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과학주치의] 너랑 나랑 무슨 의미? 폐와 운동선수 이야기

작성자
admin
2023-05-04
조회
235

너랑 나랑 무슨 의미? 폐와 운동선수 이야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콘텐츠에 대한 소감을 남길 수 있습니다.


멋진 스포츠 스타를 보면, 마치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으로 보일 때가 있다. 같은 인간 종족이 맞는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 과격하게 '괴물'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들의 뛰어난 신체 능력이 부럽기도 하지만, 어쩌면 부단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에 경이롭기도 하다. 그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를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다르다고 하기에는 겉모습이 비슷(?)한 것 같은니, 소심하게나마 눈에 보이지 않는 장기인 '폐'의 차이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펠프스의 팔 기술


① 이중관절의 팔목을 이용해 물 안에서 더욱 추진력을 발생시킨다.

② 양팔로 물살을 가를 때 비정상적으로 긴 팔은 프로펠러 구실을 해서 앞으로 더 나아가게끔 한다.


 


펠프스의 돌핀킥


① 발차기(킥) 발목과 355mm의 큰 발에서 90% 추진력이 나옴.

② 회복력: 펠프스는 이중관절의 발목을 갖고 있어 15도 각도로 구부러지는데 이는 더 큰 힘을 생산해낸다.


 


슬픈 이야기 하나 폐활량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


미국의 유명한 수영 선수 펠프스는 전성기 시절 폐활량이 최대 8,500㏄에 이르렀는데, 이는 일반 성인(남성 3,500㏄, 여성 2,500cc 정도)의 3배, 마라톤 국가 대표(평균 폐활량 4,700㏄)의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1)2)


혹시 우리도 운동을 열심히 하면 폐활량이 늘어 펠프스처럼 멋진 수영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든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폐활량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 안타깝게도 역시나 그들은 우리와 태어날 때부터 다르다. 운동을 해도 폐활량은 늘지 않는다.


이유인즉, 폐활량(최대로 들이마셨다가 내뿜을 수 있는 공기의 양)은 폐의 크기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3)4) 따라서 폐활량은 운동 여부보다는 키와 몸집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대체로 키와 몸집이 클수록 폐의 크기도 비례한다(참고로 폐의 크기는 일생에서 45세를 전후로 가장 커진다고 한다). 심지어 폐활량의 상징인 마라톤 선수의 폐활량(4,700cc)을 단거리 육상 선수(4,900cc)의 폐활량과 비교하더라도, 딱히 마라톤 선수의 폐활량이 더 크지 않다.


사실 펠프스 키는 193㎝다. 양팔 길이(오른손 끝에서 왼손 끝까지 잰 길이·윙스팬)는 202㎝다. 펠프스는 몸통이 길고 하체는 짧은 체형이다. 몸통 길이만 놓고 보면 그의 키는 203.1㎝가 되어야 하고, 하체 길이만 놓고 보면 182.8㎝가 되어야 한다. 쉽게 말해, 펠프스는 크고 긴 폐를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폐활량이 남들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내 키와 몸집을 펠프스와 비교해 보면 대충 나의 폐활량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희망적인 이야기 하나 최대 산소 섭취량을 고려하자!


내 몸을 보아하니, 이미 몸통 크기로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실망하기 아직 이르다. 폐활량은 인체의 가장 기초적인 호흡 능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최대 산소 섭취량도 고려해야 한다.


최대 산소 섭취량은 인체가 더 이상 산소를 소비할 수 없는 한계점을 말한다(최대 산소 섭취량은 운동 부하 검사로 확인한다. 산소 호흡기 같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방법이다).6) 혈액의 산소 결합도, 심장의 혈액 박출량 등에 의해 달라진다. 심폐 능력 및 전신 지구력과 상관관계가 높다.


세계 최고 수준의 마라토너들은 최대 산소 섭취량이 1분당 85㎖ 이상이다. 한국과 일본 마라토너들의 평균 최대 산소 섭취량은 70~75㎖ 정도다. 단거리 육상 선수들은 70㎖ 전후이고, 일반인은 이의 절반가량인 40㎖ 정도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황정혜 교수에 따르면, “마라톤 황영조 선수는 폐활량도 큰 편이나 이봉주 선수는 폐활량이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둘 다 탁월한 운동선수가 된 것은 폐로 들어온 산소를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림2 폐활량과 최대 산소 섭취량 비교,

그림 참조 : 문화일보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092301033439179001


폐활량은 타고난 체격의 영향을 받지만 최대 산소 섭취량은 훈련을 통해 향상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개인차가 있으나 5~20%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대 산소 섭취량이 늘어나면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이 증가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오래, 더 빨리 뛸 수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천웅 교수에 따르면, “운동 전후를 비교해 보면 폐 크기는 그대로지만, 폐와 모세 혈관 사이의 산소 교환 능력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산소를 활용하는 능력도 개선된다. 운동을 조금만 해도 쉽게 피로하고, 숨이 차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은 근육에서 산소를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산소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채 운동을 하면 무(無) 산소 대사의 부산물인 ‘젖산’이 축적돼 피로를 유발한다. 펠프스 선수와 같은 뛰어난 운동선수들은 근육이 산소를 받아들여 힘을 내고, 젖산을 재빨리 처리하는 능력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궁금한 이야기 하나 제주 해녀는?


