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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선임의 성장 다큐] "혹시 러닝하십니까? 기개(氣槪)가 남다르십니다!"
"혹시 러닝하십니까? 기개(氣槪)가 남다르십니다!" [이민우 선임의 성장 다큐] 동아ST 이민우 선임 30년 평생 제 인생 사전에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단어, 바로 ‘달리기’입니다. 그런 제가 지금은 매달 마라톤 주로를 누비는 러너가 되어 ‘위드동아’를 통해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최근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민우 선임, 도대체 왜 그렇게 힘들게 뛰는 거야?"라는 물음입니다.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저의 진솔한 답변이자 기록입니다. 저는 대단한 '프로'나 '전문가'가 아닙니다. 여러분과 똑같이 매일 아침 이불 속에서 갈등하고, 달리는 내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통에 포기를 꿈꾸는 평범한 '러닝 초보자'일 뿐입니다. 하지만 준비 없이 뛰어든 폭우 속 하프 마라톤부터 10km 기록을 10분이나 단축하기까지, 초심자의 시선으로 겪은 이 생생한 도전의 기록들이 위드동아를 찾아주신 여러분께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소소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건강한 기운이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의 일상에도 기분 좋게 닿기를 바랍니다. Part1. 인생의 터닝 포인트, 하프마라톤 대회 출전🏃 ▲ 2025 인천송도국제마라톤대회 완주를 기념하여! [마라톤? 🤔 내가 할 수 있을까?] 때는 2025년 한여름이었습니다. 유독 고민과 걱정이 많았던 시기였는데, 그럴 때 마다 제 곁에서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던 고마운 직장 동료가 있었습니다. 평소 마라톤을 즐겨하던 제 입사 동기는, 어느 날 문득 제게 제안 하나를 건넸습니다. 저희 동아ST 송도캠퍼스가 위치한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 대회에 함께 나가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민우 선임님, 달릴 때만큼은 세상 모든 걱정이 사라져요. 그리고 완주했을 때의 희열은 일상에서 얻는 쉽게 얻을 수 있는 도파민과는 차원이 다른 행복이에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통이 어떻게 행복이 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죠. 하지만 무기력하게 가라앉아 있기보다 "그래, 일단 뭐라도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엉겁결에 하프 마라톤에 지원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큰마음을 먹고 접수한 것은 대회 두 달 전이었건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대회 일주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네, 고백하건대 단 1m도 연습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준비된 러너'와는 거리가 먼, 무계획과 무대책인 상태로 인생 첫 마라톤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 벼락치기 훈련 시작!] 결국 벼락치기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집 앞에는 다행히 5km를 달릴 수 있는 송도달빛공원이 있었습니다. 신발 끈을 묶으며 문득 군 생활 시절의 체력 측정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당시 기준 거리가 3km였으니, 제 인생에서 뛰어본 최대치는 고작 3km에 불과했던 셈입니다. 전역 후 정말 오랜만에 마주한 트랙 위에서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과거의 나는 대체 그 3km를 어떻게 뛰었던 걸까?’ 5km 완주는 그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식의 사투였습니다. 그렇게 딱 이틀, 제 생애 가장 짧고도 강렬했던 훈련을 마치고 저는 하프 마라톤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내 생애 첫 마라톤인데 폭우라니🌧️] 드디어 대회 당일인 2025년 9월 28일. 하늘에는 구멍이라도 난 듯 가을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이날 누적 강수량 50mm,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몰아치는 빗줄기를 보며, 도전하고자 하는 결심했던 마음은 어디간데 없고, 내심 대회장으로 가는 내내 휴대전화를 붙들고 애타게 취소 문자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대회는 예정대로 강행되었고, 경기장에 도착한 순간 직감했습니다. '아, 인생 첫 마라톤은 정말 쉽지 않겠구나.' 차에서 내림과 동시에 온몸의 옷이 순식간에 젖어 들었습니다. 우산을 쓰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비바람이 거셌고, 현장은 이미 거대한 빗줄기에 잠겨 있었습니다. 연습 부족이라는 불안감 위에 쏟아지는 폭우까지. 