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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치의] ‘핑거 스냅(finger snapping)’과 타노스의 비밀

작성자
admin
2022-04-25
조회
355

‘핑거 스냅(finger snapping)’과 타노스의 비밀


손은 사람 몸에서 가장 정교한 부위다. 사람 몸에 있는 뼈의 총 206개 가운데 양손이 차지하는 뼈의 개수는 무려 54개. 말 그대로 손바닥만한 기관이 우리 몸 전체 뼈의 25%를 차지한다. 우리 신체에서 중요한 기관인 만큼 손안에는 건강, 운명, 인류의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오늘은 이러한 이야기 가운데 손에 숨겨진 비밀, 특히 ‘핑거 스냅(finger snapping)’과 관련된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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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노스의 핑거 스냅과 진실

영화 ‘어벤져스(Avengers)’를 본 사람이라면, 타노스의 핑거 스냅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인피니티 건틀릿을 끼고 인피니티 스톤 6개를 모두 장착한 상태에서 손가락을 ‘딱’ 튕기는 동작을 말한다. ‘타노스의 핑거 스냅’은 마블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타노스의 상징으로 떠올릴 만큼 유명한 내용이다. 사실 ‘핑거 스냅’은 예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기원전 300년경 고대 그리스 회화에도 그려져 있을 정도다(그림 1 참조).




[그림 1] The ultrafast snap of a finger is mediated by skin friction1)

그런데 ‘타노스의 핑거 스냅’은 영화적 상상에 불과하다며, 실제 과학자들은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논란은 건틀렛이 있어도 금속 장갑을 낀 채로는 손가락을 제대로 튕길 수 없다는 것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실제 이와 관련해 논문까지 발표되기도 했다.1) 미국 조지아공대와 하비머드대학 연구팀은 생물에서 관찰되는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초고속 움직임을 설명하는 일반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있었다.2) 그러던 가운데 어벤저스 영화를 본 연구팀은 이 프레임워크를 핑거 스냅에 적용하는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됐고, 타노스가 실제로 핑거 스냅을 할 수 있는지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타노스는 영화 속에서 금속제 인피니티 건틀릿을 착용하고 있으며, 이 상태에서는 핑거 스냅에 관여하는 피부 마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핑거 스냅이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맨손, 매끄러운 고무장갑, 고무장갑 아래에 금속제 등 다양한 조건으로 5회씩 핑거 스냅을 실시했다. 고속 화상 처리, 동적 센서 등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맨손을 이용한 핑거 스냅은 7ms 안에 1.6 × 10⁶° s⁻²의 최고 각 가속도를 달성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딱’ 소리가 나게 손가락을 한 번 튕길 때 걸리는 시간은 단 7ms(0.007초)다. 눈을 한 번 깜빡일 때 걸리는 시간은 150ms인데 이보다 21배가량 빠른 속도다. 그리고 프로야구 최고 투수가 투구할 때의 각 가속도보다 3배나 웃도는 기록이다. 연구팀은 핑거 스냅이 이제까지 인체가 생성한 최고 회전 가속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핑거 스냅은 팔 근육이 모터가 되어 손가락 힘줄에 위치 에너지를 부하하고, 엄지와 중지로 축적한 위치 에너지를, 엄지와 중지의 마찰을 통해 짧은 시간에 해방시키는 메커니즘이라고 한다. 그런데 금속 손가락 등을 착용하면 마찰이 늘어나거나 스냅에 필요한 피부 특유의 압축성이 손실되어 핑거 스냅을 할 수 없다. 결국 실험 내용에 따르면, 금속 손가락과 같은 타노스의 건틀렛은, 핑거 스냅에 관여하는 피부 마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핑거 스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땀샘과 핑거 스냅

타노스의 핑거 스냅이 불가능한 이유는 땀샘과도 관련이 있다. 손에는 인체 어느 부위보다 많은 땀샘이 몰려 있다(1㎠당 150~340개).3) 이 땀샘들은 보통 손바닥에 무수하게 솟아 있는 융기 무늬를 따라 나란히 놓여 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손가락 끝의 지문을 따라 땀샘이 촘촘히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땀샘 덕분에 손바닥은 항상 촉촉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것이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되는데, 바로 물건을 쥐는 기능이다. 약간 젖은 상태에서 자동차 바퀴의 제동력이 더 강해지듯 손 또한 땀샘이라는 ‘윤활 체계’ 덕분에 물건을 쉽게 쥘 수 있다. 땀샘이 없다면 손안에 든 물건은 미끄러져 나가기 일쑤일 것이다. 땀샘은 촉감 또한 높여준다. 땀이 나면 손바닥 무늬의 융기가 팽창한다. 이렇게 융기 위치가 높아지면 촉각 기능 또한 향상된다. 이처럼 핑거 스냅을 위한 적절한 마찰력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땀샘의 기능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마찰력을 부여할 땀샘이 없는 타노스의 금속 건틀렛은 어찌 보면 핑거 스냅이 애초에 어려울 수도 있다.




