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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주치의] 약의 내성

작성자
admin
2021-06-28
조회
675

약의 내성


글| 안미람 약사


예전에 비해 약의 내성을 걱정하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내성이란 무엇이고 왜 생기는 걸까요? 혹시 내성 때문에 약 복용을 망설이고 있으신가요? 약 내성에 관한 지식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약의 내성이란?

내성이란 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함에 따라 약에 대한 민감성이 감소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일한 양의 약을 사용해도 효과가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고, 더 많은 약을 필요로 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약 내성은 왜 생기는 걸까요?

내성이 생기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01 원인균이 가지는 약에 대한 저항력

세균에 의한 질환은 이들을 사멸시키는 것을 목표로 치료하며 약도 항균력이 있는 항생제 등을 사용합니다. 항생제 처방 시 규칙적으로 복용하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지 말라는 복약지도도 합니다. 표면적으로 느끼는 증상은 개선된 것 같아도 체내에는 아직 원인균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항생제를 중단하게 되면 남아있던 세균이 항생제에 적응하고 유전자 변이를 일으킵니다. 결과적으로 항생제를 견딜 수 있는 내성을 가진 더 강한 세균, 즉 내성균이 발현됩니다. 이 내성균들에 의해서 기존의 효과가 있던 항생제가 잘 들지 않게 되고 더 많은, 더 강한 항생제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02 몸도 약에 적응을 한다

혹시 ‘술도 먹다 보면 는다’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맥주 한 잔에도 취하던 사람도 자꾸 먹다 보면 두세 잔 정도는 먹을 수 있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몸이 알코올이라는 낯선 존재에 적응을 하기 때문입니다. 알코올과 마찬가지로 몸이 약에도 적응을 합니다. 약이 체내에 들어와서 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수용체와 결합해서 단계적으로 여러 반응을 거쳐야 합니다. 이 수용체는 어떤 세포에 있는 것인지, 어떤 효과를 가진 것인지에 따라 구조가 다르고 결합할 수 있는 약의 종류가 정해져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약이 체내로 들어오면 우리 몸은 그에 적용해서 수용체의 숫자나 민감도를 감소시키며, 그 결과로 약효가 점차 떨어지게 됩니다.


03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몸의 ‘항상성 기전’

사람들은 누구나 각기 다른 체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유한 체질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몸이 가진 ‘항상성 기전' 때문입니다. 항상성은 생명체가 생존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능동적인 성질입니다. 고지혈증 치료제 스타틴은 콜레스테롤이 체내에서 합성되는 것을 억제해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춥니다. 이때 우리 몸은 갑자기 낮아진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완하기 위해 장에서 콜레스테롤을 더 흡수시키려고 합니다. 콜레스테롤 총량을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항상성 때문이죠. 이 때문에 점차 스타틴으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해 수치를 낮춰 놓은 효과가 점차 미미해져 보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는 에제티미브라는 약을 스타틴과 함께 써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유지하는 두 가지 경로를 함께 차단하는 치료법을 택하기도 합니다.


 


내성 때문에 약 복용을 꺼리시나요?

복약지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나, 내성의 기전을 너무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에 있어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약사도 많습니다. 환자들이 되려 겁을 먹고 약 복용을 기피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항생제 내성’과 신경안정제와 같은 특수한 약 외에는 내성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처방받은 대로,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입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약의 경우 내성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만성질환약은 증상을 개선하여 합병증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약을 적절히 복용하는 것이 아주 적은 내성을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약효가 점점 떨어지거나 더 강한 약으로 변경하는 경우는 내성 때문이기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병이 진행되거나 장기가 약해져 그에 적절한 약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알레르기 비염과 콧물약으로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는 내성 걱정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약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내성에 대한 걱정으로 항히스타민제 복용을 피하는 것보다 초기 증상이 있을 때 약을 복용해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생제 내성만큼이나 진통제 내성에도 환자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진통제 내성에 대한 고민으로 극심한 월경통을 참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결론적으로는 내성을 걱정하지 말고 통증이 시작되면 초기에 진통제를 복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두통이나 월경통과 같은 통증은 참는다고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심한 통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을 텐데, 이는 통증 자체가 신경을 흥분시키는 물질을 더 방출시켜 강한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루 3회 이상의 진통제 복용은 의존성과 내성을 유발하여 효과를 감소시킬수도 있습니다. 대한두통학회는 어떤 진통제든 월 15회 이상 혹은 주 3회 이상 복용하지 않을 것을 권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