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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치의] 절친이 되기 위한 과학

작성자
admin
2021-04-29
조회
547

절친이 되기 위한 과학


절친이 되기 위해 필요한 200시간 


절친이 되기 위해서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미국 캔자스대(University of Kansas) 제프리 홀(Jeffrey A. Hall) 교수가 절친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1) 홀 교수는 두 가지 실험을 설계했다. 첫 번째 연구는 지난 6개월 사이에 이사를 하고, 새로 이사 간 집에서 새 친구를 찾은 성인 355명을 조사했다. 두 번째 연구는 최근 캔자스 대학이 있는 로렌스(Lawrence)로 이사한 ‘신입생’ 112명을 조사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친구 관계가 깊어지는 단계를 표시하도록 했다.2) 





 [그림 1] 시간에 따른 관계 유형1) 


이 연구에서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은 우정의 친밀함을 예측하는 주요 요소임이 확인되었다. 홀 교수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 손가락을 까딱하는 것으로 친구를 만들 수 없다. 친한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야 이 사실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던바의 법칙(Dunbar's number) – 제대로 사귈 수 있는 친구의 수는 최대 150명 


한편, 옥스퍼드대(University of Oxford) 진화생물학 교수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How many friends does one person need?』(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한가?)에서 “한 사람이 제대로 사귈 수 있는 친구의 수는 최대 150명”이라고 했다. 이 책에 따르면, 디지털 세대의 인맥이 아무리 넓어도 진짜 친구 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던바의 수’, ‘던바의 법칙’이다.4) 




[그림 2] 던바의 수 이론,https://www.christopherroosen.com/blog/2019/4/26/relationships-are-a-limited-numbers-game


던바는 1970년대 아프리카에서 야생 원숭이들의 집단생활을 관찰해 온 결과,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는 뇌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친밀한 관계를 맺는 대상이 150명을 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즉 150명은 평범한 한 개인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라는 것이다. 


실제로 ‘던바의 수’는 여러 분야에서 경험칙(經驗則)으로 입증된다. 던바가 수십 개의 부족 사회를 조사한 결과, 그 평균 규모는 153명으로 나타났다. 영국 시민들이 연말 크리스마스 카드를 몇 명에게 보내는지 조사한 결과 1인 평균 68곳이고, 그 가정의 구성원을 포함하면 약 150명이었다. 로마 시대 로마군의 기본 전투 단위인 보병 중대는 약 130명이었고, 현대 군대의 중대 단위도 대개 130~150명이다. 개신교의 근본주의 일파인 아미시(Amish)는 공동체 규모가 평균 110명이다. 집단의 구성원이 150명을 넘으면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해당 공동체를 둘로 나눈다. 기능성 섬유인 고어텍스의 제조사인 고어(Gore)는 위계질서에 따른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 조직을 지향하면서 공장의 조직 단위를 150명으로 운영한다.5)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하는 유저들의 ‘혈맹’ 구성원 수조차도 대략 150명 정도라고 한다.6) 


한편, 던바의 법칙은 3배수 법칙으로도 불린다. 아주 친밀한 관계는 3~5명, 친척, 친한 친구들은 15명, 주말에 함께 저녁을 먹는 등 사회적으로 맺은 친밀한 관계는 50명, 조직은 150명 내외가 된다.


 


노쇠의 예방약 ‘친구’


친구와의 깊은 우정은 우리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우정은 정신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육체적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인간관계가 원활할 때 사망 위험률이 5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친구와의 만남 빈도와 노쇠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도 있다.7) 평소 친구를 매일 만나는 노인의 노쇠 비율은 8.8%에 머물렀지만, 친구와 만남이 거의 없는 노인 그룹에서는 16.8%가 노쇠로 판정됐다. 친구들과 월 1회 이하로 만나는 노인의 노쇠 위험은 매일 또는 1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노인과 비교해 3~5배가량 높다. 노쇠의 예방약이 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유방암에 걸린 미국 간호사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친구가 없는 여성은 10명 이상의 친구가 있는 여성보다 사망 위험이 4배 정도 높았다. 2019년 스웨덴의 연구에서도 중년 남성 736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친구의 부재가 관상동맥심장질환의 위험을 높였으며, 이는 흡연만큼 유해하다고 나타났다.8)


이처럼 과학자들이 친구의 수에 관심을 두는 건 친구가 삶의 행복감, 만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어린 시절의 사회적 친교 정도를 보면 30년 후의 고독감, 웰빙, 우울감 정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9)


 


친구와의 시간


친구에 관한 각종 연구를 모아보면, 주요 특징이 있다. 바로 ‘친구와의 시간’이다. 사람들을 자주 만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이러한 시간 투자는 우리를 더욱더 돈독한 관계인 절친 사이로 이끌기도 한다. 그 결과 나의 정신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건강까지 좋아진다.


어찌 보면, 과학자들은 우리에게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라도 지금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 글을 끝까지 읽은 독자들은 지금 당장 전화기를 들어 친구와 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워보자.


 


1) Jeffrey A. Hall, “How many hours does it take to make a friend?”,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Vol. 36(4) (2019), 1278–1296, 

2) 곽노필, “절친까지 되려면 6주 200시간 걸려”, 한겨레 2018. 4. 16. 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840722.html

3) 심재율, “친구를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은?”, TheScienceTimes, 2018. 4. 10.,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B9%9C%EA%B5%AC%EB%A5%BC-%EB%A7%8C%EB%93%9C%EB%8A%94%EB%8D%B0-%ED%95%84%EC%9A%94%ED%95%9C-%EC%8B%9C%EA%B0%84%EC%9D%80/

4) 고두현, “진짜 친구와 던바의 법칙”, 한국경제, 2017.10.17.,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17101725871

5) 사람과 디지털 연구소, “던바의 법칙”, 2014. 11. 14., http://lifeindigital.org/archives/398

6) 이현수, “던바의 법칙”, 동양일보 2018. 4. 30., http://www.d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5863

7) Doukyoung Chon, “The Association between Frequency of Social Contact and Frailty in Older People: Korean Frailty and Aging Cohort Study”, JKMS, 2018. 5. 21.

8) 인터비즈, “찐(?) 친구를 얻는 자 면역력도 얻는다? 우정이 삶에 주는 영향”, 2020. 3. 6., https://m.blog.naver.com/businessinsight/221840394781, 이하 참조

9) 곽노필, “절친까지 되려면 6주 200시간 걸려”, 한겨레 2018. 4. 16. 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8407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