제 인생 첫 마라톤은 그렇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빗속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처음 느껴본 전율 뒤에 밀려오는 후회😭] 드디어 인생 첫 마라톤의 출발선에 섰습니다. 러너들이 다 같이 외치는 카운트다운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빗줄기 사이로 터져 나오는 환호와 열기는 처음 경험해 보는 생소한 전율이었습니다. '이 빗속에서 다들 무엇이 저렇게 즐거울까?' 하는 의구심은 이내 현장의 에너지에 압도되었습니다. 마라톤 대회의 분위기는 독특했습니다. 곳곳에서 들리는 응원 소리, 수천 명의 발걸음이 지면을 울리는 소리, 그리고 수많은 인원이 떼를 지어 달려나가는 광경은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분위기에 취해 힘이 났습니다. 연습 부족에 대한 걱정보다 현장의 열기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렇게 빗속에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러나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출발한 지 약 20분 정도 지났을까요. 양말과 신발이 조금씩 젖기 시작하더니, 이내 발을 내디딜 때마다 신발 속에서 물이 첨벙거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특유의 찝찝한 기분이 발끝에서 올라오자 비로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내가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이걸 신청했을까?' 빗속을 달리며 스스로 수없이 되물었습니다. 하지만 포기라는 옵션은 없었습니다. 플랜카드만 안 걸었을 뿐, 주변 사람들에게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고 오겠다"고 당당하게 자랑해둔 터였습니다. 응원해주었던 지인들의 얼굴이 떠올라 차마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지금부터는 모든 발걸음이 나의 신기록⏱️] 드디어 인생 첫 급수대가 나타났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습니다. 달리면서 종이컵에 든 물을 받아 멋있게 들이키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마시려다 보니 물은 코로 들어갔고, 절반 이상은 몸에 쏟아버렸습니다. 물 마시는 일조차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때 마신 물의 시원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에 그 자리에서 연거푸 세 잔을 들이켰습니다. 빗줄기 속에서 물을 마시며 다시 달릴 힘을 얻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긴 거리를 뛰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5km 지점을 지나면서부터는 제가 내딛는 한 발자국마다 제 인생의 최장거리 기록이 경신되는 셈이었습니다. 다음 급수대까지만 버티면 10km 달성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이미 완주라는 목표에 가까워진 금메달리스트가 된 기분으로 신기록을 향해 계속해서 속도를 높이는 선수의 마음으로 달렸습니다. 매 순간이 저 자신을 뛰어넘는 기록의 현장이었습니다. 사실 10km 코스 참가자들과 일정 구간을 공유하며 달리다 보니 저보다 짧은 코스를 돌아 먼저 Finish 라인으로 향하는 그분들의 뒷모습을 보며 말할 수 없는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흔히 인생에 지름길은 없다고 말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분들이 마치 인생의 지름길로 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부러움을 뒤로하고 저는 다시 저만의 하프 코스를 향해 묵묵히 발을 옮겼습니다. [달리다 보면 보이는 풍경들👀] 달리는 도중 마주친 풍경은 제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러닝화가 아닌 슬리퍼를 신고 달리는 분, 쌍둥이가 탄 유모차를 밀며 나아가는 분, 몸이 불편함에도 포기하지 않는 분, 그리고 어린아이부터 지긋한 연배의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각자의 속도로 최선을 다해 저와 같은 길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을 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젊고 건강한 신체를 가진 제가 완주하지 못할 핑계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오늘 나의 핑계는 무엇이었나" 자문해 보았습니다. 연습을 '못 한' 것이 아니라 '안 했던' 지난날의 게으름이 유일한 핑계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도 저를 다그치지 않았지만, 주로 위의 모습들이 저를 꾸짖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라톤은 단순히 달리는 운동이 아니라, 스스로를 정직하게 마주하는 성찰의 시간임을 몸소 경험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15km 지점의 마지막 급수 포인트였습니다. 마지막 보급답게 이온 음료와 4등분 된 초코파이가 제공되었는데, 그 맛은 평생 잊지 못할 만큼 강렬했습니다. 