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과학주치의] 직감의 과학

작성자
admin
2021-06-28
조회
478

직감의 과학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1990년대를 보낸 독자라면, 익숙한 노래 가사일 것이다.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라는 노래의 한 소절인데, 한 줄 가사로 이별을 마주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아마도 노래 제목보다 이 가사가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이별의 순간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예감 혹은 직감이 들어맞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렇다면 실제 직감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직감의 적중률

사실 대중들은 예감, 직감, 직관과 관련된 용어들을 혼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전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① 예감(豫感):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암시적으로 또는 본능적으로 미리 느낌.

② 직감(直感): 사물이나 현상을 접하였을 때,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아니하고 진상을 곧바로 느껴 앎. 또는 그런 감각.

③ 직관(直觀): 철학 감각, 경험, 연상,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작용.


영어로는 예감, 직감이 “hunch” 또는 “gut feeling”으로 표현되고, 직관은 “intuition”으로 대응된다. 굳이 나누자면 예감, 직감은 비슷한 맥락으로 감각에 가까운 의미이고, 직관은 논증에 반대되는 통찰력에 가까운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감’은 어느 정도 들어맞는 것일까?


이스라엘 텔 아비브 대학의 마리우스 어셔 심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인간의 직감 90% 적중’이라는 가설과 관련된 실험을 실시하였다.1) 그 결과, 실제로 참가자들이 평균 90%의 확률로 정답을 맞혔다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컴퓨터 화면의 오른쪽과 왼쪽에 2개의 다른 숫자를 연속적으로 보여주고 좌우의 평균값보다 높은 쪽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때 참가자들은 숫자가 노출되는 시간이 매우 짧아 통상적으로는 계산이 어려워, 직감에 의해 선택을 해야 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이 6세트까지 실험을 마쳤을 때는 65%만이 정답을 맞혔지만 24세트까지 마쳤을 때는 정답률이 90%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2) 3) 즉, 직감이 실제 작용할 뿐만 아니라 테스트 횟수가 더해질수록 직감의 정확도가 올라갔다는 의미다.

한편,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Ken Palle 교수는 “일부 직감은 단지 추측이 아니며 사람의 두뇌는 스스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정보를 처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4). 연구진은 피실험자 24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다채로운 색깔의 만화 이미지를 두 차례에 걸쳐 컴퓨터로 보여주고, 두 번째 이미지들을 보고 있을 때 숫자를 불러 주면서 다음 문제가 나올 때까지 기억하고 있도록 주문했다. 이는 피실험자들이 첫 번째 이미지들을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반면 두 번째 이미지들을 산만한 상태에서 볼 수밖에 없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피실험자들에게는 같은 이미지들이 다시 제시됐는데, 놀랍게도 이들은 산만한 상태에서 본 이미지들을 더 정확하게 기억한 반면 집중해서 본 이미지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피실험자들은 아까 본 그림이라고 확신할 때보다 그런 것 같다고 추측할 때 더 정확하게 대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연구는 사람들이 정신을 집중하지 않고 있을 때도 시각 계통은 정보를 축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일상생활의 온갖 문제에 해답을 찾는 데는 직감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 이처럼 직감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개념이라기보다, 실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뇌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무의식적인 반응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직감의 오류 - 처음 찍은 답을 고치면 틀린다?

이처럼 직감이 실제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 직감과 실체적 진실 사이는 양의 상관관계(positive correlation)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직감은 종종 우리를 오류에 빠뜨리기도 한다. 우리가 직감과 가장 자주 마주치는 부분이 시험이다. ‘찍기’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바로 ‘처음 찍은 답을 고치면 틀린다’는 속설에 관한 이야기다.

일리노이 주립대의 심리학자 저스틴 크루거는 학생 1,561명의 중간고사 시험지를 분석했다. 그는 학생들이 답을 고쳐 적을 때 고친 문항을 표시하게끔 하여 그 정답률을 추적해 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학생들은 총 3,291 문항을 고쳤는데 고친 경우의 오답률보다 정답률이 2배 정도 높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결과와 달리 대부분의 학생들은 오히려 ‘최초의 답이 더 정확하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점이다. 약 50명의 학생들에게 물어본 결과 “고쳐 쓴 답이 맞았을 것”이라고 대답한 학생은 24%에 지나지 않았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크루거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답을 바꿔 좋은 결과가 나온 ‘이득’보다 답을 바꿔 나쁜 결과가 나온 ‘손실’을 더욱 강렬하게 인식한다. 따라서 우리의 뇌는 ‘답을 바꾸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착각에 빠진다는 것이다.

