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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번 잡솨봐] 동글이의 책 추천 ‘무슨 책을 읽을까?
동글이의 책 추천 ‘무슨 책을 읽을까? [이 책 한번 잡솨봐] 동아ST 최보윤 선임 동아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동아ST 배양공정연구팀 최보윤 선임입니다. 2025년도 벌써 두 달이 지나 어느덧 3월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시간 참 빠르네요. 다들 올 한 해 다짐한 바 잘 해내고 계시나요? 여러분들은 혹시 이야기(내러티브)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제 취미도 이야기와 관련 있는 것 같아요. (책, 영화, 연극, 뮤지컬 관람, 사진 찍기 등…) 어떤 이야기는 어떤 반짝이는 가치를 일깨워 주기도 하고, 때로는 가라앉은 나를 끄집어내 나아가게도 해요. 만약 누군가 제게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냐 묻는다면, 저는 1 초도 주저하지 않고 ‘네.’라고 대답할 겁니다. 동아인 여러분들도 이야기를 통해 작게는 스스로의 삶을 크게는 이 세상을 새로이 발견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인들에게 독서를 권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오곤 합니다. ‘읽고는 싶은데 뭘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 미지의 한 분야를 시작할 때에는 일단 닥치는 대로 다 해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경험들을 통해서 내 취향이나 판단 기준이 정립되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바쁘신 여러분들을 위해!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계신 여러분들을 위해! 저 동글이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책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추천해 보고자 이 글을 씁니다. : ) 추천 하나, [ 독서의 기쁨, 김겨울, 초록비책공방 ] 김겨울 작가는 책 추천 유튜브 일명 북튜브 ‘겨울서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가 TOP2 안에 드는 분이랍니다. 책 덕후인 김겨울 작가의 책 예찬론이 담긴 이 책이야말로 ‘왜 책을 좋아해?’라는 사람들의 질문에 충분한 답이 되지 않을까 하여 첫 번째로 가지고 와 봤습니다. 무언가를 왜 좋아해?라는 질문에 ‘그냥’이라고 답하는 것도 물론 좋다고 생각해요. 정말 말 그대로 그.냥. 좋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김겨울 작가는 책을 통해 이렇게나 많은 이유를 펼쳐 놓았어요. 독서의 기쁨이란 과연 무엇인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책은 총 3 개의 파트로 이뤄져 있는데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파트 1이 가장 신선하게 다가오더라고요. 다름 아닌 책의 ‘물성’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거든요. 물성마저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니. 책 덕후에겐 책 표지, 종이 질감, 글씨체, 가름끈마저 책을 읽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신선했어요. 이어 파트 2는 책과 사람, 그리고 파트 3는 책과 세계로 점차 이야기가 확장됩니다. 작가는 나만의 휴리스틱*으로 읽을 책을 고르는 과정, 온라인 서점 굿즈를 받기 위해 5만 원에 맞춰 구매할 책을 고르는 과정, 낭독과 필사하며 느낀 또 다른 감각들,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가 아니라 책을 ‘경험하는 모든 행위‘가 독서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소개해요.(*휴리스틱: 불충분한 시간이나 정보로 인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체계적이면서 합리적인 판단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보다 용이하게 구성된 간편 추론의 방법, 한국심리학회 (2020. 05). 《심리학용어사전》) 평소 책에 관심이 없던 분들이라면 ‘그래도 한번 읽어볼까?’하는 마음이 조금은 피어오를 것이고, 관심이 있었던 분들이라면 조금 더 풍부하게 책을 즐기는 방법을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시간이 되신다면 겨울 작가의 ‘겨울서점’ 유튜브 채널도 한번 들어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콘텐츠도 콘텐츠지만 작가님 목소리가 어마 무시하게 좋거든요. : ) [동글이픽 문장] -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독서가 얼마나 즐겁고 훌륭한 유희 활동인지 설명하려고 한다. 다만 이 책을 읽고 계신 분들은 이미 책의 재미를 제법 알고 계신 분들이리라 짐작하므로, 이 장은 여러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책의 재미를 설득할 때 논거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 사람들이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한다. 책이라는 좋은 친구를 다들 곁에 두고 살기를 바란다. 책을 읽음으로써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추상적인 사고를 하고, 몰랐던 것을 배우고, 혼자 있는 시간을 풍요롭게 보내길 바란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새로운 관점을 접하는 계기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읽으면 읽을수록 읽을 책이 까마득히 많아지는 그 역설을 공감하길 바란다. 좋은 책을 읽었을 때 느껴지는 짜릿함을 느껴보길 바란다. 