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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문화약국] 진정한 나만의 시각으로 뻗어나가는 삶에 대하여

작성자
admin
2021-12-27
조회
473

진정한 나만의 시각으로 뻗어나가는 삶에 대하여


2022년 새해가 밝았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것도 무감각해진다. 학창시절 새 학기가 시작되는 떨림도, 새해 계획을 세우는 설렘도 없어진 지 오래됐기 때문일까? 지난 2년 동안 아무도 예상 못했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올해는 이 지긋지긋한 상황이 얼른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

새해가 시작되며 권태로움을 극복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이의 앞자리가 3으로 바뀌었기 때문일까. 도전과 열정은 사라지고, 안정만을 좇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마냥 순수할 줄만 알았던 시간은 지나가고, 주변 사람들과 부동산, 주식, 회사 이야기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20대에는 취업, 커리어, 사랑 등이 불안정했다. 30대가 되니 모든 것들이 익숙해지며, ‘안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편안함을 처음으로 느꼈다. 미숙했던 회사 생활에 적응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도 꿈꿨다. 그렇지만 모든 외부적인 상황들이 안정될수록 나의 내면은 이상하게 불안했다. 내가 이상한 사람인 걸까?

우연히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전시 옥외광고를 봤다. 마음속에 뭔지 모를 감정이 꿈틀거렸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선보이는 살바도르 달리의 첫 원화전이다. 달리의 일생과 사랑, 문학, 영화 등 예술적인 확장성을 따라가는 시간은 나에게 새로운 열정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보는 방법에 따라

새로운 것이 창조될 수 있다.”

-살바도르 달리-


1904년 5월 11일 스페인의 피게레스에서 태어난 살바도르 달리는 생후 21개월 만에 뇌수막염으로 세상을 떠났던 형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형의 죽음으로 상심한 부모는 달리를 형의 환생으로 여겼다. 이는 달리에게 정신적인 상처와 강박증, 편집증, 이중적 성향을 갖게 만들었다.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달리는 그 열망을 기행적 면모와 일탈로 표출했다.

전시는 그의 어린 시절과 가정 환경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웃이자 그림을 시작하는데 도움을 줬던 화가 라몬 피초의 영향을 받아 빛과 색감 위주의 인상주의적 화풍을 따온 유년 시절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예술적 재능을 보인 달리는 17살에 마드리드 산 페르난도 왕립미술학교에 입학한다. 구조와 형태를 주의 깊게 탐구하기 시작하며, 피카소로부터 영감을 받은 입체주의 화풍의 그림을 그린다.

이후 달리는 뮤즈 ‘갈라’를 만난다. 달리의 작품에 갈라가 녹아 들기 시작한 ‘슈거 스핑크스<The Sugar Spginx>(1993)’는 등을 돌린 채 넓은 광야를 바라보고 있는 갈라의 모습담겼다. 갈라의 정면에 놓인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로 두 인물과 수레 하나가 보이는데, 이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작품 <만종>의 인물을 모티브로 삼았다. 달리는 <만종>을 처음 본 뒤, 이유 모를 충격적인 불안감에 휩싸였다고 한다. <만종>은 ‘오후에 치는 종소리’라는 뜻을 가진 종교적인 경건함과 노동에 대한 감사함을 기도하는 그림이지만, 달리에게는 불안감을 자극하는 작품이었다. 달리는 <만종>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주장하고, 향후 ‘편집광적 비판’ 방식을 발표했다.




▲ 미국 플로리다의 달리 미술관에서 특별 제작한 ‘달리의 꿈 <Dreams of Dali>’ 멀티미디어 작품. ‘밀레의 만종에 대한 고고학적 회상 <Archaeological Reminiscence of Millet’s “Angelus.”> (1935)’를 재해석한 영상 멀티미디어 작품.




달리는 ‘눈’으로 보는 1차원적 시각이 아닌 현실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편집광적 비판’의 관점을 회화에 접목시키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시각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품들을 설계해 독특한 능력과 개성을 발전시켰다.

그는 죽은 박쥐 위를 기어 다니는 개미떼를 보고 부패와 양심의 가책이란 의미를 부여했고, 다락방에서 목발을 처음 발견한 뒤 구조적인 기능에 매력을 느껴 작품 속에 인체의 확장성과 만연한 이중성을 표현했다. 달리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초현실주의 회화의 상징물로 꼽히는 <시간의 지속>(1931)에서 녹아 내리는 시계는 시간 흐름의 상대성과 실존적인 고통을 상징한다. 이렇듯 달리는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자신만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를 상징화했다.


“미술사 거장들처럼 그리고 칠하는 법부터 배워라.

그 후엔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그럼 모두가 너를 존경할 것이다.”

-살바도르 달리-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달리는 자유로움을 더욱 확장시켰다. 기존 회화에서 벗어나 40여 개의 무대 연출을 맡았다. 셰익스피어, 돈키호테 등의 책 표지 디자인이나 삽화 작품으로 문학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1960~70년대에는 수학과 과학을 탐구하며 착시 기법을 넘어서는 실험에 돌입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편집광적 해석, 이중형성, 스테레오스코피, 홀로그래피와 같은 기법들을 활용하며, 외적 현실과 내적 현실이 동시에 표현된 이미지를 창조해낸다. 색상과 구도 배경이 조금씩 다른 두 작품을 동시에 보았을 때 입체적 착시효과를 내는 ‘스테레오스코피’ 효과로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그의 의도를 파악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평균 이상의 내가 되기 위해,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술에서도 삶에서도 모든 것에 있어서 말이다.”

-살바도르 달리-


달리의 말처럼, 달리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상들과 디에고 벨라스케즈의 그림을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시각으로 작품을 탄생시킨다.

전시 마지막은 달리와 히치콕이 함께 작업한 영화 <스펠바운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데, 꿈의 신비로움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보여주는 무대 연출에 매료되게 된다. 달리의 전시를 통해 2022년을 시작하는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새로움’의 영감을 느꼈으면 한다.




시각적으로 꿈의 신비로움을 강렬하게 노출하고자 달리가 무대 디자인을 연출한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스펠바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