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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치의] 머리 색깔에 숨겨진 과학

작성자
admin
2022-11-22
조회
78

머리 색깔에 숨겨진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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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갈색 머리~♪”


과거 모 염색약 회사의 광고 유행어다. 대한민국의 많은 중장년층이 일관되게 흰머리를 검은색으로 감추던 시절, 과감하게 컬러 염색을 제안하여 컬러 염색 시대의 막을 올렸다. 아마도 당시에는 갈색 머리가 멋진 머리 색깔로 보였던 모양이다. 요즘에는 총천연색에 가까운 염색약이 나오고 있으니, 사람들의 머리 색깔에 대한 미적 욕구는 끝이 없어 보인다.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머리 색깔. 이번에는 그 머리 색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1. 머리 색깔은 왜 달라지는 것일까? - 멜라닌 색소의 조합


세상에는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피부색에 따라 크게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으로 구분한다. 이는 피부 세포에 포함된 멜라닌이라는 색소의 유무와 함유량 차이 때문이다. 조금 더 정확히는 멜라닌에는 검은빛을 띠는 유멜라닌(eumelanin)과 노란빛을 띠는 페오멜라닌(pheomelanin) 두 종류가 있는데, 이 두 멜라닌 비율에 따라 피부색과 머리 색깔이 결정된다(그림 1). 일반적으로 피부에 유멜라닌이 많을수록 피부가 더 어두워진다. 반면, 유멜라닌보다 페오멜라닌이 더 많은 사람일 경우 주근깨가 있는 밝은 피부를 갖는 경향이 있다.1)




[그림 1] 유멜라닌과 페오멜라닌 발현에 따른 색깔 차이(https://skintypesolutions.com/blogs/melanin-the-skin-color-pigment)




[그림 2] 유멜라닌과 페오멜라닌의 구조(https://www.researchgate.net/figure/Structure-of-eumelanin-and-pheomelanin-The-positions-withCOOH-in-eumelanin_fig2_331903150)  


 


2. 머리 색깔의 뿌리를 찾기 위해 인간 게놈을 샅샅이 뒤져 보자


2015 년, 쌍둥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최대 97 %의 머리카락 색상 변이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2) 당시 머리 색깔과 관련된 13개의 유전자를 찾아냈지만, 이것만으로 머리 색깔이 어떻게 유전되고 있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이후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King ’ s College London ),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병원 연구팀(이하 KCL 연구팀)은 3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DNA 를 분석했고, 2018년, 머리 색깔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123개의 상염색체와 1개의 X -염색체 유전자좌(loci)를 확인했다.3) 이들 유전자는 멜라닌 색소 등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결정하는 유전자들이다. 


KCL 연구팀은 이들 유전자를 통해, 빨간 머리의 34.6%, 금발머리의 24.8%, 검은 머리의 26.1%에 달하는 유전율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유전자 분석을 통해 머리 색깔을 90%까지 사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25% 이상 더 밝은 머리 색깔(blonde, 금발)을 띤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편, 모발 색소는 매우 밝은색(금발)에서 매우 어두운색(흑발)까지의 스펙트럼에 걸쳐 있지만, 빨간 머리 색깔은 종종 고유한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전 메커니즘이 항상 이 선형 척도를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수석 논문 저자인 팀 스펙터(Tim Spector) 교수는 “어떤 범죄자가 현장에 피의 흔적을 남겨 놓았을 경우 DNA 분석을 통해 그 사람의 머리 색깔이 검은지, 아니면 붉은지 그 색깔을 90 %까지 밝혀낼 수 있으며, 이러한 유전자를 통해 암 및 자가면역 질환과 같은 많은 질병에서 색소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4)


머리 색깔과 유전자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는 향후 의료계는 물론 뷰티 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5)


 