어떤 계기로 읽게 되든, 책은 일단 친해지기만 한다면 평생 배신하지 않는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동글이 별점: 3.5 추천 둘, [ 아무튼, 디지몬, 천선란, 위고 ] 아무튼 시리즈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출판사 위고, 제철소, 그리고 코난북스가 모여 만든 책 시리즈로 어떤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글을 엮은 책입니다. '아무튼 잠, 아무튼 떡볶이, 아무튼 발레, 아무튼 아침드라마, 아무튼 당근마켓', 아무튼, 아무튼, 아무튼… 이 수많은 아무튼 시리즈들 중 하나쯤은 좋아하는 것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아무튼 시리즈의 매력은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글이라는 점인 것 같아요. 저는 무언갈 좋아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을 보면 제 마음도 환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거든요. 여러 아무튼 시리즈 중에 제가 좋아하는 작가 TOP 2 안에 드는 분의 시리즈 책을 가져와봤습니다. (이제 모두가 알게 된 저의 TOP 2 작가님들의 정체!) 바로 천선란 작가의 ‘아무튼, 디지몬’인데요. 혹시 디지몬 이야기로 울어보셨나요? 저는 울어봤답니다. 저는 어디에서도 이렇게 기승전결 완벽한 디지몬 이야기를 읽어본 적이 없어요. 혹시 디지몬이 생경할 수도 있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디지몬은 2000년대 초 국내 처음 방영된 인기 애니메이션입니다. ‘선택받은 아이들’이 ‘낯선 디지몬 세계‘로 떨어지고, 그 아이들이 그들의 ’짝꿍 디지몬‘과 함께 악과 맞서 싸우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디지몬‘에서 작가는 자신의 유년 시절 위로가 되어주었던 디지몬 이야기를 풀어내며 성인이 된 지금의 단단한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데 디지몬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이야기하고 있어요. 덧붙여 이름마저 예쁜 천선란 작가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천.선.란. 아버지, 어머니, 언니 이름에서 한 자씩 따와 만든 예명이라고 해요. 작가가 쓰는 이야기는 SF 장르로 딱딱한 느낌 아니라 어딘가 슬픈데 따스함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그리고 제게 그 감성은 삶 그 자체라고도 느껴지기 때문에 작가의 이야기에 좀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혹시 천선란 작가의 작품이 궁금하시다면 대표작 ‘천 개의 파랑’과 ‘이끼숲’, ‘랑과 나의 사막’을 추천합니다! [동글이픽 문장] - 이건 내가 디지몬과 영원히 이별하는 이야기다. - 교수님은 평온하게 휴지 한 장을 뽑아주고는 이리 말했다. “너는 지금 네 인생의 바닥을 치고 있구나. 실컷 쳐라. 지금 너는 네 안에 있는 이야기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바닥을 치는 시기인 거다. 그렇게 손바닥으로 자신의 바닥을 쳐봐야 다른 사람의 마음도 울릴 줄 아는 거야. 그 마음으로 소설을 써라.” 동글이 별점: 4.5 추천 셋, [ 출발선 뒤의 초조함, 박참새 대담집, 세미콜론 ] 책의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이 책은 대담집입니다. 인터뷰 형식의 책이라고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아요. 긴호흡의 책이 어려우신 분들이 조금 더 캐주얼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가지고 와 봤습니다. 책은 북큐레이터인 박참새 작가가 김겨울, 이승희, 정지혜, 이슬아 작가 4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책은 표지부터가 달리기 트랙을 연상하게 합니다. ‘출발선 뒤의 초조함’이라는 책의 제목과 무척이나 잘 어울려요. 출발선 또는 어떤 전환점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분야에서 앞서 나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당신의 처음은 어땠으며, 초조하거나 두렵지는 않았는지, 그걸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 묻고 답하는 이야기이기에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많은 편인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누구나 출발선 뒤에서는 출발 신호를 기다리느라 잔뜩 웅크리고 있기 마련이니까요. 제가 이 책을 읽을 당시에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책 모서리를 접어두는 습관이 있었는데,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모서리가 엄청나게 접혀 있답니다. [동글이픽 문장] - 그러니 나의 못남을 좀 견뎌야 하는 거죠. 어쨌든 못하는 게 안 하는 거보다는 결과적으로 나의 발전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랬고요. 그런 조언을 저도 봤었어요. 그런 거 있죠, 미완성 곡이나 미완성 글을 두 편 쓰는 것보다, 못났지만 완성된 하나를 만드는 게 훨씬 더 많이 성장하게 한다는 말이요. - 그런데 한 가지 방책이 있어요. 그냥 사랑하는 걸 많이 만들면 되더라고요. 지금 사랑하는 게 책밖에 없어서 고민이신 거라면, 책 말고도 좋아하는 세계를 더 다양하게 만드는 거죠. 책이 나를 힘들게 하면 다른 세계로 가서 잠깐 쉬고, 그 세계가 나를 힘들게 하면 또 다른 세계를 찾는 식으로요. 사랑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서 굴리는 게 요즘 저의 방법인 것 같아요. 동글이 별점: 5.0 추천 넷, [ 종의 기원담, 김보영, 아작 ] 다양한 장르 세 개쯤 추천했으니 제가 좋아하는 SF 장르 하나는 추천해 보겠습니다. 요즘 제가 제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책인데요, SF 장르라는 특성 때문에 약간의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정말 재미있습니다… (저를 한 번만 믿어주세요.) 