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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치의] 똘똘한 까마귀

작성자
admin
2022-10-26
조회
72

똘똘한 까마귀 

새대가리라고 놀리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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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둔한 사람을 놀릴 때 ‘새대가리’라는 표현을 쓴다. 영어에서도 새대가리를 뜻하는 ‘birdbrain’은 바보, 멍청이를 뜻한다. ‘새대가리’는 이처럼 우둔한 사람을 비하할 때 쓰는 속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까마귀의 경우, ‘까먹다’와 발음이 비슷해서 ‘까마귀 고기를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라는 말이 있고, 여기에서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라는 말이 파생되었을 정도니, 여러모로 머리 나쁜 이미지의 대명사인 듯하다. 


이렇게 된 것은 100년 전 한 신경 생물학자의 연구 결과 때문이다. 독일의 루트비히 에딩거 박사는 뇌를 연구하면서 인간 뇌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신피질이 6겹의 평평한 세포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부분이 높은 지능을 담당한다고 믿었다.1) 그런데 새의 뇌에는 인간처럼 6겹의 대뇌피질이 없으며, 따라서 새는 본능적인 행동밖에 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 바람에 새대가리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실제 까마귀는 아주 똘똘한 녀석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속설들이 잘못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속속 발표되고 있어, 새들을 대신해, 특히 까마귀를 대신해 그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한다.


1. 새들은 똘똘하다.

1) 울음소리로 소통하는 닭

우선 나쁜 머리의 대명사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닭’에 관한 연구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실제 닭은 똑똑하다. ‘왕립 자연과학학회지’에는 병아리들이 고통을 받으면 어미 닭들이 이를 인식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2) 병아리들에게 강한 바람을 쏘아 깃털이 구겨지도록 하자, 어미 닭의 심장 박동이 높아지는 등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 닭도 공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유명 과학 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는 ‘똑똑한 새’라는 글이 실렸는데, 그 새도 다름 아닌 닭이었다. 닭의 울음소리는 24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울음소리로 서로 소통할 수 있다고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주위 환경에 따라 반응도 다르다는 것. 닭을 잡아먹는 포식자를 발견한 수탉은 경고음을 낸다. 하지만 주변에 수탉만 있을 경우는 경고음을 내지 않았다. 다른 수탉, 즉 경쟁자가 잡아먹히면 오히려 이득이기 때문이다.



2) ‘공간’과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인지하고, 글을 읽는 비둘기

영국 체셔주 스톡포트에 사는 알란 바넷은 2년 전 자신이 기르던 비둘기 ‘릴리’가 집을 찾아 왔다고 밝혔다.3) 2년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에 릴리가 알란의 집 창틀에 와서 앉아 있을 때는 자신의 비둘기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결국 그는 영국 왕실 비둘기 경주 협회에 비둘기가 하고 있던 링에 새겨진 고유 번호를 문의했고 협회에서는 알란의 비둘기가 맞다고 답했다. 알란은 “2년 전 비둘기가 사라졌을 때 매가 채 간 줄 알았다”며 “어떻게 이곳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 사례뿐만 아니라 전쟁 중에 메시지 전달을 위해 비둘기를 이용한 사례들과 심지어 성경에도 노아의 방주를 떠난 비둘기가 방주로 다시 돌아온 이야기에 비추어 보면, 비둘기에게 추상적인 ‘공간’ 인지 능력이 있음은 분명한 듯하다.

한편 영국 일간지 메트로는, 비둘기가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4) 실제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 다미안 스카프 교수와 연구진은 “비둘기에게 숫자에 대한 추상적 규칙을 교육한 결과 원숭이만큼의 수준은 된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이 비둘기에게 각 숫자를 의미하는 동그라미, 네모, 세모 등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훈련한 결과, 비둘기가 한 자리 숫자를 모두 인지하고, 심지어 두 자리 숫자도 70% 정도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년 동안 동물들의 지능에 관해 연구해 온 미국 아이오와 대학 에드워드 와서만 교수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아이오와 대학 연구진은 비둘기들이 자연·인공 사물 사진 128장을 16가지 범주로 분류해 낸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먼저 비둘기들에게 특정 사진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준 다음 화면 속에서 본 사진이 속한 범주와 나머지 15개 범주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이후 맞는 사진을 선택했을 때 먹이를 주는 방식으로 학습을 반복했다. 그 결과, 비둘기들은 반복한 학습을 토대로 4장씩 새로운 사진을 16개 범주에서 성공적으로 분류해 냈다. 해당 연구에 도움을 준 대학원생 벤자민 드 코르테는 “비둘기는 인간과 다른 영장류와 비슷한 방식으로 공간과 시간을 처리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비둘기는 훈련받으면 단어를 구분할 수 있다. 뉴질랜드·독일 연구팀은 2016년 미국 국립 과학원 회보에 ‘비둘기의 맞춤법 과정’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5) 비둘기들을 작은 새장에 가두고, 조그만 화면이 달린 모이통을 그 안에 설치했다. 이 화면에서 알파벳 네 글자를 보여줬고 맞춤법에 맞는 단어일 경우 비둘기가 부리로 버튼을 쪼면 모이를 먹을 수 있다. 예를 들어 ‘very(매우)’에서 버튼을 쪼면 먹이가 나오고, ‘vrey’에선 안 나오는 방식이다. 9개월간 훈련받은 비둘기들은 26~58개의 영어 단어를 구분할 줄 알았다. 연구팀은 “비둘기의 성적은 비비 원숭이보다 더 높았다”고 평가했다.