3. 다양한 머리 색깔 이야기


1) 흰머리


서양인은 30대 중반, 동양인은 30대 후반, 아프리카인은 가장 늦은 40대 중반에 생기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흰머리는 옆머리, 정수리, 뒷머리 순으로 나서 콧수염과 턱수염, 눈썹으로 이어진다. 나이가 비교적 어린 사람에게 흰 머리카락이 올라왔을 때 ‘새치’라고 부르지만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 의학적으로 새치는 흰머리다.6) 그리고 원래 모발을 구성하는 단백질 케라틴은 흰색이다. 모근과 모낭의 멜라닌 색소에 의해 각자의 모발 색깔이 결정된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될수록 멜라닌 세포의 기능이 저하되어 색소의 색이 옅어지면서 본연의 색인 흰색이 나온다. 새치와 흰머리는 같은 기전에 의해서 발생한다. 그래서 흰머리는 노화의 아이콘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골다공증 등이 있으면 평균보다 흰머리가 일찍 생길 가능성이 2~4배 증가한다. 이는 체내 산화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멜라닌 세포 기능이 저하되어 모발에 색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 분비가 증가하여 모근 주변 혈관의 혈액과 색소 공급 기능이 낮아진다. 부모가 이른 나이에 흰머리가 났던 경우 자녀 역시 다른 이보다 흰머리가 빨리 생길 가능성이 19배 정도 높다고 한다. 흰머리를 뽑으면 그 주변으로 더 많이 생긴다는 설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흰머리는 뽑은 만큼만 다시 난다. 모낭 하나에는 한 개의 머리카락만 나오기 때문에 하나를 뽑았다고 그 자리에 2~3개의 흰머리가 나오지는 않는다.


 


2) 빨간머리


영미권에서는 빨간 머리에 주근깨를 가진 백인을 흔히 진저(Ginger)라고도 부른다. 남녀를 불문하고 빨간 머리는 영어권 문화에서 좀 부정적이며 비호감이나 차별당하는 인상이 있다. 옛날에는 뱃사람들 사이에서 붉은 머리는 불운을 불러온다고 배에 태우지 않으려는 미신도 있었다. 미국에서 “빨간 머리 의붓자식(red headed stepchild)”이란 표현은 재혼한 처가 데리고 들어온 의붓자식처럼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주변 사람 또는 차별받거나 별로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나 관계를 말한다.7)


빨간 머리인 사람들은 얼굴이 주근깨투성이에 못생겼다는 편견 때문에 나쁜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빨강머리 앤’(캐나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지은 소설로 1908년 출판)의 주인공인 앤 셜리인데, 빨간 머리와 주근깨를 이유로 미인이 아니라고 묘사된다. 앤의 외모는 아일랜드인이나 스코틀랜드인의 신체적 특징과 거의 흡사하다. 실제로 스코틀랜드에서는 인구의 약 13% 가 빨간 머리이며, 40%는 적어도 빨간 머리 유전 형질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8)




[그림 3] 빨강머리 앤




[그림 4] 유럽인들의 빨간 머리 지도


한편, 빨간 머리일수록 주근깨가 많다는 속설이 있는데, 사실이다. 빨간 머리는 16번 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인 멜라노 코르틴 1수용체(MC1R)의 일련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열성 유전 형질이다. MC1R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모발과 피부에 유멜라닌보다 페오멜라닌을 더 많이 부여하여 빨간 머리와 주근깨를 유발한다.


빨간 머리는 매우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피부색이 대체로 다른 색의 머리카락인 사람보다 밝다. 이것은 피부가 밝을수록 신체에서 비타민 D 생성에 필수적인 햇빛의 흡수를 향상시키기 때문에 햇빛이 드문 북반구 위도와 비가 많이 오는 국가에서 이점이 있다. 단점은 빨간 머리가 일광 화상과 피부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빨간 머리를 가진 사람들은 다른 머리 색깔을 가진 사람들보다 열 통증에 더 민감하고 더 많은 양의 마취제가 필요하다.


