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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치의] 새해 결심과 도파민의 두 얼굴

작성자
admin
2021-01-04
조회
104

‘작심삼일(作心三日)’은 ‘과학’이다


필자는 수영을 좋아한다. 운동이자 취미로 수영을 오랜 기간 해왔다. 그런데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발생하는 일이 있다. 바로 예약 전쟁이다. 코로나19로 수영장 이용이 어렵지만, 새해가 되면 수영장 이용을 위해 항상 예약 전쟁을 벌여야 한다. 실제 새해 수영장 개장 첫날에는 물 반 사람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불과 며칠만 지나면(더 정확히는 3일이 지나면) 그 많던 수강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미 예상했겠지만, 바로 이때가 ‘작심삼일’의 마법이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 작심삼일은 바로 ‘과학’이다. 물론, 새해 다짐이 3일 동안이나 지속되는 것이 어디냐는 자조 섞인 농담이 들리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작심삼일’에 인문학, 심리학, 철학, 뇌과학 측면으로 접근해 가며 인간의 본성을 분석하려고 한다. 하지만 학문이 발전할지언정 ‘새해 다짐’이라는 무거운 엉덩이를 가진 녀석을 움직이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듯하다. 그 많은 수강생들이 새해 일출을 보며, 혹 누군가는 교회나 절에서 새해 소망을 기원하며 다이어트와 건강한 몸 만들기를 다짐했을 텐데, 아마도 기도가 부족했나 보다.


 


 


결심은 내가 지배? 뇌가 지배?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분리할 수 있는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지 또는 정신이 먼저인지, 육체가 먼저인지에 관한 종교적·인문학적인 접근은 차치하고, 과학적으로만 접근할 때 호르몬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우선 작심삼일은 ‘호르몬’에 의한 작용으로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밝혀졌다. 결심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3일간만 지속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결심의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러하다. 결심의 가장 초기, 1단계에서는 아드레날린(Adrenaline)과 코티솔(Cortisol)이 작용하는데, 그 기간이 3일 정도라서 작심삼일의 원인이 된다. 즉, 결심을 방해하는 1차 주범이다. 아드레날린은 흥분, 공포, 분노 등의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서, 사람들이 최초로 결심할 때 흥분, 긴장, 설렘을 담당한다. 반면, 호르몬이 줄어들게 되면 결심을 허무하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2단계에서는 쾌감과 희열을 주는 도파민(Dopamine)이 등장한다. 아드레날린과 코티솔이 불러일으킨 결심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한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지면서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도파민이 부족하면 그러한 짜릿한 기쁨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해 매번 결심만 하다가 그치게 된다. 즉, 한 번이라도 결심을 하고, 그 결심이 성취에 이르러야 도파민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3단계에서는 엔도르핀(Endorphin)이 작용한다. 고통을 줄여주는 호르몬이다. 진통 효과를 내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통증을 느낄 때 분비돼 통증을 조절한다. 결심했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 등장하는 호르몬이다.


4단계에서는 결심을 훼방하는 멜라토닌(Melatonin)이 작용해서 결심을 포기하게 만드는 2차 좌절을 경험한다. 다시 이를 넘어서 5단계에 이르면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이 등장해 결심을 실천하여 고통을 잊게 해주고, 6단계가 되면,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또 다시 뜨거운 열정으로 결심을 견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7단계가 되면, 세로토닌(Serotonine)이 분비되면서 결심을 통해 흐뭇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특히 세로토닌은 행복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물질로서 식욕, 수면, 기억력, 학습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최창호, 『결심중독』, 2016.).