2. 특히 까마귀는 더 똘똘하다.

다른 조류들에 비해 까마귀는 특히 더 똘똘하다. 까마귀는 까치, 앵무새와 함께 조류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지능을 갖고 있다. 훈련받은 까마귀의 지능은 6~7세 아이 정도로, 이는 돌고래나 침팬지 정도의 지능이다. 이솝 우화 중 까마귀가 병 속에 든 물을 마시기 위해, 돌멩이를 여러 개 주워 모아 병 속에 넣어, 병의 바닥 부분을 돌멩이들로 채워 물이 병 입구까지 올라오도록 만든 후, 물을 마셨다는 동화가 있다. 영국에서 실험한 결과, 이는 실제 이야기라고 밝혀졌다.6) 부리가 닿지 않는 병 속 물 위에 떠 있는 곤충을 먹는 과제였는데, 옆의 돌을 주워 수위를 높여 벌레를 건져 먹었다. 또한 크기가 같지만, 질량이 다른 석고 블록과 스티로폼 블록을 제공하자 가벼운 스티로폼 블록은 무시하고 무거운 석고 블록을 집어넣어 수위를 높였다. 밀도와 부피의 개념을 이해한다는 뜻이다(그림 1 및 동영상 QR 참조).




[그림 1] 까마귀는 부리가 닿지 않는 병 속에 가벼운 스티로폼 블록 대신 무거운 석고 블록을 집어넣어 수위를 높인 후 벌레를 건져 먹었다(동영상 캡쳐)


천재 까마귀라고 불리는 ‘베티’도 유명하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알렉스 카셀니크 연구팀이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베티’)에게 문제를 냈다. 긴 시험관에 아주 작은 양동이를 넣고 그 안에 먹이를 놓은 뒤, 그 옆에는 갈고리 모양의 막대기를 두어 갈고리로 양동이를 끌어올려 먹이를 먹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원래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들은 나무속에 숨어 있는 애벌레를 꺼내 먹기 위해 막대기를 사용한다. 까마귀는 문제없이 시험관에 갈고리를 넣어 양동이를 꺼낸 뒤 먹이를 먹었다.7) 놀라운 일은 다음에 벌어졌다. 똑같은 상황에서 펴진 철사를 주고 까마귀의 반응을 본 것이다.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는 부리로 철사를 구부려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양동이의 먹이를 꺼내 먹었다. 과학자들은 야생동물 중 가장 똑똑하다는 침팬지도 인공 재료로 갈고리를 만들 수는 없다며 몹시 놀라워했다(그림 2 참조).




[그림 2] 철사를 구부려 갈고리를 만드는 까마귀. https://www.nytimes.com/2012/06/12/science/gifts-of-thecrow-and-bird-sense-the-lives-of-the-winged-set.html


이 까마귀는 심지어 복합 도구도 만든다. 2019년 영국 옥스퍼드대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상자 속 먹이에 닿기에는 짧지만 서로 끼울 수 있는 형태의 막대들을 까마귀에게 줬다. 그러자 8마리 중 4마리가 5분 내에 짧은 막대를 이어 상자 속 먹이를 꺼내는 데 성공했다(그림 3 참조).8)




그림 3] 복합 재료를 사용하는 까마귀


아시아의 큰부리까마귀도 영리하기로 유명하다. 그 예로 호두같이 단단해 내용물을 꺼내기 힘든 음식물을 먹을 때, 신호등 앞에 멈춘 자동차 바퀴 앞

에 호두를 갖다 놓고 자동차가 지나간 후에 껍질이 부서지면 알맹이를 먹는다. 심지어 일반 도로가 아닌 횡단보도 위에 올려놓고 파란 불이 들어오면 먹으러 간다(그림 4 및 동영상 QR 참조)




[그림 4] 도로에 호두를 떨어뜨려 자동차가 지나간 후 껍질을 부숴 알맹이를 먹는 까마귀(동영상 캡처).


