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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치의] MSG 돌아보기

작성자
admin
2021-08-25
조회
66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MSG 워너비’라는 프로젝트 그룹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00년대 인기를 끌었던 ‘SG워너비’를 패러디해서 지은 이름인데, ‘MSG를 친 듯이 노래를 맛깔나게 부르는 그룹’을 의미한다. ‘MSG’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본래의 사실에 다소 과장을 더한 이야기를 뜻하는 용어로서, 종종 연예인들이 웃음 소재로 사용한다. 이처럼 MSG는 단순히 조미료를 뜻하는 용어를 넘어, 무엇인가에 인위적으로 첨가한다는 의미 또는 비유로 희화화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MSG에 대하여 생화학적으로 접근하기


“MSG, MSG..” 하는데, 정작 MSG란 무엇인가? MSG는 음식의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계 조미료로서, ‘Mono-Sodium L-Glutamate’(L-글루탐산나트륨)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물론 지금은 조미료의 대명사가 된 물질이다. 구조식만 놓고 보았을 때, 생물 내에 존재하는 20가지 아미노산 중 하나인 글루탐산의 카르복실기(COOH)를 나트륨(Na+)으로 이온화한 것뿐이다(위 구조식의 붉은 색 원 표시 부분). 즉 글루탐산을 나트륨으로 치환해서 물에 잘 녹게 하고, 이온 해리를 도움으로써 글루탐산의 수용체(G-단백질결합수용체, GPCR)와 잘 결합하도록 한 것이다. 나트륨 대신 칼륨과 같은 양이온(K+)으로도 대체 가능하다. 한편, 구강을 통해 섭취된 MSG는 글루탐산으로 소장에서 95% 흡수되며, 나머지 5%만 간으로 이동되어 알라닌(Alanine)과 글루타민(Glutamine)으로 분해된다.



결국 MSG는 인체 내에서 필수 아미노산인 글루탐산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의미하며, 굳이 따지자면 우리가 아는 감칠맛을 내는 ‘MSG’의 핵심은 ‘G’(Glutamate, 글루탐산)임을 알 수 있다. 감칠맛이라는 것은 결국 ‘아미노산 맛’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글루탐산은 많은 종류의 음식에 자연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특히 우유, 다시마, 미역, 파마산치즈, 간장, 녹찻잎, 토마토, 옥수수, 된장 등에 다량 함유되어 있다.


 


MSG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접근하기


글루탐산은 1866년에 독일 화학자 카를 하인리히 레오폴트 리트하우젠이 최초로 발견했다. 그는 밀의 글루텐을 황산으로 처리해서 글루탐산을 분리해냈다.


 

[그림 1] 이케다가 다시마에서 추출한 글루탐산(1908)(출처: https://www.ajinomoto.com/ko/aboutus/history)


이와 별개로 1908년에는 일본의 이케다 키쿠나에(池田菊苗, 1864-1936) 교수가 많은 양의 다시마 국을 말렸을 때 남게 되는 갈색 결정체가 글루탐산임을 밝혀냈다. 이 결정체는 무엇이라고 설명하기 힘든 맛을 냈고, 이케다는 이 맛에 우마미(うまみㆍ旨味)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것이 바로 감칠맛이다. 그리고 그는 글루탐산의 염(salt)을 결정 형태로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특허 냈고, 그 물질이 바로 MSG다(그림 1). MSG는 아지노모토 주식회사(味の素株式会社)의 대표 제품인데, 1909년 사명(社名)과 같은 아지노모토(味の素, 맛의 기원)로 일반 판매되기 시작했다. 아지노모토 사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조선으로 진출했는데(그림2), 1920~30년대에 국숫집, 국밥집 등 외식업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1) 이때 MSG는 평양의 냉면집을 중심으로 점점 한국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장사가 잘되다 보니 아지노모토 본사에서 직접 한국의 냉면집을 경영하기도 하였다.




[그림 2] 일제 강점기 아지노모토 조미료 광고(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789441)


광복 후 아지노모토가 물러가고, 1956년 국내 기업(동아화성공업 주식회사, 미원(주)을 거쳐 현재 대상(주))이 조미료의 대명사 미원(味元)을 출시했다.2) 여기서 미원(味元)의 ‘원(元)’과 ‘味の素’의 소(素)는 일본어 훈독으로 ‘[moto]’와 같다.


