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어른이 문화약국] 시간이 흐르는 것이 두려운 어른이에게

작성자
admin
2022-03-29
조회
270

째깍째깍… 시간이 흐르는 것이 두려운 어른이에게

『틱, 틱… 붐!』 (Tick, Tick… Boom!, 2021)



영화 「틱, 틱… 붐!」은 뮤지컬 ‘렌트’로 업계에 한 획을 그은 천재 작곡가 ‘조너선 라슨(Jonathan David Larson)’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의 성공 이전의 인생을 보여주는 영화다.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 「틱, 틱… 붐!」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뮤지컬 각본가이자 배우, 작곡·작사가로 활약하고 있는 ‘린-마누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의 영화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다재다능한 감독의 연출로 뮤지컬 무대를 스크린에 옮겼다. 조너선 라슨 역으로는 스파이더 맨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배우 ‘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가 맡았는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평이 주를 이루는 만큼 영화 속 그의 다채로운 모습을 감상해보자.


 


너 자신한테 이걸 물어봐.

널 움직이는게 두려움이야, 사랑이야?”

- 영화 『틱, 틱… 붐!』 대사 中


 


꿈과 현실 사이에서

소설가 고(故) 박완서 선생님은 “요즘 사람 나이를 옛날 사람과 똑같이 쳐서는 안 되고, 살아온 햇수에 0.7을 곱하는 게 제 나이”라고 했다. 현대인들은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 나이가 된다는 의미다. 나이는 상대적이라고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는 어쩔수 없이 숫자로 대표되는 그 나이 때 해야 할 것들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어른이들의 서글픈 현실이다.

영화 「틱, 틱… 붐!」 주인공 ‘조너선 라슨’은 서른 살이라는 나이에 집착하며, 꿈만 좇다가 아무것도 되지 못하는 것이 두려운 청춘이다. 그에게 영어로는 ‘틱, 틱(tick, tick)’, 우리말로는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간은 야속하기만 하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이 그를 덮칠 때면 시계의 초침 소리는 점점 더 크게 자신을 옥죄어 온다.


 


“모두가 노래해. 해피 버스데이. 하지만 엎드려 울고 싶어져.

그냥 생일이 아니잖아. 90년에 서른.

왜 29살로 살 수 없어?

마음은 아직 22살인데. 1990년에 서른 살.

죽은거나 다름없어, 어떡하지?”

- 영화 『틱, 틱… 붐!』 대사 中 -


 


이 영화는 ‘꿈과 현실’이라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할 법한 기본적인 고민을 담고 있지만 생각하는 이에 따라 결말이 다르게 와 닿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한 편의 소설과 같은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인생과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묘하게 우리 어른이들의 인생과 교차하는 지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조너선 라슨처럼 꿈을 좇는 사람도, 결국 안정을 택한 그의 연인과 절친도, 불치병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 놓인 친구도 모두 제각각 그럴 수밖에 없는 각자의 이유를 갖고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각각 저마다의 불안과 고민으로 인생에서의 수많은 결정들을 이어 나간다. 입체적인 인물들이 대변하는 각각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며, 관점에 따라 이 영화는 도전을 꿈꾸는 이에게는 희망의 메시지가, 그런 장밋빛 엔딩은 다소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적나라한 현실의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그럼 전 이제 뭘하죠?”

“다음 작품을 써. 그게 끝나면 또 쓰고 계속해서 쓰는 거지, 그게 작가야.

그렇게 계속 써 재끼면서 언젠가 하나 터지길 바라는 거라고”

- 영화 『틱, 틱… 붐!』 대사 中 -


 


드라마 그 이상의 현실

현실에서 꿈에 도전하고 성공을 이루는 아름다운 스토리는 먼 얘기이기에 우리는 모두 미디어를 통해 그런 ‘동화 속 결말’을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때때로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고들 하지 않는가. 실제로 꿈을 위해 달리던 조너선 라슨은 35세의 젊은 나이에 대동맥류 파열로 갑작스레 세상을 뜨고 만다.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은 자신의 첫 오프브로드웨이 작품이자 뮤지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인 「렌트」의 개막 전날이었다. 자신의 청춘을 다 바쳐온 꿈과 성공의 문턱에서 허망하게 세상을 뜬 ‘조너선 라슨’의 젊은 날이 어른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왜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할까? 이대로도 그럭저럭 살 만한데.

왜 우리는 고개를 끄덕일까? 비록 보스가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왜 우리는 새 길을 내야 할까? 더 안전하고 익숙한 길이 있는데.

어떻게 우리는 잘못된 걸 보고도 싸우지 않을 수 있을까?”

- 영화 『틱, 틱… 붐!』 대사 中 -



째깍째깍…시계 초침 소리가 점점 커져만 가고, 속절없이 흐르는 기계적인 시간과 기한이 우리의 삶을 이끄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 나만 멈춰 있는건 아닌지 조급한 마음에 초조한 순간들이 찾아올 때, 외부의 모든 소리에 잠시만 귀를 닫고, 영화 속 조너선 라슨의 노래에 귀를 기울여보자. 조너선 라슨의 노래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다. 시계 초침이 아닌 내 안의 소리가 커질 때 우리의 인생이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