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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문화약국] 토닥토닥. 등을 쓸어주고 싶은, 남매의 어쩌면 우리들의 여름밤.

작성자
admin
2022-07-22
조회
172

토닥토닥. 등을 쓸어주고 싶은, 남매의 어쩌면 우리들의 여름밤.

영화 『남매의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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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싣고 떠나는 한 가족이 있다. 방학 동안, 옥주와 동주 남매는 아빠를 따라 할아버지의 낡은 2층 양옥집에서 지내게 된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고모 미정도 갑자기 이 집에 찾아와 눌러앉게 되고, 각자의 이유가 얽히고설켜 옥주와 동주, 아빠와 고모, 두 남매와 할아버지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게 된다. 어색하지만 친근한 시간이 머문 할아버지의 집에서, 한 가족 여름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의 어릴 적 여름밤


어릴 적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학이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시골집에서 여름을 보내곤 했다. 시골집에서의 밤은 어린 나에게는 참 까맣고 무서웠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뭔가 허술하기만 한 시골집의 대문을 열고 혹시 도둑이 들진 않을까 뜬 눈으로 한참을 뒤척였던 기억이 난다. 그럴 때면 할머니는 괜찮다며 내가 잠이 들 때까지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주곤 했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극적인 갈등이나 특별한 스토리는 없다. 그런데도 이 슴슴한 이야기에 빠져드는 이유는 대사 하나하나, 장면 곳곳에서 녹아든 자신의 추억을 발견할 수 있어서다. 영화 속 낯설기만 한 할아버지의 집에서 문을 꽁꽁 잠그고 할아버지와 아빠를 기다리는 옥주의 모습이나 어린 동주를 보며 미소 짓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나는 잊고 지냈던 여름날의 소중한 시간이 떠올랐다.


 



가족 그리고 인생


이 영화는 존재 자체만으로 힘이 되는 순수한 가족의 가치와 함께, 명분들이 모여 잘 포장된 가족들의 불편한 감정들이 어우러져 현실 속 가족의 의미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서로 갈등하고 상처를 주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하나로 뭉쳐 힘이 되는 가족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왠지 모를 서글픔과 아련함을 가져다준다.


밝고 순수한 개구쟁이 동주, 예민한 사춘기 소녀 옥주, 현실에 찌든 아빠와 고모,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할아버지까지. 영화 속 인물들은 과거에 대한 추억과 현재에 대한 성찰,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우리 인생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가족 앞에서 스스럼없이 재롱을 피우는 동주나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마음속에 꾹꾹 눌러내는 옥주에게서 유년 시절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픈 부모님이 걱정되지만, 부담이 되기도 하는 아빠와 고모에게서 중년의 현실적인 고민이 묻어나기도 한다. 또한 이를 묵묵히 지켜보며 아무 말 않는 할아버지에게서 죽음을 앞둔 노년의 인생과 늘 더 해주고만 싶은 부모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 속에 담긴 후덥지근한 여름날의 공기와 색감, 시간의 손때가 묻은 오래된 물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자신의 과거, 현재, 또는 미래에 맞닿아 있는 보편적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소박하고 잔잔한 여름날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고 찬란했지만 때로는 슬픔에 얼룩지기도 했던 나 또는 누군가의 긴 시간이 흘러간다. 영화를 통해 동아약보 독자들의 무의식 속에 스며든 여름날 기억의 한 조각이 선물처럼 빛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