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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치의] 순삭되는 근육, 노화이야기

작성자
admin
2023-12-12
조회
145

[과학주치의] 순삭되는 근육, 노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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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老化).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시간이 흐르면 늙고 죽는다. 적어도 인간은 노화와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다. 당연한 상식이자 자연의 섭리지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40대가 되면 노안이 시작되며,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눈물의 지방질 성분이 줄어들어 뻑뻑해진다. 코는 냄새에 둔감해지며, 이에 따라 맛도 덜 느껴진다. 고음이 잘 들리지 않기 시작하며, 목소리가 쉬며 국물을 마실 때 사레가 자주 들기 시작한다. 신체적 노화뿐만 아니라 정신적 능력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면 소위 말해 꺾이기 시작한다.

늙는다는 것을 정확히 정의하기 어렵지만 어렴풋이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종합적 현상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노화를 더디게 하거나 노화 과정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눈물겨운 도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근육 역시 마찬가지다.


 


근육의 노화

나이가 들수록 팔과 다리의 힘이 약해지고 거동이 불편해지는 이유는 골격을 지탱하는 근육이 점점 약해져서다. 즉, 나이가 들면서 일어나는 변화 중 가장 일반적이면서 특징적인 현상은 근육의 양은 줄어들고 지방의 양은 많아지는 것이다. 젊었을 때와 체중이 비슷하게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체지방과 근육의 비율은 달라지기 때문에 절대적인 근육량은 나도 모르게 줄고 있다.

골격근은 나이가 들수록 근육을 구성하는 근섬유의 숫자와 크기가 감소하는데, 1형 섬유보다는 2형 섬유 감소가 두드러진다.1) 근세포 내 미토콘드리아가 감소하고 미오신은 양, 강도, 탄력성이 모두 감소하며 근세포 내 혹은 근세포 사이에 지방이 증가한다. 근육줄기세포인 근위성세포(myosatelite cell)는 감소하는데, 근세포가 손상되면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지 않고 섬유조직으로 채워진다.2) 근위성세포는 비만, 고혈당, 고지방 산혈증, 노화 등의 상황에서 근세포가 아닌 지방세포로 전환되기도 한다.



 


노화와 근육 감소의 관계

노인 근육 감소의 중요한 요인은 신체 활동 부족으로 여겨졌지만, 그보다는 노화로 증가하는 내장 지방 축적, 인슐린 저항성, 염증 과정을 매개로 발생하는 근감소성 비만이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3) 근량(muscle mass)과 강도(strength)는 30세 때 최대가 되고 40세 이후부터 감소하는데, 근량은 10년마다 8%씩 감소하고 강도는 10~15%씩 감소한다. 70세 이후에는 속도가 더욱 빨라져 근량은 10년마다 15%씩 감소하며, 강도는 25~40%씩 감소하여 결과적으로 90세에는 근량이 20세의 절반 정도가 된다.

노화에 따라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근량의 손실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빠르며, 상지보다는 하지가 더 심하다. 근육이 감소하면 독립적인 생활을 제약하고 낙상과 골절이 증가하여 입원과 사망이 증가하는데 근량보다는 근력의 감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근감소증

① 노화에 의한 근량 손실

노화에 의한 근량의 손실을 근감소증(sarcopenia)이라고 한다.4) 이는 미국 약리학자 로젠버그(I. Rosenberg)가 1989년에 살(flesh)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sarx’와 손실(loss)을 의미하는 ‘penia’를 결합해서 만든 용어다. 근감소증 개념이 소개된 후 근량에 연구가 집중되었지만 근량의 감소가 근력 저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연령에 따른 근력 감소(dynapenia)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Dyna는 힘(power)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다. 근량의 감소만큼이나 근력 저하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2009년 ‘유럽 노인 근감소증 워킹 그룹(EWGSOP, European Working Group on Sarcopenia in Older People)’에서는 근감소증을 골격근량과 근력의 감소로 정의하게 되었다. 근감소증이 생기면 단순히 근력이 감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건을 잘 들지 못하고 계단이나 언덕을 오르는 것이 힘겨워지며 자주 넘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고, 더 나아가 골다공증과 낙상, 골절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노인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그동안 노화 과정의 일부로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의료계와 학계에서는 뼈엉성증(골다공증)이나 알츠하이머병(치매)처럼 ‘근감소증(사코페니아, sarcopenia)’을 질병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5) 적극적으로 치료와 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2016년 11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세계 최초로 근감소증에 대해 질병코드를 부여했다. 질병코드는 국가 의료 시스템에서 질병을 분류할 때 쓰는 코드다. 이 코드가 있어야 의료진이 해당 질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 처방 같은 의료 행위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M62.84’로 명명된 미국의 근감소증 질병코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하는 표준 진단지표인 국제질병분류(ICD)의 제10차 임상용 개정판 ‘ICD-10-CM’에도 공식 등록됐다.




② 원인 및 증상

근감소증의 원인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가장 흔한 원인은 단백질 섭취 저하, 운동량 부족이다.6) 특히 필수 아미노산의 섭취 및 흡수가 부족하여 근감소증이 나타나는 비율이 매우 높다. 또 다른 흔한 원인으로는 노화와 동반된 호르몬 부족이 있다. 근감소증은 근육 자체에 생기는 질병 외에도 당뇨병,7) 감염증, 암 등 급만성 질환, 척추 협착증 등 퇴행성 질환에 의해 2차적으로 자주 발생한다.

