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동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살리는 기적

에스티젠바이오 재경팀 박주언 선임 조혈모세포* 기증 이야기

*조혈모세포(造血母細胞)란?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라는 뜻으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만들어 내는 줄기세포입니다.

▲ 조혈모세포 기증 감사패를 들고 있는 에스티젠바이오 재경팀 박주언 선임

Q. 조혈모세포 기증을 신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헌혈하러 갔다가 우연히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과거에 '골수기증(엉덩이뼈에서 세포 채취)'이라고 알려져 많은 분들이 두려움을 갖곤 했는데요, 현재는 ‘말초혈조혈모세포 채취(성분 헌혈과 동일 방식)’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하여 부담 없이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질병은 백혈병, 혈액암 등 난치병인데요, 환자가 항암제나 방사선 등으로 자신의 병든 조혈모세포를 모두 소멸시킨 후에 건강한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면 완치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부모와는 5%, 형제자매간은 25% 확률로 일치하지만, 비혈연간 일치 확률은 수천~수만분의 1이라고 합니다. 수만 명 중에 저와 세포가 일치하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셔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의미 있을 것 같아서 기증 희망자로 등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Q. 기증 의사를 묻는 연락을 받으셨을 때 어떠셨나요? 기증을 하겠다고 결정을 하기까지 우려는 없었나요?

2013년 7월 기증 희망 등록을 했는데요, 약 10년이 지난 2023년 5월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흔히 수만분의 1의 확률로 유전자가 일치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저와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동시에 기증 일정을 조율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기증을 위한 검사와 입원에 약 4~5일이 소요되며,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기증 일정이 수시로 변경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와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도 기증 사실을 알게 된 최경은 대표님께서 응원과 함께 입원 기간은 물론 기증 후에도 회복할 수 있도록 추가로 유급 휴가를 주셔서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기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정이 갑자기 바뀌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배려해 주시고 격려를 해준 대표님과 재경팀장님, 그리고 팀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 조혈모세포 채취 중인 박주언 선임

Q.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한 과정이 궁금한데요, 준비부터 기증 완료까지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기관에 기증 희망 등록을 하면 유전자의 일부가 일치하는 수혜자 발생 시 기증 희망자에게 연락이 옵니다. 연락을 받고 기증 의사를 밝히면 그 후 다음 5개의 단계를 거쳐 기증을 완료하게 됩니다.

Step 1. 유전자 확인 검사

최초 등록 시 일부 유전자만 등록하기에 수혜자가 나타나면 해당 환자와 유전자 정보가 완전히 일치하는지 채혈을 통해 확인 검사를 하게 됩니다.

Step 2. 건강검진(D-30)

기증자의 건강 상태와 기증 시 수혜자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건강검진을 진행합니다. 혈액 검사, 심전도 검사, 소변검사, X-ray 촬영을 하게 됩니다. 검진 후 추가 검진이 필요한 경우 재검진이 있을 수 있습니다.

Step 3. 조혈모세포 촉진제 투여(D-4)

기증 4일 전부터 체내 조혈모세포 생성 촉진을 위해 촉진제를 매일 2번씩 맞습니다. 처음 3일은 집 근처 병원에서, 마지막 하루는 병원에 입원해서 맞게 되는데요. 평소보다 많은 조혈모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골수가 팽창되어 경우에 따라 발열, 두통, 요통 등의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통증은 진통제 복약 시 대부분 사라지며 촉진제가 체외로 배출되면 모든 증상은 사라집니다.(약 2~3일 이내) 저는 둘째 날까지는 평소보다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만 있었으나, 셋째 날부터 몸살 기운과 요통이 발생하여 진통제를 꾸준히 복용했습니다.

Step 4. 조혈모세포 기증(D-day, 2박 3일 입원)

기증 하루 전날에 입원하여 혈액 검사 및 촉진제를 맞은 뒤 다음 날 오전에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게 됩니다. 과정은 헌혈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소요시간은 4~6시간이며, 첫날 충분한 양이 채취되면 1회, 부족할 경우 다음 날 한 번 더 채취 후 퇴원합니다. 저는 오전 9시에 시작하여 약 5시간 30분 뒤인 오후 2시 30분쯤 끝났습니다. 기증 후엔 헌혈을 한 듯한 피로감이 있었지만 체내에 조혈모세포가 빠져나가서 그런지 몸은 홀가분했습니다. 다행히도 채취한 조혈모세포 양이 충분하여 다음날 추가 기증 없이 퇴원했습니다.

Step 5. 회복 검사(D+14)

기증일로부터 약 2주 후 병원에 방문하여 혈액 검사를 합니다. 대부분 2~3주 이내에 기증 전 상태로 조혈모세포가 회복되지만 혹시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는 경우 재검 혹은 재진료를 시행합니다. 저의 경우 기증 후 이틀 정도는 피로감이 있었으나, 다행히 빠르게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최근 회복 검사를 통해 혈액 수치도 기증 전 정상수치로 돌아왔음을 확인했습니다. 

참고로 조혈모세포 기증 시 발생하는 모든 비용(병원비, 입원비, 검사비 등)은 환자 측에서 부담하여 기증자가 부담하는 금전적 비용은 없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과정 안내(출처: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홈페이지)

Q. 이 인터뷰를 보고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알게 되고 관심을 갖는 동아인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증 희망자 등록 기준과 방법은 어떻게 하나요? 

기증자 신청 자격은 만 18세~40세 미만의 건강한 남녀입니다. 가까운 헌혈 장소를 방문하여 건강 상태를 확인 후 채혈(약 3~5ml) 및 등록 신청서를 작성하면 기증 희망자로 등록이 됩니다. 저는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을 통해서 기증하였으나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은 '대한적십자사',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등 다양한 기관에서 접수하고 있습니다. 

Q. 기증을 결정할 때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조혈모세포 기증은 100% 자의로 이루어져야만 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철회가 가능하지만 철회 시점에 따라 환자에게 큰 영향이 가는 만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수혜자가 나타나기 전이나 초기에 기증 의사를 묻는 단계에서 철회하는 경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유전자 확인 검사 및 건강 검진 후 환자가 이식을 위한 전 처치(함암제나 방사선 치료로 병든 세포를 모두 소멸시키는 과정)까지 한 상황에서 철회를 하게 되면 환자가 사망하게 되므로 신중하게 기증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저 또한 건강검진을 받기 전까지 기관에서 기증 의사에 변함이 없는지 수차례 질문을 받았습니다. 특히 저처럼 직장인이나 학생의 경우 기증 일자를 사전에 가족과 회사 등에 전달하여 반드시 기증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 놓아야 합니다.

Q. 기증 후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났는데요, 현재 몸 상태와 기증 후 소감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지금은 완전히 회복하여 일상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기증 후 환자분께 편지를 쓸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느낀 감정은 누군가의 생명을 살렸다는 뿌듯함과 주변에 대한 감사함이었습니다. 기증받는 환자분들을 흔히 ‘수혜자’라고 표현을 하는데 기증을 위해 약 두 달 이상 건강 관리를 열심히 한 덕분에 저 또한 수혜자로 만들어 주신 것 같아 환자분께 감사했습니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으신 분들은 이식일을 두 번째 생일로 지정할 만큼, 큰 의미를 둔다고 합니다. 그분들에게 조혈모세포 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분들께 두 번째 인생을 선물해 드릴 수 있어 저 또한 보람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지금도 일치 유전자를 기다리는 환자분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셔서 생명존중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꼭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기증 과정이 쉽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식을 통해 환자분과 기증자 본인이 받을 기쁨에 비하면 두려움과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간에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모든 환자분들이 하루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