크루거 교수는 이를 ‘최초 직감 오류(First Instinct Fallacy)’라고 설명한다.6)

이러한 직감의 오류를 아주 잘 나타내는 사례가 바로 그 유명한 몬티 홀 문제(Monty Hall Problem, ‘몬티 홀’이라는 미국/캐나다 TV 프로그램 사회자가 진행하던 미국 오락 프로그램 <Let’s Make a Deal>에서 유래한 확률 문제)다.


몬티 홀(Monty Hall) 딜레마

문 3개가 있는데, 하나의 문 뒤에는 자동차가 있고 나머지 두 개의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참가자는 이 상황에서 문을 하나 선택하여 그 뒤에 있는 상품을 얻는다. 참가자가 어떤 문을 선택하면, 사회자는 나머지 두 개의 문 중에 염소가 있는 문 한 개를 열어 참가자에게 그 문에 염소가 있다고 확인시켜준다. 그 후 사회자는 참가자에게 선택한 문을 닫혀 있는 다른 문으로 바꿀 기회를 준다. 당신은 선택을 바꾸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처음 그 선택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

(단, ➊ 사회자는 자동차가 어느 문 뒤에 있는지 알고 있다 ➋ 사회자는 염소가 들어 있는 문을 임의로 선택한다)


당신의 직감은 어디로 향하였는가? 선택을 바꾸었는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하였는가?

정답부터 말하자면, 선택을 바꾸는 것이 선택을 유지하는 것보다 자동차를 선택할 확률이 높으므로, 무조건 선택을 바꾸는 것이 확률상 유리하다. 선택을 무조건 바꾼다고 가정해보자. ‘처음부터 자동차를 선택했을 시’(예컨대 선택1)에는 최종적으로는 염소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염소를 선택했을 시’(선택2, 3)에는 최종적으로는 정답을 선택하게 된다.




[그림 1] 몬티 홀 문제




아이러니하게도 반드시 선택을 바꾼다는 전제하에는, 처음에 염소를 골라야만 최종적으로 자동차를 선택하게 된다. 이때 처음에 염소를 고를 확률은 2/3다. 반대로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자동차를 골라야 한다. 이때 자동차를 고를 확률은 1/3이다. 결론은 ‘선택을 무조건 바꾸기로 했을 때는 처음에 오답(염소)을 골라야 하며, 선택을 무조건 바꾸지 않기로 했을 때는 처음부터 정답(자동차)을 골라야 한다. 전자의 확률은 2/3이지만, 후자의 확률은 1/3이다. 결론적으로 선택을 무조건 바꾸는 쪽이 확률상 유리하다.’

어떠한가? 당신의 직감은 선택을 바꾸는 쪽으로 당신을 이끌었는가?




직감에 귀 기울이기

아인슈타인은 “직감과 직관, 사고 내부에서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심상이 먼저 발생하고, 말이나 숫자는 이를 표현하기 위한 표현 수단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직감과 직관에 대해 가치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직감 혹은 직관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를 오류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지혜와 통찰력으로 표출된다. 따라서 직감에 귀 기울이는 것은 지혜와 통찰력을 얻기 위한 길임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직감이 전하는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이제 불안한 생각과 감정은 떨쳐버리고 직감이 문 3개가 있는데, 하나의 문 뒤에는 자동차가 있고 나머지 두 개의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참가자는 이 상황에서 전하는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 보자.






1) K. Tsetsos, N. Chater, M. Usher. “Salience driven value integration explains decision biases and preference reversal.”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2; 109 (24): 9659 DOI: 10.1073/pnas.1119569109

2) American Friends of Tel Aviv University. "Going with your gut feeling: Intuition alone can guide right choice, study suggests." ScienceDaily. ScienceDaily, 8 November 2012; www.sciencedaily.com/releases/2012/11/121108131724.htm

3) 이슬기, “인간의 직감은 90% 적중한다?”, TheScienceTimes, 2012. 11. 26. https://www.sciencetimes.co.kr

4) https://www.livescience.com/3289-study-suggests-gut-instincts-work.html

5)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Trend.do?cn=SCTM00067906 news/%EC%9D%B8%EA%B0%84%EC%9D%98-%EC%A7%81%EA%B0%90%EC%9D%80-90-%EC%A0%81%EC%A4%91%ED%95%9C%EB%8B%A4/

6)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고쳐 쓴 답, 맞을까 틀릴까? 위리 뇌가 착각하는 이유”, 2019. 06. 12. https://scent.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