잠시 달리던 길 한쪽으로 빠져서 의도치 않은 '먹방'을 찍을 정도로 그 맛에 매료되었습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그날 이후, 저에게 최고의 이온 음료는 단연 포카리스웨트가 되었습니다. 이 대회에 출전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코스에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동아ST 송도캠퍼스 바로 앞을 지나는 '홈그라운드' 경기였기 때문입니다.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한 15~18km 구간을 지날 때, 눈앞에 보이는 회사 건물을 이정표 삼아 달렸습니다. 익숙한 회사의 모습을 보며 다시 힘을 냈고, 그 덕분에 남은 거리를 애사심으로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삶의 고난도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 하프 마라톤의 사점(Dead Point)은 보통 18km 부근에서 찾아온다고 합니다. 저 역시 발바닥부터 종아리, 허벅지까지 하반신 전체가 눈에 띄게 무거워졌습니다. 혹시 몰라 한 손에 들고 뛴 휴대폰은 시간이 흐를수록 마치 5kg 아령을 든 것처럼 어깨와 팔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습니다. 육체적으로 한계에 도달했음을 직감했습니다. 그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면 되는 이 마라톤조차 완주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인생에서 마주할 더 힘든 일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나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며 버티는 동안, 복합적인 감정이 몰려와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제 안의 한계를 밀어내며 달렸습니다. "이 코너만 돌면 끝이에요!" 결승선을 1km 앞두고 먼저 완주하신 분의 응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평소에는 짧게만 느껴졌던 1km가 마라톤의 마지막 구간에서는 왜 그리도 길게 느껴지던지요. 사람들의 환호와 전력 질주하는 다른 러너들의 에너지에 힘입어 저 역시 이를 악물고 마지막 스퍼트를 올린 끝에 피니시라인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고통을 감내하며 이 모든 것을 반복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결국 2시간 3분이라는 기록으로 제 인생 첫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기록일지 모르나, 초심자인 저에게는 인생 승리 그 자체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생 최대 업적'을 달성했다고 자랑하고 다닐 만큼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의 대가는 확실했습니다. 충분한 연습 없이 21km를 달린 탓에 이후 일주일 동안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다리를 절뚝거려야 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이상하게 절뚝거리며 걷는 사람이 딱 두 명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저와 그날 함께 출전한 입사 동기였습니다. 최근 나이키의 마라톤 주제 광고에는 이런 문구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이 모든 것을 반복할 것 같은 불안하고 끔찍하고 끝내주는 느낌이 든다.” 일주일간 다리를 절뚝거리며 고생을 하고 나서도, 제 손은 어느새 다음 마라톤 대회 일정을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그 불안하고 끝내주는 느낌'이 제 안의 불씨를 지폈고, 그렇게 두 달 동안 6개의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Part2. 마라톤 중독자(?) 이민우 선임의 ”JUST DO IT”👍 60일 간 6개 마라톤 대회 경험을 나눠요 연이은 마라톤 대회 출전과 기록 단축의 경험을 나누기에 앞서, 특별할 것 없는 저의 운동 경력을 먼저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가 원래 어느 정도의 체력을 가졌던 사람인지 알고 나시면, 이후의 이야기가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저는 산책하는 것을 즐겨 지난 3년 동안 일 평균 만보 이상 꾸준히 걸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많이 걷는 동안 단 한 번도 뛰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오직 '걷기'에만 충실했던 시간들이었죠. 그 외에는 집 근처 수영장에서 소소하게 강습을 듣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매일의 걷기와 수영 강습이 유산소 운동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기를 만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인생 첫 하프 마라톤은 제게 깊은 감동을 주었지만, 동시에 무모한 도전이 가져오는 부상의 위험도 일깨워주었습니다. 일주일간 다리를 절뚝이며 내린 결론은 '프로토콜 수정'이었습니다. 