흔히 제주 해녀는 폐활량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대로, 제주 해녀분들이 키나 몸집이 크다고 보기 어려우니 폐활량이 좋다는 표현은 틀린 표현에 가깝다. 2001년 7월 16일, 서귀포시 앞바다 문섬에서 제주 해녀들과 다이빙 세계 기록 보유자 사이에 ‘바닷속 숨 오래 참기’ 겨루기를 한 적 있다.7)


그 결과는?


세계 기록 보유자의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당시 프리 다이빙 세계 기록 보유자인 이탈리아 지안루카 제노니(33)와 서귀포어촌계 오순자(58) 씨 등 잠수 경력 25∼30년의 해녀 3명은 수심 10m 깊이의 물속에서 누가 오랫동안 있나를 겨뤘다. 이날 친선 경연에서는 해녀 오 씨가 1분 23초로 해녀 중에서는 가장 기록이 좋았으나, 제노니는 시범으로 보인 기록만도 무려 4분이나 돼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제노니는 1998년 10월 지중해 연안에서 열린 세계 프리다이빙대회에서 3분 5초 동안 숨을 쉬지 않고 수심 125m까지 내려간 세계 기록을 갖고 있으며, 수영장 물속에서는 7분 48초 동안이나 호흡을 참은 적도 있었다. 사실 제노니는 192cm의 장신에다 폐활량이 일반인의 두 배인 9,600cc나 되며 여섯 차례 세계 기록을 경신한 바 있었다.


시합에 참가한 해녀들은 소라나 전복을 딸 때는 3분 이상 버텼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잠수만 하려니 오히려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해녀들이 특별한 체질을 가진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수련에 의해 단련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8) 실제 제주 해녀의 폐 기능을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FVC(forced vital capacity, 노력성 폐활량: 최대로 숨을 들이쉰 다음, 최대 노력으로 끝까지 내쉬었을 때 공기량을 말한다)는 일반 여성들보다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고, 다른 측정값에서는 특별한 차이가 없었다.9)





한편, 해녀들은 물속에서 작업하다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 때마다 길게 숨을 내쉬면서 ‘호오이’하면서 휘파람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낸다. 이는 순식간에 탄산 가스를 내뿜고 산소를 받아들이는 과도환기작용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숨비소리’, ‘숨비질소리’, 또는 ‘솜비소리’, ‘솜비질소리’라 한다. 일종의 해녀들만의 호흡법과 그에 따른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재밌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산출유형에 따른 해녀와 비해녀 집단 간의 복횡근 활성도와 음성 특성 비교’이다. 이 연구에서 수행된 모든 과업에서 복횡근의 활성도는 해녀 집단이 비해녀집단에 비해 현저하게 높았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해녀들이 잠수 생활에 다년간 종사하는 동안 간헐적으로나마 반복적으로 폐식 잠수 작업으로 인한 호흡근의 발달로 복횡근의 활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0) 즉, 오랜 물질을 통해 폐활량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통한 발성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발달했다. 가수나 성악가 못지 않은 강하고 깊은 숨비소리가 연구 결과로 증명되었다.


 



똑같은 이야기 하나 꾸준함


운동선수와 해녀, 일반인들의 폐활량, 최대 산소 섭취량, 호흡법 이야기를 듣다 보면 동일한 결론에 이른다. 타고난 부분은 어쩔 수 없더라도, 결국 꾸준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인생사 모든 이치가 하나로 통할지 모르겠지만, 꾸준한 운동과 생활 습관은 우리의 폐를 건강하게 만든다. 이번 생에 펠프스는 어렵더라도 우리 몸에 보다 건강한 숨을 불어넣어 보는 건 어떨까.


 


<출처>

1) “인간물고기 ‘숏다리’라 가능했다”, 한겨레, 2016. 7. 31., 이하 참조; https://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754590.html

2) “폐활량, 일반 남성 최대 3500㏄… 마라톤 국가대표 평균 4700㏄ 나와”, 문화일보, 2015. 9. 23., 이하 참조;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092301033439179001

3) “박태환처럼 폐활량 크면 나도 운동 잘 할까?”, 헬스조선, 2008. 08. 19., 이하 참조;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8/19/200808190 1107.html

4) 폐활량을 측정할 때는 최대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양쪽 코를 막고 호흡계의 튜브를 통해 빠른 속도로 공기를 내쉬도록 한다. 이렇게 2~3회를 실시한 평균치를 폐활량으로 간주한다.

5) 전게 각주 2 참조

6) 전게 각주 2 참조

7) “제주해녀 ‘숨 오래 참기’ 패해”, 한겨레, 2001. 7. 16., 이하 참조; http://legacy.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1/07/005000000200107162251003.html

8) “사라져가는 인어공주 ‘해녀’, 「인어공주」II”, 동아사이언스, 2007.04.02., 이하 참조;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8671

9) Lee, Han-Young. “The Comparison of Pulmonary Function in Jeju Female Divers.” Journal of Digital Convergence 13, no. 11 (November 28, 2015): 471–79. doi:10.14400/JDC.2015.13.11.471.

10) 박현자. "산출유형에 따른 해녀와 비해녀 집단 간의 복횡근 활성도와 음성 특성 비교." 국내석사학위논문 대구대학교, 2007.


※ 동아약보 2023년 5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