김보영 작가의 책 중 저의 최애랍니다! 책은 총 세 파트로 나눠져 있습니다. 종의 기원담이 인상 깊은 이유는 세 파트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이야기임에도, 각 파트가 쓰인 시기의 시차가 꽤나 크다는 점입니다. 1편은 작가가 25살이던 2000년도에, 2편은 2005년에, 그리고 마지막 3편이 쓰인 건 2023년도로 약 23년에 걸쳐 완성한 이야기네요.오랜 기간에 걸쳐 쓰인 이야기인 만큼 3편을 개별 작품으로 읽어도 위화감이 없지만, 이 소설은 3편을 함께 읽어야 이 이야기의 정수를 느낄 수 있어요. 소설의 내용은 지구 멸망 10만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구에서 생활하는 어느 종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 3편에서는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새롭게 탄생한 종족 간의 관계성을 보며 ‘인간적인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줍니다. 개인적으로 ‘3편이 있었기에 이전 이야기들이 더 완벽해질 수 있었다!’라고 생각하는데요. 제목마저 종의 기원이 아닌, 종의 기원’담’이라서 더욱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SF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김보영 작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SF 장르 작가인데요, 국내 SF작가 중 최초로 2021년 로제타상, 전미도서상 후보에도 오르는 등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어요. 특히 봉준호 감독의 영화인 설국열차 1차 시나리오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한국 SF계에서 믿고 보는 작가라고 자부합니다. 혹시 다른 작품도 궁금하시다면 개인적으로 ‘다섯 번째 감각’이라는 소설집도 추천해 봅니다. 소설집 속 10 개 이야기 모두 머릿속에 띄어진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며 끝나는 신기한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동글이픽 문장] - 신은 그 자신의 모습을 본떠 우리를 만드셨다. - 기적을 바래. 동글이 별점: 5.0 추천 다섯, [ 동경, 김화진, 문학동네 ] SF 장르만 추천하면 아쉬우니, Non-SF 소설도 하나 가지고 와 봤습니다. 저는 어떤 다층적인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을 좋아하는데요, 김화진 작가의 작품이 딱 그러합니다! 마음을 꺼내서 유심히 들여다보고, 문질러도 보고, 귀 기울이다 보면 저런 글을 쓸 수 있나 싶어요. 가끔은 저도 제 마음을 단정 짓지 못해 혼란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렇게 내면에서 뻗어 나오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렇구나, 그랬구나, 그럴 수 있구나, 그렇겠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동경은 김화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작가의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도 좋았는데 장편도 역시나 좋더라고요. 작가가 표현하는 마음은 예쁘게 꾸며진 것들이 아니라, 정말로 솔직해서 때로는 못생겼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것들이에요. 이것이 장편으로 넘어가니 이 마음들이 얽혀 어떤 다양한 모양의 관계로도 뻗어 나가는 것 같았어요. 마치 진짜 우리네 삶처럼 말이에요. 동경에는 서른 즈음의 세 여성, 아름, 민아, 해든이 등장합니다. 성격과 환경이 모두 다른 이들의 섬세한 내면 묘사를 통해, 서로를 향한 다양한 관계의 삼각형을 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정삼각형이었다가, 이등변 삼각형이었다가, 크기가 작았다가, 커졌다가 하는 등 말이죠. 책을 펼쳤을 때 마음을 빼앗긴 부분은 목차 부분에서였습니다. 1부- [여름 - 한아름, 망설이는 사람 / 가을 - 최민아, 꿈이 싫은 사람 / 겨울 - 이해든, 에버랜드에 가지 않는 사람]. 이야기는 1부, 여름에서 시작해 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나 2부에서는 봄 그리고 다시 여름으로 돌아와 끝납니다. 2부-[추운 겨울-우리가 몸을 웅크리는 이유 / 새해 - 조금은 더 밝은 빛 / 봄 - 봄비가 먼지를 씻으면 / 다시 여름 - 강에는 물이 차오르고] 계절의 변화가 세 주인공의 관계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더라고요. 세 주인공들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의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여담으로 김화진 작가는 등단 전 민음사 편집자로도 일한 경력이 있는데요. 그래서 민음사 유튜브 채널의 과거 영상 속에서 소소하게 김화진 작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책 관련 유튜브 중에서 민음사 채널도 꽤나 재미가 있으니,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찾아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동글이픽 문장] - 슬픔은 마음 한구석에 송진 같은 고체 형태로 존재하다가 어떤 녹는점에서 녹아 흐른다. 액체가 되어 온몸으로 퍼지기도 하고 자칫하면 눈물이 되어 쏟아지기도 한다. 슬픔의 녹는점은 누군가의 한마디나 체온, 혹은 해질녘의 버스 정류장이나 혼자 멍하니 보내는 주말의 긴긴 낮일 수도 있다. - 나는 내가 눈 내리는 나라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단번에 좋아하게 될 줄 모르고. 이렇겠지 저렇겠지 어림짐작으로 이런 순간으로 알게 되는 나의 변덕과 변화는 낯설다. (…) 언제나 나는 나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다. 동글이 별점: 4.0
202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