근감소증은 일차성(원발성) 근감소증과 이차성(속발성) 근감소증으로 구분된다. 원발성 근감소증은 노화 그 자체로 인해 발생하며, 이차성 근감소증은 질환이나 신체 비활동, 침상 안정 상태, 영양이나 흡수 장애 등으로 발생한다.8)

근감소증의 증상으로는 근력 저하, 하지 무력감, 피곤감이 있다. 근육량과 근력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들지만, 근감소증은 나이나 성별 등을 감안하더라도 근육량과 근력이 지나치게 줄어들어 신체 기능이 떨어지며 건강상의 위험이나 사망률이 증가한다(2016년 서울대 의대 연구진이 국내 65세 이상 남녀 560명을 대상으로 근감소증과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근감소증이 있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사망률이 4.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감소증 환자는 걸음걸이가 늦어지고 근지구력이 떨어지며 일상생활이 어렵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자주 필요하게 된다. 근육의 혈액 및 호르몬 완충 작용이 줄어들어,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고, 만성 질환 조절이 어렵게 되며,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이 쉽게 악화될 수 있다.




③ 진단

근감소증 진단 방법은 지난 25년 동안 다양하게 제시되어 왔다. 대부분은 근량과 근력, 신체 활동 능력(physical perfomrmance)을 측정하여 진단한다.9) 근량은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XA, dual energy X-ray absorptiometry) 혹은 생체전기저항분석(BIA, bioelectric impedance analysis)으로 평가한다. DXA는 골다골증을 진단하는 방법이기도 한데, 먼저 골량(bone mass), 지방량(fat mass), 제지방량(lean bodymass)을 측정한 다음, 팔다리에서 측정한 지방량을 사지골격근량(ASM, appendicularskeleta muscle mass)으로 간주하고 이를 키(meter)로 보정한 사지골격근지수(ASM/m2)가 건강한 젊은 남녀의 평균값보다 2표준편차 이하이면 근감소증으로 진단한다.

근력은 보편적으로 악력(grip strength)을 측정하는데, AWGS(AsianWorking Group for Sarcopenia)에서는 연구 집단의 하위 20%를 기준으로 남자는 26kg 미만, 여성은 18kg 미만이면 근감소증에 해당하는 근력 감소로 본다고 정했다. 신체 활동 능력은 보행 속도로 평가하며 AWGS에서는 6분 보행 속도가 0.8m/s 미만일 경우를 진단의 기준점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근감소증 진단은 아직까지 일치된 진단 기준이 없어 기준을 어떻게 두는가에 따라 유병률의 차이가 크다.


 


치료와 예방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인식하였으며 눈에 띄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치료법은 없다.10) 근육량이 감소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근감소증 개선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영양’과 ‘운동’,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① 고단백질 음식과 물 섭취하기

특히, 평소 고단백질 음식을 자주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 단백질은 근육의 구성 성분으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근육에 저장되어 있던 단백질이 사용되어 근감소증이 유발·악화될 수있기 때문이다.11)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일일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0.8~1.2g 정도다.




근육의 감소가 빠른 노인은 권장 섭취량보다 많은 양이 필요하므로 체중 1kg 당 1.2~1.5g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식단에 두부와 콩, 생선, 계란, 우유 등을 포함해 꾸준히 섭취하도록 노력하자.




또한 65세 이상 노인의 물 섭취 권장량은 남성 5잔(1,000mL), 여성 4잔 반(900mL)이다.12) 만성 물 부족 상태는 세포의 수축 및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저해하므로 많은 수분을 함유하며 수시로 물의 이동이 많이 일어나는 근육에서는 이러한 수분 부족이 직접적으로 기능의 감소와 효율의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근감소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② 근력 운동하기

근육은 여러 기능을 하지만 크게 두 가지 기능이 중요하다.13) 하나는 몸의 에너지를 걷고 달리고 들어 올리는 힘으로 바꿔준다. 다른 하나는 뼈대에 있어 자세와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근육은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신체의 대사 균형을 잡아준다. 근육을 단련하면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을뿐더러 폐 주변 근력 또한 강화돼 심폐 기능까지 좋아질 수 있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근육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 중 근력 운동을 하는 인구는 그리 많지 않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근력운동 실천율은 2020년 기준 남자 32.2%, 여자 17.0%에 과했다.14) 10년 전인 2010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근력운동 실천율이란 1주일 동안 팔 굽혀 펴기나 윗몸 일으키기 등 근력 운동을 2회 이상 한 경우를 말한다.




다만, 노년층의 경우 갑자기 과하게 근력 운동을 하면 부상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질환을 유발·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가벼운 무게로, 서서히 운동 강도를 늘려가는 것이 좋다. 운동 전 준비 운동은 필수다. 중년 이후에는 유연성이 저하되어 있거나 관절이 뻣뻣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진부한 결론이지만 운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출처>

1) 『노화학사전』, 최현석, 243-245pp 이하 참조

2) 그림 참조, https://biologydictionary.net/satellite-cells/

3) 상기 각주 1 참조

4) 상기 각주 1 참조

5)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25156, 이하 참조

6) https://www.amc.seoul.kr/asan/mobile/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3924, 이하 참조

7) https://mobile.hidoc.co.kr/healthstory/news/C0000779886 참조, 2019년 발표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는 같은 나이대 정상인에비해 근감소증 위험이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 https://www.hk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318704,이하 참조

9) 상기 각주 1 참조

10)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1021703341

11) https://mobile.hidoc.co.kr/healthstory/news/C0000779886, 이하 참조

12) 상기 각주 8 참조

1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849409#home 이하 참조

14) https://doi.org/10.56786/PHWR.2022.15.44.2786


※ 동아약보 2023년 12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