까마귀는 사회성이 매우 발달한 동물로 까마귀 고유의 언어로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다른 개체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으며, 또한 그 이야기를 들었던 까마귀들도 다른 까마귀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또한 까마귀들끼리 재판을 벌여 피고인을 처단하기도 한다.9) 이는 서양에서 ‘까마귀 집회’라고 부르는데, 넓은 공터에 까마귀들이 모여 모임을 여는 듯한 모양새다. 그러다가 한두 마리를 공격해서 쫓아내거나 죽이기도 하는 모습이 재판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 밖에도 까마귀는 별다른 훈련 없이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보거나, 먹이를 저장해 두고 그 저장 장소를 정확히 기억하며 먹이의 부패하는 시간도 이해하는 등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지 지능도 상당한 수준이다.


3. 까마귀 지능의 비밀

사실 새의 두뇌가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두뇌의 크기와 관련이 있다. 타조는 새 중에서 가장 큰 뇌를 가지고 있으며 무게는 25g이다. 이에 반해 침팬지의 뇌는 약 400g, 인간의 뇌는 1,300g, 향유고래의 뇌는 무려 9,000g이나 나간다. 상식적으로 뇌의 크기와 지능이 비례한다고 보았을 때, 새들은 불리해 보이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까마귀와 앵무새

의 뇌가 뇌 크기에 비해 두 배나 많은 뉴런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10) 즉 까마귀와 앵무새는 상대적으로 뉴런의 밀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뉴런의 농도가 높을수록 뉴런 사이의 거리가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5] 까마귀(5. Raven)의 뉴런 수와 뇌의 무게 비교


조밀하게 밀집된 대뇌의 뉴런 그룹 간에 정보가 반복적으로 전송되는 작업에서 신호가 한 지점에서 다음 지점으로 이동하는 데 더 적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상 유리하다. 실제로, 독일 드레스덴 공과대학의 사라 레츠너와 크리스티안 베스트는 비둘기가 특정한 인지 작업을 할 때 인간보다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즉 새의 대뇌 겉질의 뉴런 밀도는 더 빠른 전도 속도를 제공해 더 작은 뇌의 크기를 일부 보상한다.

한편, 까마귀들이 영리한 것은 사람처럼 유년기가 길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11) 어린 까마귀들은 4년 동안(인간으로 치면 약 20년에 해당) 부모 곁에 머물며,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지적 도전 과제’에 숙달된다. 즉 까마귀들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어미 새들과 함께하며 유년기를 보내는데, 이 기간에 부모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과제 해결 방법을 신속히 터득하는 것이다. 이상, 더는 지능이 나쁜 동물로서 억울한 누명은 벗었으면 하는 마음에, 까마귀를 대신하여 변호를 마친다.


1) “‘새대가리’는 욕이 아니라 칭찬?”, 신동아, 2005. 02.24. ; https://shindonga.donga.com/3/all/13/104249/1, 이하 참조

2) “새들은 똑똑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575호, 2020. 09. 14. ; https://scent.kisti.re.kr/site/main/archive/article/%EC%83%88%EB%93%A4%EC%9D%80%EB%98%91%EB%98%91%ED%95%98%EB%8B%A4-20200914073000 이하 참조

3) “집 찾아온 비둘기 “정말 똑똑한 비둘기네””, 조선비즈닷컴, 2013.11.01. ;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01/2013110101095.html

4) “‘비둘기’는 사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 인사이트, 2017. 12. 05. ; https://www.insight.co.kr/news/129372

5) “비둘기가 멍청하다? 천만에. 비둘기는 글을 읽는다”, 중앙일보, 2016. 9. 19.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0603733#home

6) “까마귀”, 나무위키, 2022. 09. 21.방문, ; https://namu.wiki/w/%EA%B9%8C%EB%A7%88%EA%B7%80#fn-9

7) 상기 각주 2 참조

8) “IF] “더 이상 ‘새대가리’라고 놀리지 마라””, 조선비즈, 2020.01.09.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09/2020010900068.html

9) 상기 각주 6 참조

10) ““Birdbrain” Turns from Insult to Praise”, Onur Güntürkün, SCIENTIFIC AMERICAN, 2020. 1. 1. ;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birdbrain-turns-from-insult-to-praise/ 이하 참조

11) “까마귀가 영리한 건, 사람처럼 유년기가 길기 때문”, [BRIC Bio통신원], 양병찬, 2020. 06. 09. ;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18052


※ 동아약보 2022년 11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