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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 지혜의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송후림 원장

작성자
admin
2022-03-31
조회
1367

마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지혜의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송후림 원장


입은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 하라는 뜻에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소리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사람들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송후림 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


Q. 원장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나요?


인간의 고통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정신적인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인생의 목표를 두었고 여러 분야를 살펴보다가 정신의학에 안착하게 됐습니다. 종교는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거나 제거하는 쪽으로, 정신의학은 정신적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하는 데 무게 중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매일매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면 어떻게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지 체감하실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환자분들은 주로 어떤 문제로 원장님을 찾는 편인가요?


한국 사회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고 압박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그리고 개인이 이를 견뎌내야 하는 구조인데, 갈수록 견디기 어려워지는 추세로 보입니다. 외부 압력은 높아지는데 개인의 역치는 낮아지고 있죠. 번아웃, 우울증, 공황과 같은 용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사회 배경이 자리잡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Q.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 레드, 블랙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럴 때 심리 방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코로나 자체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각종 제약과 이에 따른 고립적인 생활이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수업이나 재택근무를 하는 분들 가운데 집에서만 지내다가 생활의 루틴이 깨진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스스로 생활의 루틴을 정해서 그것을 지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밤이 되면 자고 아침이 되면 깨고, 주간에 육체 활동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감염을 걱정하며 집에서만 지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으므로 특별한 일정이 없어도 하루 30분 이상 밖에 나가서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고 들어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일


Q.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일이 아니라 인간관계가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하면서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들어 관계를 정리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인간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관계의 문제는 영원한 숙제인데요.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 중에서 인간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입니다. 정신과에서 오래된 금언인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고통을 주는 상대방이 바뀌길 희망하지만 많은 경우 타인은 내가 애쓴다 해서 잘 바뀌지 않는 영역에 있습니다. 이 경우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무용한 노력에 그치게 되므로 이를 상수로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Q. 우리 사회에서는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편이라고 봅니다. 매일매일 환자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계시는 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경청이란 무엇인가요?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말고 사람은 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듣는 것입니다. 현재 번역 중인 오픈다이얼로그의 텍스트북에는 대화(dialogue)와 회화(conversation)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는데 회화가 합의와 동일화를 지향하는 것에 비해 대화는 나와 상대가 얼마나 다른지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선한 의도에서 조언해줄 수 있겠지만 객관성과 올바름을 지나치게 지향하는 태도는 자칫 독백으로 이어지고 대화로 연결되지 못합니다.



 


#나에게 귀 기울이는 일


Q. 원장님은 고민이 생길 때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고민이나 생각할 거리가 있을 때는 가급적 밖에 나가 걷습니다. 걸으면서 생각이 가지런히 정리되는 경험을 많이 해서 “몸이 움직이면 마음이 쉰다”는 말에 지극히 동의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즉각적이고,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걷기만 한 게 없습니다.


 


Q. 원장님의 귀를 즐겁게 하는 소리나 음악은 무엇인가요?


저는 TV , 유튜브 등 시각적 매체는 거의 보지 않지만, 음악은 즐겨 듣습니다. 개원하고 나서는 음악을 들을 시간이 거의 없어졌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도 거의 없어 출퇴근 시간에 오디오북을 주로 듣는 편입니다. 상상뿐이지만 조기 은퇴를 할 수 있다면 집에서 클래식 FM 을 배경 음악처럼 틀어 놓고 지내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