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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치의] 콩닥 콩닥, 두근 두근 사랑에 빠진 심장

작성자
admin
2023-04-10
조회
475

콩닥 콩닥, 두근 두근 사랑에 빠진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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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유치한 이야기지만 멋진 이성을 보거나 빛이 나는 외모의 사람을 마주했을 때, 마치 전기 불꽃(spark)이 튀기는 것처럼 묘사하곤 한다. 심지어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났을 때 몸이 감전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언제부터 이런 표현이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인체에도 전기가 흐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실제 이성 간에 상대방에게 끌리면 심장 박동 수(심박수)가 빨라지는데, 이는 심장에 전기가 갑자기 많이 흐르는 생리 현상이기도 하다.1) 이번 호에서는 심장에 관한 많은 이야기 가운데, 사랑에 빠진 심장에 관한 이야기를 알아보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이에는 심장이 함께 뛴다!


이성 간의 사랑은 언제나 답이 없음의 연속이다. 실제 소개팅이나 맞선에서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이 있을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있다면 세상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멜 깁슨 주연의 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 2000)”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Leiden University) 산하 인지심리학 연구소는 다른 사람의 호감도를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2) 바로 나와 자신과 상대방의 심박수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3) 이 연구는 첫 만남에서 서로가 호감을 느끼면, 두 사람의 심박수가 같아진다고 한다. 즉 서로의 심장이 함께 같은 속도로 뛰는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나고 있는 동안 한 사람의 심장이 빨리 뛰면 상대방의 심박수도 빨라지며, 반대로 한쪽의 심장이 느려지면 상대도 이와 비슷한 속도로 맞춰 뛰게 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동요, 심리·신체적인 흥분과 각성 정도를 측정하는 피부 전도도 등의 생체 신호 역시 호감을 느끼는 상대와 비슷하게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점은 실험 조건상 서로가 물리적으로 직접 접촉하지 않았음에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실험은 실내 2인용 테이블 앞에 앉아 서로가 직접 접촉할 수 없도록 한 채 아이 트래킹 안경 ‘Tobii’로 참가자의 시선 고정 및 표정을 측정하고 참가자의 생리학적 결괏값을 기록하는 것이다(그림 ⓐ).


 




실험은 첫인상(3초), 자유로운 대화(2분), 대화 없이 서로를 응시(2분) 등 단계적으로 서로가 교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그림 ⓑ).


 




연구팀은 각 단계 전후에 참가자들의 생체 신호를 측정했다(그림 ⓒ).


 


그 결과 좋아하면 마음도, 신체도 서로 공감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생리적 동시성(Physiological synchrony)’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했다. 소속감이나 호감을 가질 때 서로가 생각이나 감정을 직·간접적으로 동일하게 느끼는 것이다. 즉, 이러한 공감 능력은 감정의 영역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 활동까지 영향을 미친다. 과거 덴마크의 오르후스대(Aarhus University) 연구팀 역시 37쌍의 커플을 관찰하며 서로 신뢰감이 깊을수록 심장 박동 주기가 비슷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기도 했다.4) 한편, 레이던 대학 연구 책임자는 “생리적 반응의 동기화 현상이 연인 사이를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더 깊은 수준까지 동기화가 진행되면 서로가 더욱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특히 신체·물리적 접촉 없이 호감만으로도 서로의 신체 활동이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는 모두에게 생각할 만한 질문을 던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나와 전기적 공명을 이루는 심장을 가진 상대인지 확인할 수 있다면,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고 볼 수도 있겠다.


 


짜릿해, 늘 새로워, 잘생긴 게 최고야!


우리가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 두근거림을 느낀다. 이때 왜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일까? 언뜻 보면, 사랑과 심장이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지만 가슴이 두근거리며 사랑과 연관된 다른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기관은 두뇌다. 실제 사랑의 대부분은 두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면 나타나는 일련의 효과로써 마법과도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그 마법과도 같은 상태는 생물학적인 일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볼 때, 우리의 뇌는 심박수와 혈압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의 방출을 포함하여 일련의 생리적 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 이것은 종종 ‘투쟁 또는 도피(fight or flight)’ 반응이라고 하며, 인지된 위협이나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자연스럽고 적응적인 반응이다. 특히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 일시적으로 심박수 증가가 유발되는 감정적 반응이 나타난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면 정상적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되고, 땀을 흘리고, 얼굴이 붉어진다.


