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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 은평연세병원 서진학 원장

작성자
admin
2023-02-14
조회
473

최고의 열정과 봉사 정신으로 환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람

은평연세병원 서진학 원장


환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칙을 가지고,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병원으로 성장하기까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었던 서진학 원장님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은평연세병원은 어떻게 개원하게 되었나요?


2006년 8월 16일에 개원을 했어요. 대학 병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봉직의(奉職醫)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쌓은 뒤 개원가로 나왔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은 외과 의사로서 지역 사회를 위해 갑상선, 유방암, 대장암, 위암 등 여러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오랫동안 품은 꿈을 현실로 옮겨 보자는 마음으로 개원한 건데 그 당시만해도 제가 가진 게 없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암 수술이라 의원으로는 개원을 할 수 없어서 무리해서라도 처음부터 병원으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병원은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점검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실력이 있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이라면 환자분들께서 찾아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개원을 하고 나니 지역 주민들이 대학 병원에서 느끼지 못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의 술기는 대학 병원에 있을 때와 비교해 보면 달라진 게 없었고 단지 규모만 작아졌을 뿐이었죠. 병원 홍보도 거의 안 했는데 환자분들께서 진료를 받으신 후 지인 분들께 소개를 해 주셨어요. 개원 전 4년보다 개원 후 1년간 수술을 더 많이 했을 정도로 바쁘게 일했어요.


 


개원 후 가장 어려웠던 문제들은 어떤 것들이었나요?


환자들의 진단 결과가 암으로 나왔을 때 대부분 환자들은 저를 믿고 저희 병원에서 수술을 하려고 해요. 그런데 보호자분들은 저희 병원에서 수술하는 걸 말리시더라고요. 이렇게 작은 병원에서 수술을 할 수 있겠냐는 거죠. 작은 병원이기 때문에 가지는 불안감은 저도 이해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럴 때마다 환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어요. 갑상선암 수술을 하면 평생 저에게 진료를 받아야 되거든요. 10년 후에 저희 병원이 큰 병원이 되어 있을 거라고 얘기했어요. 원래 저희 병원은 지금 있는 곳의 5분의 1 정도 규모에 있었고 단독 건물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가 환자와 보호자분들께 한 약속이 있어서 10년 안에 시설도 좋고 규모도 큰 병원으로 지역 사회에서 누구나 아는 병원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하다보니 8년 만에 이전도 하고 널찍한 규모에서 새롭게 단장했어요. 개원 18년 차가 되고 보니 직원들이 130명을 넘어가니까 관리에 어려움이 생 더라고요. 그 후 병원 규모가 커지면서 한창 시스템을 만들고 정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거예요.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면 코로나 환자들만 봐야 했기 때문에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진료할 수 없다고 해요. 그래서 저희 병원에 계신 환자분들을 평생 지켜 주기로 한 약속을 생각하면서 지난 3년간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하지 않고 힘들어도 버텼지요.



 


어려운 고비를 넘길 때마다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병원의 미션과 맞닿아 있었나요?


저희 병원의 미션은 “최고의 열정과 봉사정신으로 환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예요. 질병을 치유하는 미션을 가진 병원들이 많은데 저희 병원은 치유라는 의미가 없어요. 환자들에게 중요한 건 용기예요. 제가 대학 병원에서 근무할 때를 떠올려 보면 질병은 어떻게 하든 치료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 환자의 삶은 무관하게 보였어요. 예전에 제가 치료한 젊은 유방암 환자분이 계셨는데요. 치료 경과는 좋았지만 다른 부위도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니까 우울증이 왔어요. 저도 이 환자분의 우울 증세를 감지하고 환자분 남편께 아내분을 옆에서 잘 관리를 해 줘야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환자분이 너무 아파서 입원을 하셨고 갑자기 입원 다음 날 퇴원을 한다고 하셔서 제가 안된다고 말렸어요. 결국 퇴원을 하셨는데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었죠. 이 사건을 겪으면서 굉장히 후회했어요. 의사로서 질병을 고쳐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환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거죠. 질병을 고치고 난 다음에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팠기 때문에 그동안 자기가 가졌던 열정이나 목표를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저뿐만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희생정신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환자들에게 보여줘야 저희를 보는 사람들이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해요. 인생 전반에 희망이라는 큰 끈과 내가 살고자 하는 희망은 병을 앓기 전보다 더 좋아질 수 있어요. 이런 뜻을 가지고 저부터라도, 직원들부터라도 환자분들께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마지못해 환자들을 치료하면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더 심어줄 뿐이에요. 매번 직원 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 환자에게는 웃는 얼굴을 보여 주는 것보다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 줄 때 환자들에게 최고의 치유가 될 거라고 이야기해요. 진심으로 치료하고 있다는 건 환자분들이 더 잘 느끼실 테니까요.