한편, 제일제당은 1975년 혼합 조미료 ‘다시다’를 내놓았다. 국과 찌개를 사랑하는 우리 국민에게 소고기와 채소가 함유된 조미료는 필수 아이템이었다. 1980년대 당시 최고 인기프로그램이었던 ‘전원일기’ 맏며느리 역의 김혜자 씨가 “그래, 이 맛이야”를 외친 이후, ‘쇠고기 다시다’는 조미료 시장을 장악하였다. ‘쇠고기 다시다’도 MSG가 들어간 혼합 조미료였지만, 광고에서 ‘천연 조미료’, ‘고향의 맛’이라고 강조하였다. 바로 ‘화학 조미료’라는 이미지의 미원을 겨냥한 마케팅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주효했고, 미원은 그야말로 어둠의 조미료가 되었다.4) MSG가 과거 화학 조미료라고 통칭되었던 이유는 처음 MSG 제품을 출시한 아지노모토에서 화학 조미료라는 사실을 병기해 광고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발효, 천연, 바이오, 효소라는 용어가 들어가면 소비자들이 좋아하지만, 예전에는 '화학'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그래서 MSG에 화학 조미료라는 이름을 붙여 당시 소비자를 유혹하였으나, 지금에 와서는 화학 조미료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진 것이다.5) 이렇게 ‘MSG’는 화학 조미료라는 부정적인 일면을 갖게 되며, 미원은 자연스럽게 식재료 분야에서 퇴출되었다. 이후 미원은 화학 조미료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1980~90년대 광고에 사탕수수 농장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연에서 찾은 맛’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기도 했다. 또한 포장지에 ‘발효 조미료’라는 말을 써 놓기도 하였다.




▲ 미원(좌), 아지노모토(우)3)


MSG의 안전성에 관하여


MSG의 유해성, 무해성에 관하여 현재까지 진행된 논의는 대략 이렇다. 우선 화학 조미료의 부정적 이미지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우리가 먹는 MSG 제품들은 사탕수수에서 얻은 원당이나 당밀을 미생물로 발효시켜 생합성으로 글루탐산을 제조·추출한다. 추출 과정에 불순물을 얼마나 깨끗하게 제거하느냐, 즉 얼마나 순수한 글루탐산을 추출해내느냐 하는 문제가 있겠지만, 대개 상상하는 것처럼 무엇인가 유독(?)해 보이는 화학물질을 넣고 끓여서 합성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으로 섭취량과 관련해 과잉 섭취 시 두통, 소화불량, 메스꺼움 등 중국음식점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라는 증상이 나타난다는 유해성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그런 과민 반응은 섭취 후 2시간 이내에 사라지는 일시적 반응으로, MSG 함유 식품 섭취와 중국음식점 증후군과의 상관성은 없는 것으로 발표한 바 있으며, 최근 호주와 일본에서도 동일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6)


한편,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설립한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의 식품첨가물에 관한 세계 최고 전문가들의 독성 평가 결과, MSG는 인체안전기준치인 1일 섭취 허용량(ADI)7)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은 「NS(Not Specified)」 품목이므로 평생 섭취해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12주 미만의 영유아들도 성인과 차이 없이 MSG를 신진대사시킨다고 한다.


 


MSG의 과학적 반증


과학 철학자인 칼 포퍼는 과학과 비과학을 나누는 경계로써 ‘반증 가능성’을 중요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MSG의 유해성 논란은 이러한 과학의 영역에서 반증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실제 MSG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십 수년간 이러한 과학적 반증 시도에 힘을 쏟아 왔으며, 또한 이미지 쇄신을 위해 다각도로 마케팅 전략을 세워오고 있는 듯하다. 향후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반증이 나타날지 모를 일이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정에 따르면 MSG가 한동안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MSG가 온전히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1) “[근대광고 엿보기] 아지노모토 한국 진출 5년 광고”, 서울신문, 2020. 07. 12., 30면 1단

2) “[근대광고 엿보기] 아지노모토 한국 진출 5년 광고”, 서울신문, 2020. 07. 12., 30면 1단

3) “aginomoto”, http://www.ajinomoto.com.my

4) “친일 vs 애국, 유해 vs 무해… 포퓰리즘이 흔드는 간장 시장”, 조선일보, 2020. 11. 27., A33면 1단

5) “[알수록 +] 'MSG'가 화학조미료라서 나쁘다고?”, 부산일보, 2020. 12. 05.,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120516503084600

6) ‘알기 쉬운 L-글루탐산나트륨에 관한 Q&A’, 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자료, 2010. 03.

7) ADI(Acceptable Daily Intake, 1일 섭취 허용량): 인간이 평생 섭취해도 관찰할 수 있는 유해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1인당 1일 최대허용섭취량을 말함(단위: mg/kg bw/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