 



이러한 초기 단계를 거친 후, 우리는 상대방이 알아채는 페로몬과 기타 후 각 신호를 내뿜는다. 그다음으로 두 가지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생산이 증가한다. 이 두 가지 호르몬은 약간 어리석게 행동하도록 만든다.5) 심박수는 정서적 또는 신체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때 아드레날린은 혈압을 높이고 맥박을 보다 빠르게 하며, 노르아드레날린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마다, 성적 매력과 행복의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또한 이 단계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다. 일반적으로 남성과 더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여성도 테스토스테론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성적 욕망을 느낄 때 생성되는 일종의 정력제이기도 하다. 페닐에틸아민(PEA)은 이른바 ‘콩깍지 호르몬’인데 역시 마약의 일종인 암페타민 성분이다. 이 호르몬이 나오면 이성이 마비되고 열정과 행복감으로 가득 찬다. 상대의 단점도 장점으로 보이게 하는 묘약으로 작용한다.6)


우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보는 것은 기쁨과 보상에 관련된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방출을 자극할 수도 있다. 도파민은 흥분과 행복감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 또한 일시적인 심박수 증가로 이어진다. 물론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반응으로 심박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정상적이고 일반적으로 무해하다.


 


사랑에 빠져 흥분한 심장 vs 흥분해서 사랑에 빠진 심장


앞서 사랑에 빠져 흥분한 심장에 대해 설명했지만, 흥분해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비교적 잘 알려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아서 애런, 도널드 더튼 박사가 했던 ‘카필라노 실험’이 흥미롭다.7) 낮고 안전한 다리와 높고 아찔한 흔들 다리를 건너게 한 뒤 젊은 이성이 설문조사를 부탁했는데, 얼마 뒤 설문 결과를 묻는 전화를 건 사람은 흔들 다리를 건넌 쪽이 몇 배나 많았다고 한다. 다른 일이 만든 떨림을 상대에 대한 설렘으로 오해했다는 이야기다(그래서 연인이 되려는 사람은 자이로드롭부터 태우라고 한다).



 


‘흥분해서 사랑에 빠진 심장’에 관한 이런 현상은 미국 뉴욕주립대 심리학과 스튜어트 밸린스 교수의 가짜 심박수 활용 실험에서 더 극적으로 드러난다. 방 안에 남성을 한 명씩 데려다 놓고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를 스피커로 들려 주면서 ‘플레이보이’ 잡지 한가운데 접혀 있는 대형 브로마이드의 여성 누드 사진을 보여 주며 매력적인 순서를 정해보라고 한다(그러나 사실 그가 듣는 심장 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다). 특출난 미인 대신 평범하거나 매력적이지 않은 여인의 사진이 나올 때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소리가 나오도록 미리 녹음돼 있다면,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실험 대상자들은 대부분 가짜 심장 소리가 들렸던 여인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심지어 실험 이후 한참 지난 뒤까지도 그 여성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과거 EBS 다큐에서도 ‘긍정적 착각’이라는 이름으로 이 실험들을 재현했는데 결과는 동일했다. 이런 착각을 심리학적으로는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도 설명한다.


이처럼 사랑에 빠진 심장은 그 바탕에 두뇌와 호르몬의 작용이 깔려있다. 하지만, 사랑의 언어와 복잡한 행동들, 그리고 그것에 담긴 철학적인 의미들은 생물학적인 반응의 결과물로만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단편적이거나 결과론적이다.


 


<출처>


1) 김창엽, “인체가 만든 전기, 정전기”, 2014. 12. 22. K-공감누리집; https://gonggam.korea.kr/newsContentView.es?mid=a10205000000&section_id=NCCD _PUBLISH&content=NC002&news_id=EBC6D40115774203E0540021F662AC5F

2) “Physiological synchrony is associated with attraction in a blind date setting”, E. Prochazkova, E. E. Sjak-Shie, F. Behrens, D. Lindh & M. E. Kret (2021) Nature Human Behavior.

3) 최지현, “사랑한다면 심장박동도 ‘동기화’? 정서적 교감은 몸에도 영향”, 코메디닷컴, 2022. 09. 25. 이하 참조.

4) Mitkidis P, McGraw JJ, Roepstorff A, Wallot S. Building trust: “Heart rate synchrony and arousal during joint action increased by public goods game.” Physiol Behav. 2015 Oct 1;149:101-6. doi: 10.1016/j.physbeh.2015.05.033. Epub 2015 May 31. PMID: 26037635.

5) “사랑과 두뇌 : 사랑에 빠지면 두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2018. 12. 25. ;https://steptohealth.co.kr/how-brain-responds-to-love/\

6) 원종우, “사랑은 '호르몬 작용'일 뿐이다?”, 아시아경제, 2020. 02. 12. ;https://www.asiae.co.kr/article/2014042311150916357

7) 임소정, “사랑의 속삭임, 심장과 뇌 어디서 먼저 올까”, 경향신문, 2011. 06. 28. ;https://www.khan.co.kr/article/201106282146235


 


※ 동아약보 2023년 4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