도 종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분류가 되나요?


매체에서 동시통역사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지만 정식 명칭은 국제회의 통역사예요. 국제회의 통역사가 하는 통역의 종류 중 하나가 동시통역입니다. 통역에는 크게 ‘순차통역’, ‘동시통역’이 있어요. 순차통역은 한 사람이 외국어로 말하고 나면 그 다음에 다른 한 사람이 통역을 하는 방식이에요.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순차통역은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요. 이와 다르게 동시통역은 연사와 통역사가 동시에 발화하기 때문에 장비가 있어야 돼요. 20대 대통령 취임식 때는 6개 언어로 동시통역을 했어요. 언어별로 동시통역 부스가 설치되었고, 그 안에서 동시통역 콘솔을 이용해 연사와 통역사가 동시에 이야기를 했어요. 특히 동시통역은 2인 1조로 통역을 하기 때문에 부스 안에 통역사 두 명이 들어 가게 되는데요, 계속 말을 해야 되기 때문에 집중력에 한계가 있는데다 통역의 질적 향상을 위해 대략 15분~20분씩 파트너 통역사와 번갈아가면서 통역을 하고 있어요.

어떤 경우에는 제가 한 사람의 통역을 전담해서 그분 바로 뒤에 앉아서 속삭이듯 동시에 통역해 주는 ‘위스퍼링 통역’을 하기도 해요.



국제회의 통역사로 오랫동안 일하시면서 바른 통역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 오셨을 텐데요.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바른 통역이란 무엇인가요?


통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의중을 읽는 거예요. 연사가 하는 말을 단어나 문장 차원에서 옮기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연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의중을 잘 파악해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요. 제가 국제회의 통역사로 일하던 초창기 때는 디테일한 부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좀더 큰 맥락과 전체적인 그림을 염두에 두고 통역을 하게 됐어요. 의도와 의중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것이 바른 통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사의 입장이 되어 보고 연사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가 흔히 무언가에 빙의한다는 말을 하는데 동시통역을 하면 연사와 통역사가 동시에 말하기 때문에 영혼이 일치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저 또한 연사의 의중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죠.


 


국제회의 통역사로서, 교수로서 바른말을 하는 데 거침이 없는 입바른 소리를 한 경험이 있을까요?


통역을 하다 보면 상대방을 반박하거나 비난하는 말도 통역을 해야 돼요. 저의 성격이나 성향과 관계없이 제가 통역해야 하는 연사 분이 굉장히 날카로운 이야기를 했을 때 그분 입장에서 보면 입바른 소리를 하신 것이고, 저는 그 말을 통역해야 되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지 않을 걸 알면서도 연사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저 역시 정색한 표정으로 목소리 톤을 낮춰서 전달해요. ‘이건 아닙니다’, ‘이건 틀렸습니다’, ‘이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등 통역사로서 입바른 말도 전해야 돼요. 어떤 말이든 최선을 다해 전달을 해야 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상대방이 듣기 거북한 이야기를 통역사가 전해야 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동기 부여가 되는 좋은 말을 해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따끔하게 지적을 해야 될 때도 있어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라도 입바른 말을 학생들에게 해 주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통역 수업을 할 때 아쉬운 부분, 보완해야 할 부분을 학생들에게 다 이야기하는 편인데요.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학생들을 비판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더 좋은 통역사가 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죠. 입바른 소리는 듣는 입장에서 좋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좋은 관계가 형성되었다면 근거 없는 비판이나 꾸중으로 듣지 않고 건설적인 평가나 조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교수님께 영어 공부 방법을 문의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동아약보 구독자 분들께 추천할 만한 영어 공부 방법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영어 공부 방법이 달라질 거예요. 여행 영어, 영어로 콘텐츠 소비하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요. 제가 권하고 싶은 것은 재미를 찾는 거예요. 영어 공부를 할 때 재미가 없으면 쉽게 포기하게 돼요. 공부로 접근하면 너무 어렵기도 하고 재미도 없는데 고민을 해야 되기 때문이죠. 영어 공부에서 가장 핵심은 꾸준함이에요. 언어는 사용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려요. 어려운 영어는 실제로 쓸 일도 없으니 어려운 교재로 공부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주 쉬운 책이거나 노래, 다큐, 드라마 등 재미있는 콘텐츠 위주로 조금씩 영어를 접하면서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해요.



교수님께 약(藥)이 되었던 말은 무엇인가요?


연사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통역이 바른 통역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그래서 통역을 사용하신 고객들 입장에서 “덕분에 잘 끝났어요”라고 말씀해 주실 때 저에게는 큰 힘이 돼요. 어떤 어려운 협상이든 국제회의든 통역이 중요한 현장에서 제가 최선을 다했을 때 통역사님 덕분에 잘 끝났다고 말씀해 주실 때 보람을 느끼고요, 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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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약보 2023년 6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