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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Park의 사교성] 거자일소[去者日疎]의 마음으로 그리움을 거닐다

작성자
admin
2021-03-30
조회
798

거자일소[去者日疎]의 마음으로 그리움을 거닐다



거자일소[去者日疎] 유래 


한(漢)나라 때 남녀 사이의 애정을 노래하거나 인생의 허무함을 탄식하는 등 생활의 애환을 자유롭게 표현한 작자 미상의 노래가 있는데, 이를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라고 합니다. 중국 육조(六朝)시대 양(梁)나라의 소명태자(昭明太子)가 편찬한 《문선(文選)》 〈잡시(雜詩)〉에 수록된 지은이 불명의 고시(古詩) 19수(首)는 감성(感性) 표출의 아름다움을 어디에도 비견할 수 없는 시를 모았습니다. 여기서 거자일소는 많은 고시 중에서도 가장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제14수의 첫머리, 거자일이소(去者日以疎)라는 표현에서 나왔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세련된 노래로 불렀다는 것에서 인간의 감성은 시대를 초월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과장은 왜 거자일소[去者日疎]를 소개하게 되었을까? 


저희 집에는 딸이 두 명이 있습니다. 올해 첫째 아이는 유치원 2년 차, 둘째 아이는 어린이집으로 등원합니다.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베풀어 주신 어린이집 선생님 덕분에 첫째 아이를 2년 동안 같은 어린이집에 보냈고, 아이도 가족들도 만족해하며 잘 다녔습니다. 그래서 올해 둘째 아이도 첫째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하고 선생님께도 인사를 드릴 겸 1년 만에 첫째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첫째 아이가 선생님을 보면 당연히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처음보는 사람인 것 마냥 전혀 기억을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적잖게 충격을 받았죠. 저는 기억력이 남들과 다르게 좋은 편이어서 대인관계도 잘 유지해 왔던 터라 당연히 제 아이도 저를 닮아서 선생님을 잘 기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년을 함께한 선생님을 1년 만에 봤음에도 기억을 못하다니, 거자일소의 상황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로 모임을 자주 갖지 못하게 되어 제 주변에서도 거자일소 되지 않았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지인들에게 꾸준히 안부 메시지를 보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박 과장은 거자일소[去者日疎]! 


개인적으로는 1989년부터 2007년까지 약 20년 가까이 홍콩 영화를 좋아했습니다. 왕조현을 시작으로 임청하, 이연걸, 관지림, 장민, 이가흔, 성룡, 유덕화로 이어진 계보의 영화를 주류로 좋아하다가 주성치의 서유쌍기를 처음 접한 후 주성치 영화의 마니아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주성치의 진지하면서도 황당한 개그가 좋아서 그의 영화를 좋아했는데, 자꾸 영화를 바꿔보다 보니 그의 곁에는 찰떡같이 붙어있던 한 영화배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바로 오맹달이라는 배우인데요, 익살스러운 표정에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을 항상 기르며 진지한 표정으로 코믹 연기를 하는 것이 일품이었습니다. 오맹달이 출연한 작품이 100여 편이 되는데, 그중 주성치와 찍은 작품이 영화 26편, 드라마 3편이라고 합니다. 그랬던 그 명콤비가 어찌 된 일인지 2002년 소림축구를 끝으로 더 이상 작품활동을 같이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주성치가 단독으로 출연한 쿵푸허슬과 장강7호 역시 어느 정도 흥행은 했지만 특유의 재미가 반감되는 듯하여 점점 홍콩 영화와 멀어졌습니다. 그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심심해지면 예전 주성치와 오맹달의 영화를 보며 무료함을 달래 오다가 얼마 전 충격적인 비보를 접하게 됐습니다. 바로 오맹달이 2월 27일 향년 68세에 간암으로 사망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영화를 보면서 친근함을 느낀 배우였기에 항상 곁에 있어 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다니 일면식도 없는 사람임에도 비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2002년 이후 오맹달 영화를 본 적이 없고, 과거의 모습만 봤기 때문에 그가 어찌 지내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 나이가 중년에 접어들게 되면서 오맹달과 즐겁게 지낸 그 시절이 까마득한 옛날이 된 것만 같습니다. 명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배우 오맹달이 나오는 ‘주성치의 파괴지왕’이라는 영화와 함께 웃음이 가득한 봄날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 영화 『주성치의 파괴지왕』 포스터  (출처: NAVER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