무리하게 거리를 늘리기보다 10km 코스에 집중해 제 한계를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나름의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21km를 완주했는데 10km 정도야 거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프 마라톤을 경험하고 나니 10km는 도전하기도 전에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느껴졌습니다. <나의 10km 마라톤 대회 정복기> - 2025.10.12.(일) 서울레이스 - 2025.11.02.(일) JTBC 마라톤 - 2025.11.16.(일) MBN 마라톤 - 2025.11.22.(토) 에버랜드 서킷 마라톤 - 2025.11.23.(일) YTN 마라톤 대회 간격이 상당히 타이트한 것 보이시나요? 대회를 위한 별도의 연습이 필요 없을 정도의 강행군이었습니다. 흔히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고 하지만, 제게 연습은 없었고 매번 실전뿐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현재 출전 중인 대회의 운동량으로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일명 ‘실전형 훈련법’을 자체적으로 개발했습니다. 따로 훈련 시간을 내기 어려운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싶은 방법입니다. 그 효과는 확실하나, 과학적 근거는 없으니 재미로만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각각의 레이스 후기를 지금부터 들려드리겠습니다! “애사심 풀충전해 달렸다.” [2025.10.12.(일) 서울 레이스 2025] 기록: 10km_50분41초 동아오츠카의 포카리스웨트가 공식음료로 활동하고 있는 '2025 서울레이스'의 임직원 참가권 응모 이벤트에 운좋게 당첨되어 대회를 나갈 수 있었습니다. 서울광장에 모여 시작하는 경기였으며, 저는 11K 코스(10km, 10.5km 측정)를 지원했습니다. 이날은 특별히 파랑달벗(포카리스웨트 가이드러너) 분들이 단체로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같이 주로에서 달릴 수 있었는데, 제공받은 포카리스웨트 유니폼을 입고 뛰니 소속감 덕분에 평소보다 더 즐겁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이 유니폼은 지금도 제가 가장 아끼는 최애 운동복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저 또한 파랑달벗 활동에 꼭 지원해 볼 계획입니다. 첫 10km 대회는 지난 하프 마라톤에 비해 심리적 부담이 확실히 적었습니다. 거리가 절반으로 줄어든 만큼 "나는 이보다 더한 고비도 넘겼던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그쳤습니다. 몸이 지쳐 신호를 보낼 때마다 그 자신감을 발판 삼아 속도를 유지했습니다. 확실히 5km 지점을 지나자 심박수가 안정되었고 체력적인 어려움도 덜했습니다. 코스 또한 오르막 없이 무난했던 덕분에, 계획했던 50분대 성적(50분 56초)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기록으로 증명된 순간이었습니다. “나도 한번 달려보자! 국내 3대 마라톤” [2025.11.02.(일) JTBC 2025] 기록: 10km_50분 56초 국내 3대 마라톤 중 하나인 JTBC 마라톤에 참가했습니다. 약 3만 4,000명의 인파가 모인 대규모 대회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출발 라인에서 들렸던 'Icona Pop - I Love It' 노래였습니다. 대기 중인 러너들 사이로 울려 퍼진 경쾌한 리듬이 현장의 긴장된 분위기를 바꿔주었습니다. 주로는 오르막 구간이 다소 많았습니다. 하지만 평소 버스로만 통행하던 양화대교와 마포대교 도로 위를 직접 달려서 건너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서울의 주요 대교를 가로지르며 수만 명의 러너와 함께 달린 끝에 50분 56초로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현장감을 기록하기 위해 촬영해 둔 영상은 지금도 가끔 꺼내 보곤 합니다. 일상 속에서 지치고 힘들 때, 열정적으로 달렸던 그때의 기분을 생각하면 다시 해보자는 희망과 용기가 생깁니다. 저에게는 그 영상이 박카스 그 자체입니다. “개인 신기록 달성, 이게 되네?” [2025.11.16.(일) MBN 마라톤] 기록: 10km_44분15초 10km 개인 최고 기록(PB) 달성의 주역은 45분 페이스 러너였습니다. 출발 직후 애플워치의 기록 측정 버튼이 작동하지 않아 초반에 잠시 당황했지만, 오히려 그 상황이 기록에 대한 욕심을 자극했습니다. 상세 기록을 확인하지 못한 채 무념무상으로 달리던 중, 멀리 풍선을 단 페이스 러너를 발견했습니다. 저의 실력을 생각했을 때 당연히 50분 페이스 러너라고 생각하며 따라잡았으나, 그분의 등에 적힌 숫자는 ‘45’였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엄청난 오버 페이스였지만, 기록을 달성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악물고 뒤를 따랐습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속도를 유지하며 한계까지 몰아붙였습니다. 마지막 1.3km 지점에서는 44분대 진입이 가능해 보여 전력 질주를 시작했습니다. 혼자 연습할 때 최고 기록은 5km 평균 4분 47초 페이스였으나, 이날 대회에서는 10km 평균 4분 25초 페이스를 기록했습니다. 건강한 몸이기 때문에 이런 희열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이날 마라톤에서는 잊지 못한 추억도 생겼는데요. 