 


도파민(Dopamine)의 두 얼굴 


한편, 새해 결심과 관련하여 결심의 2단계에서 언급한 ‘도파민’을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도파민은 대부분 중독 현상과 관련이 있고, 습관 형성에 주요한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도파민은 동기, 보상, 쾌락에 관여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인간은 도파민의 노예라든지, 도파민에 의해 조종받는다고까지 표현하기도 한다(정연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도파민의 조종』, 2017.). 그도 그럴 것이 ‘도파민의 보상회로(Reward Circuit)’의 메커니즘이 인간의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뇌과학적으로 즐거운 행동은 ‘보상 회로(Reward Circuit)’로 설명된다. 보상 회로는 행동을 반복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일차적으로는 음식을 먹는 등 생존에 필수적인 행동을 할 때 쾌락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고, 이를 계속하도록 유도한다. 일단 결정된 사항을 행동으로 옮겨 실행하면, 뇌에서는 그 대가로 도파민을 분비하여 기분 좋은 느낌, 즉 만족감을 준다. 도파민이 분비돼 만족감을 줌으로써 그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어버린다. 처음에는 뇌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행동으로 느낀다 해도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같은 행동을하면 도파민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면서 이 익숙하지 않던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뇌에 새겨진다(오한진, “습관의 과학”, 대전일보, 2020. 1. 9).


그러나 좋은 습관으로 이어지는 것과 반대로, 자칫하면 도파민의 보상회로가 나쁜 쪽(?)으로 발달할 수도 있다. 즉, 뇌에서 보상 회로가 쾌락을 위해 과도하게 반복될 경우 중독으로 이어진다. 매해 새해 다짐으로 등장하는 소재인 담배, 술, 도박 그리고 게임 중독이 그러한 사례이다. 이러한 중독 사례도 뇌과학적으로는 도파민과 관련이 깊다. 물질이든 행동이든 절제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집착해 사회활동, 대인관계, 직업기능에 지장을 주는 정도가 바로 중독인데, 중독자들은 ‘쾌락을 위해’ 담배, 술, 마약, 도박, 게임으로 도파민의 보상 회로를 습관화하고 이를 추구하도록 만들어 나갔기 때문에 중독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일단 뛰어내리자 


극단적으로 학문·종교·예술적 성취를 이루겠다는 욕구가 술이나 담배, 도박 등을 찾는 욕구보다 숭고할까? 이 질문에 대해 쾌감의 매개체인 도파민의 입장만 놓고 본다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다. 도파민을 통해 보상과 쾌감을 추구한다는 결과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좋은 습관’과 ‘중독’은 한 끗 차이에 불과하다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삶이 그저 뇌과학적으로 프로그래밍되거나 호르몬의 장난으로 단순히 통제되어 휘둘리게 되는 것은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또한 삶의 목표를 어디에 두는 것이 보다 가치 있는 삶인지, 좋은 습관이라는 것도 결국 인간의 숭고한 정신과 의지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고찰해 보면, 결국 마음먹기를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마치 담벼락 위에서 좋은 습관이 있는 왼쪽으로 뛰어내릴지, 통제 불능의 중독 상태가 있는 오른쪽으로 뛰어내릴지 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여러분이 할 일은 단지 어느 쪽으로 뛰어내릴지 결정하고 한 발 내딛는 것으로 족하다. 그 다음은 ‘도파민’이라는 중력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된다. 물론 담벼락에서 한 번 뛰어내리면 도파민의 중력을 거슬러 다시 반대편으로 넘어가기가 무척 힘들다는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결국, 어느 쪽으로 뛰어내릴지 결정하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다.


다행히도, 우리는 새해 다짐을 하며, 매번 새로이 담벼락에 올라선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① 낮은 담벼락(소소한 목표)이라도 뛰어내려 성취감을 반복적으로 얻는 것


② 왼쪽(좋은 습관이 되는 쪽)으로 뛰어내리겠다는 결심


처음부터 거창하게 높은 담벼락에서 뛰어내릴 필요가 없다. 이는 여러분을 주저하고 좌절하게 만들 뿐이다. 단지 작은 담벼락에서 뛰어내리기와 왼쪽으로 뛰어내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뇌는 도파민의 보상회로를 통해 여러분을 점점 좋은 습관으로 이끌게 될 것이다.



※ 동아약보 2021년 1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