공기 반 소리 반

사실 핑거 스냅은 엄지와 중지의 마찰력만으로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은 핑거 스냅을 할 때 나는 소리가 중지와 손바닥이 부딪힐 때 나는 소리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사실 항간의 밈(meme)으로 비유를 하자면 핑거 스냅은 ‘공기 반 소리 반’으로 소리가 나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핑거 스냅에는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복잡한 원리가 숨겨져 있다.4) 독자분들도 한 번 따라 해보시기 바란다. 우선 엄지와 중지로 하는 보통의 핑거 스냅을 무의식적으로 해 본다. 다음에는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손바닥에서 편 채로 엄지와 중지로 핑거 스냅을 하는 것이다. 두 경우 소리의 차이가 느껴지시는지. 이번에는 손가락과 각 배열을 바꿔가며 핑거 스냅을 해보시라. 소리 자체는 발생하지만 핑거 스냅 특유의 경쾌한 파열음은 들리지 않을 것이다.

원리를 설명하자면, 이 특유의 파열음은 우리의 손안에 갇혀 있는 공기로 나는 소리다. 핑거 스냅을 할 때의 손가락 배열을 관찰해보면 우리는 엄지와 중지를 마찰시킬 때 무의식적으로 새끼손가락과 약지를 굽혀 손바닥에 밀착시킨다. 즉, 새끼손가락과 약지, 그리고 손바닥이 콘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것처럼 뒤집힌 원뿔 형태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원뿔의 좁은 쪽이 완전히 밀폐됐거나 거의 밀폐된 구조인데, 핑거 스냅을 할 때 중지가 손바닥과 부딪히면서 기존의 원뿔형 공간을 압축시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공기가 검지 방향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소리가 전달되는 것이다. 즉, 이러한 원뿔형 공간이 소리를 가장 많이 증폭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경쾌한 파열음이 나는 것이다. 단지 손가락과 피부가 서로 마찰하면서 나는 소리 자체는 이러한 특유의 파열음에 비하면 비교적 작다.

이는 핑거 스냅의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트럼펫과 같은 금관악기에서 소리가 나는 것과 똑같은 원리이다. 따라서 ‘딱’ 소리를 크게 내기 위해서는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원뿔형으로 감싸 쥐고 그 안에 머물러 있는 공기를 중지를 통해 압축시키면서 터트려야 특유의 파열음이 일어나게 된다. 어떤가. ‘공기 반 소리 반’의 원리가.




엄지의 비밀

핑거 스냅에 숨겨진 비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엄지다. 미국의 진화학자 존 네이피어 박사는 엄지야말로 인류 진화의 비밀을 풀 열쇠라고 강조한다.5) 엄지가 뭐 그렇게 대단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당장 엄지 없이 글을 쓰거나 컵을 드는 실험을 해보라. 엄지 없는 손은 ‘한쪽 집게가 떨어져 나간 펜치와 다름없다’는 비유를 실감할 수 있다. 다른 손가락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벌리고 모으고, 굽히고 펴고,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회전하는 모든 일을 자유자재로 해내는 엄지는 손이 하는 일 가운데 45% 가량을 혼자 해낸다. 아이작 뉴턴은 ‘엄지 하나만으로도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고 감탄했다.

물론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도 엄지를 갖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검지에 비해 매우 짧은 이들의 엄지는 대부분 장식용에 지나지 않는다. 네이피어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엄지는 다른 손가락들로부터 독립해 이들을 마주 보면서, 이들 가운데 어느 손가락과도 자기를 맞붙일 수 있는 능력을 획득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설픈 ‘모조 맞붙임’이었다(일부 신대륙 원숭이도 엄지와 검지를 맞붙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엄지를 회전시키지 못한다. 이를 ‘모조 맞붙임’이라 한다). 다른 손가락과 맞붙일 수 있는 엄지는 먹이를 나르는 데 유용했다. 다시 말해 이때부터 인류는 네 발로 걷기보다 두 발로 걷고 남은 두 손을 자유롭게 쓰는 편이 경쟁력이 있었다고 한다.

한편, 1960년 탄자니아 올두바이 골짜기에서 발견된 1백75만 년 전 화석은 당시 인간들이 단순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줬다. 이것이 바로 ‘호모 하빌리스’(‘도구를 쓴 사람’이라는 뜻)의 등장이었다. 네안데르탈인에 이르면 인간은 엄지와 검지를 완전히 밀착시켜 맞붙일 수 있게 됐다. 넓은 밀착 면은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어, 작고 섬세한 물건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이로써 인간은 더욱 정교한 도구를 만들어 쓰게 됐다.

이처럼 진화론적인 관점이나 다른 영장류와의 차이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엄지를 회전시켜 중지를 맞붙일 수 있는 것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이런 관점에서 핑거 스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엄지와 중지의 맞붙임이 얼마나 특별한 행동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사실, 과학 이야기야 어찌 됐든, 타노스는 외계인이라 핑거 스냅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1) Raghav Acharya, Elio J. Challita, Mark Ilton and M. Saad Bhamla, “The ultrafast snap of a finger is mediated by skin friction”, 2021.11.17. https://doi.org/10.1098/rsif.2021.0672 이하 참조.

2) 이석원, “타노스 핑거 스냅에 얽힌 과학적 비밀”, Tech Recipe, 2021. 12. 09.

3) 김은남, “인류의 원초적 비밀, 손 안에 있다.”, 시사저널 1999. 06. 03.

4) 과학기술정통부, “타노스의 핑거 스냅의 진실은?”, 2019. 09. 11. https://m.blog.naver.com/with_msip/221645711345 이하 참조.

5) 김은남, “인류의 원초적 비밀, 손 안에 있다.”, 시사저널 1999. 06. 03.


※ 2022년 5월 동아약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