 


3) 금발머리


서양인 혹은 백인 하면 떠오르는 머리 색깔이다. 머리카락의 모낭에 존재하는 유멜라닌 색소의 함량이 적은 경우, 머리는 금색이나 노란색 계열의 밝은색을 띠게 되며, 이를 금발(金髮)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블론드(Blonde)라고 한다.9)


금발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실제 북유럽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모발과 눈동자의 색은 발트해(海) 주변 지역에서 가장 엷게 나타나며, 그 주변 지역으로 갈수록 동심원(同心圓) 모양을 그리며 점차 규칙적으로 짙어진다.10) 금발은 남유럽, 서유럽, 동유럽에서도 발견되며, 16세기에서 20세기에 걸친 유럽인의 신대륙 이민으로 남북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시베리아에서도 금발을 찾아볼 수 있다. 몽골인들도 1,000명 중 1명 꼴로 자연 금발이 나타나며,11) 호주에서 북동쪽으로 1,800km 떨어진 섬 솔로몬 제도에는, 피부색은 흑인에 가까운 짙은 갈색인데 머리는 백인처럼 밝은 금발인 원주민들을 찾아볼 수 있다.12)




[그림 5] 유럽의 밝은 갈색 머리의 분포


금발은 백치미라는 선입견이나 속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금발을 타고난 사람들의 지능지수(IQ)는 다른 머리 색 을 가진 사람들의 지능지수와 별반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 오히려 자연 금발을 가진 여성들이 갈색, 붉은색, 검은색 머리를 가진 여성들보다 지능지수 수치가 약간 더 높았다. 금발 여성의 아이큐는 103.2 , 갈색, 붉은색, 검은색 머리를 가진 여성들의 아이큐는 각각 102.7 , 101.2 , 100.5 인 것으로 조사됐다.13) 금발이 더 똑똑하다고 말할 만큼 유의미한 차이의 통계 자료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금발이 머리가 나쁘지 않다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1) “Where do different skin colors come from?”, Jamie Conklin on November 6, 2008

2) Lin BD, et al. Heritability and Genome-Wide Association Studies for Hair Color in a Dutch Twin Family Based Sample. Genes (Basel) 2015;6:559–76.

3) Hysi, P.G., Valdes, A., Liu, F. et al. Genome-wide association meta-analysis of individuals of European ancestry identifies new loci explaining a substantial fraction of hair color variation and heritability. Nat Genet 50, 652–656 (2018). https://doi.org/10.1038 /s41588-018-0100-5

4) https://www.natureasia.com/en/nmiddleeast/article/10.1038/nmiddleeast.2018.48

5) “혈액 통해 모발 색깔 밝혀”, ScienceTimes, 2018. 4. 17.,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D%98%88%EC%95%A1%ED%86%B5%ED%95%B4-%EB%AA%A8%EB%B0%9C-%EC%83%89%EA%B9%94-%EB%B0%9D%ED%98%80/

6) “흰머리는 왜 나는 것일까”, ScienceTimes, 2021.04. 02., https://www.sciencetimes.co.kr/news/save%ED%9D%B0%EB%A8%B8%E B%A6%AC%EB%8A%94-%EC%99%9C-%EB%82%98%EB%8A%94-%EA%B2%83%EC%9D%BC%EA%B9%8C/

7) https://namu.wiki/w/%EB%A8%B8%EB%A6%AC%EC%B9%B4%EB%9D%BD/%EB%B9%A8%EA%B0%84%EC%83%89

8) https://www.eupedia.com/genetics/origins_of_red_hair.shtml

9) 프랑스어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여성형: blonde, 남성형:blond). 페어 헤어(fair hair)라고도 하는데, 밝은 갈색 머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금발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사용하는 표현으로 파악된다.

10) Cavalli-Sforza, L., Menozzi, P. and Piazza, A. (1994) The History and Geography of Human Genes.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1) https://ko.wikipedia.org/wiki/%EA%B8%88%EB%B0%9C

12)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465997

13) https://kormedi.com/1218373/%EB%B0%B1%EC%B9%98%EB%AF%B8-%EA%B8%88%EB%B0%9C%EB%AF%B8%EB%85% 80%EB%8A%94-%EC%A0%95%EB%A7%90-%EB%A8%B8%EB%A6%AC%EA%B0%80-%EB%82%98%EC%81%A0%EA% B9%8C/


※ 동아약보 2022년 12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