바로 이날 마라톤 현장에서 MBN에서 방영하는 '뛰어야 산다 시즌2'의 촬영을 하더라고요. 나중에 방송을 보니 3초 정도 제가 나오는 씬이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또 달리면서 가수 션과 축구선수 이영표 님을 가까이서 봤던 것도 즐거웠던 경험이었습니다. “계속되는 업힐, 감당할 수 있으시겠어요?” [2025.11.22.(토) 에버랜드 서킷 마라톤] 기록: 10km_44분 51초 에버랜드 서킷은 에버랜드 리조트 내의 레이싱 서킷에서 달리는 경기로, 러너들 사이에서 이색 대회로 손꼽힙니다. 국제 규격의 고탄성 아스팔트로 유명하지만, 그 반발력을 체감하기도 전에 거듭되는 업힐에 압도당했습니다. 같은 트랙을 세 바퀴 돌아야 하는 코스는 마치 쳇바퀴를 도는 듯한 중압감을 주었습니다. 남성 1위가 34분대로 골인할 때 저는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하고 있었을 정도로 코스의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전략적으로 인코스를 공략하며 거리를 단축하려 했으나, 난생 처음 겪는 누적 고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평소 오르막 훈련을 하지 않은 결과는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으로 찾아왔습니다. 심박수가 180을 넘어서며 생존의 위협을 느꼈고, 결국 마지막 1km를 남겨두고 20초 정도 걷는 '긴급 제동'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비록 코스 도중 멈춰 서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난 대회의 44분대 기록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증명해낸 대회였습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록을 보며 그간의 실전 훈련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이 경기를 끝으로 은퇴합니다. 2025년에는요” [2025.11.23.(일) YTN 마라톤] 기록: 10km_43분 48초 에버랜드 서킷런 바로 다음 날인 11월 23일, 2025년의 마지막 은퇴 경기에 참석했습니다. 회복되지 않은 몸에 파스를 붙이고 출발선에 섰을 때만 해도 신기록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초반 1km를 지나자 다리 통증이 사라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과거의 기록을 꾸준히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은 말로 다 표현 못 할 성취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1km 구간에서는 제 기준 폭발적인 속도인 3분 38초 페이스로 전력 질주했습니다. 스스로를 믿고 한계까지 밀어붙인 끝에 다시 한번 기록을 갱신하며, 2025년 마라톤 도전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었습니다. Part 3. 러닝에 입문한 이후 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지 이제 4개월, 제 인생에 드라마틱한 대격변이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외적으로는 최초 목표였던 5kg 감량에 성공하며 희미했던 턱선이 선명해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변화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 더 찾았다는 사실입니다. "달리기는 내 인생에 없다"고 단정 지으며 고정관념의 틀에 가두었던 저를 스스로 구출해 냈고,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이겨낼 나만의 강력한 무기가 생긴 셈입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 백수저로 출연한 김희은 셰프가 본인의 SNS 계정에서 고민상담을 하며 "좋아하는 일은 어느 날 갑자기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축적'에 가깝다."라는 말이 와닿았어요. 처음부터 심장이 뛰는 일이 아니라 '생각보다 덜 싫다, 하다보니 익숙해졌다, 끝까지 하다보니 내가 해냈네?'라는 신호들이 쌓이면서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된다고 해요. 저조차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달리기가 어느새 좋아하는 일이 되었더라고요. 저는 일상을 살아가는 데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달리기를 통해 단련된 체력은 마치 완충(Buffer) 용액처럼, 어떤 자극과 어려움이 찾아와도 유연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추구하는 삶의 태도인 태연자약(泰然自若)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기분입니다. 여러분들의 회복탄력성을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2026년에는 무엇이든 좋으니, 저처럼 우연한 기회로 시작해 보는 'JUST DO IT'의 삶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다음 이야기는 4월에 돌아오겠습니다.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