 


병원장으로서 직원 관리는 어떻게 해 오셨나요?


저뿐만이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성취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개원 1주년쯤 직원들과 워크숍을 간 적이 있어요.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 직원들에게 약속을 했죠. 대형 병원 조감도를 보여 주면서 우리도 남부럽지 않는 병원이 될 거라고요. 결론적으로 저는 약속을 지켰고 계속해서 성장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특히 직원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 달에 두 번 정도 의료진들이 돌아가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월 첫 주에 월례회에서는 병원의 방향성과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지역 거점 병원으로 지역 주민들에게는 어떻게 건강한 삶을 전파하고 있으신가요?


지하 3층에 ‘가온마루’라는 영화관이 있어요. 영화관을 지은 목적은 누구나 영화를 보면서 직원들도 교육하고 지역 주민의 건강 관리를 위한 것이었어요. 입원한 환자들의 대부분은 중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낮에는 무료해서 보호자와 같이 영화나 재밌는 영상을 보면서 추억을 쌓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병원이 공공장소라서 영화관으로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직원이나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용도로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어떤 병이든 개인별로 맞춤형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데 미디어에서 나온 이야기에 매몰되어서 극단적인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많아요. 흔히 등 푸른 생선이 고지혈증에 좋다고 해도 요산이 높은 환자들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인 것처럼 TV에서 나오는 건강 강좌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좋은 내용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해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대면으로 하는 건강 강좌가 지역 사회에 필요하다고 봐요. 제 꿈은 은평 구민들에게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예요. 지역 주민들에게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좋은 의료 장비를 갖추고 직원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어요.



 


원장님께 약이 된 사건은 무엇인가요?


의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첫 번째 근무지가 대학 병원 응급실이었어요. 환자가 너무 많아서 환자 10명 중 6~7명은 다른 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응급실에서 하는 업무가 적응됐다고 생각한 어느 날 목이 아픈 환자분을 만났어요. 혈압, 당뇨가 있었고 목이 자꾸만 아프다고 하셨죠. 응급실에 밀려 들어오는 환자들을 보면서 그분께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먼저 가보시라고 말씀드렸어요. 얼마 뒤 응급실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시다가 쓰러져서 업혀 들어온 환자가 있었는데 그 환자가 바로 제가 15분 전에 보냈던 분이었어요. 심장마비가 왔던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심근경색증으로 진행된 건데 저는 인후통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여러 선생님들과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의사 생활을 시작도 못하고 끝날 것 같다는 생각에 환자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더라고요. 그 순간 이 환자만 살아나면 의사로서 무슨 희생을 치르더라도 뭐든 하겠다 다짐했어요. 감사하게도 그 환자분은 살아나셨어요. 그분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거예요.


이 사건을 계기로 의사는 오만해져도 안 되고 이기적인 생각을 가져서도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돌이켜보면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순간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겸손해야 된다고 다짐하죠. 제가 후배들에게 ‘두려움이 없는 의사는 절대 의사를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요. 의사로서 자긍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도 의사를 하면 안 된다고도 하죠. 두려움과 자긍심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저는 두려움을 택할 거예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해를 입힐 수 있어요. 내가 아니면 환자를 살릴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는 두려움을 가지고 매일매일 공부를 하면서 자신을 단련해야 돼요. 의사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응급실에서 겪었던 사건은 제가 생을 다하는 날까지도 못 잊는 장면일 거예요.


 


은평연세병원 | 서울 은평구 연서로 177 상담 예약. 02-388-8114


※ 동아약보 2023년 2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