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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치의] 입술 사용법 – KISS의 과학

작성자
admin
2022-02-25
조회
457

입술 사용법 – KISS의 과학


로맨틱 영화는 항상 사랑하는 연인들의 입맞춤으로 고전적 결말을 맞이한다. 그뿐만 아니라 결혼식이 끝난 뒤 짓궂은 사진사가 신랑·신부에게 키스를 요청하면, 하객들의 환호와 함께 그들의 배경 업무(?)는 종료가 된다. 이처럼 키스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 표현이자, 사랑의 서약에 대한 종결이기도 하다. 키스를 하면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감정이 샘솟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정도쯤은 알고 있다. 그런데 문득, 인문학적·과학적으로 키스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키스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시간을 차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세기경, 고대 인도의 ‘베딕’ 문서와 ‘카마수트라<the Kama Sutra>’에 키스를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1) 어떤 인류학자들은 알렉산더가 인도를 침략했던 기원전 326년에 비로소 그리스인들이 애정을 표시하기 위한 키스를 배웠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고 있다. 기원전 9세기경, 호머의 ‘일리아드’에 아들의 시체를 돌려받기 위해 아킬레스의 손에 키스하는 트로이의 프리암 왕이 묘사되어 있기도 하다.

기원전 5세기 경,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같은 신분의 사람과는 입술에 키스를, 낮은 신분의 사람과는 뺨에 키스를 한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또한 그리스인들은 이집트인들이 성스럽게 생각하는 소를 먹기 때문에, 이집트인들이 그리스인의 입술에 키스하기를 거부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구약 성서에도 키스는 등장한다. 야곱은 눈먼 이삭을 속이고 그의 형 에서에게 가야 할 축복을 받기 위해 이삭에게 키스한다. 사랑에 관한 솔로몬의 편지인 ‘아가서’에는 “그의 사랑은 와인보다 감미로우니, 그는 그의 입술로 내게 키스할지어다.”라는 내용이 있다.

우리나라 문헌에도 키스와 관련된 문헌을 살펴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75권(세종 18년 10월 26일)에는 두 번째 세자빈 봉 씨를 폐출하는 일에 관하여 소상히 적혀 있는데, 세자빈 봉 씨가 변명을 늘어놓는 가운데 키스를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대목이 기록되어 있다.2) 이처럼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키스의 문화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것으로 파악된다.


 


키스는 인간의 보편적인 본능일까?


인간은 동물로서 먹고, 마시고, 자고, 번식하는 본능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키스도 이런 본능의 행동일까? 앞서 열거한 본능적인 행동에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행동이 아님은 분명하나, 어렴풋이 번식을 위한 그 어디쯤에 있는 행동인 것 같다.

지금까지 알려진 문화권 중 약 90%에서 키스 행위가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3)

거꾸로 말하면 알려진 문화권 가운데 그 나머지 10%는 키스의 달콤함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다윈은 1872년 저서에서 키스가 뉴질랜드 원주민, 파푸아족, 에스키모인 등에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적었으며, 영국 인류학자인 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는 1929년 저서에서 트로브리안드 군도의 원주민은 키스할 줄 모른다고 썼다. 인간생태학의 선구자인 독일의 이레노이스 아이블-아이베스펠트는 1970년에 펴낸 ‘사랑과 미움(Liebe und Hass)’에서 인류의 10%가 사랑의 표현으로 입술을 접촉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4)

이에 더하여, 단순한 키스 행위 가운데 낭만적이며 성적인 키스(romantic–sexual kiss, 이하 낭만적인 성적 키스)는 더 적은 비율을 차지한다.

얀코위악 교수는 이와 관련해서 2015년 ‘낭만적인 성적 키스는 인간의 보편적인 것에 가까울까?(Is the Romantic–Sexual Kiss a Near Human Universal?)’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는데 결론적으로, 낭만적인 성적 키스는 인간에게 보편적이거나 거의 보편적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n=168개 문화권)5). 단지 낭만적인 성적 키스는 표본화된 소수의 문화권(46%)에서 나타났다. 더욱이 낭만적인 성적 키스의 빈도와 사회의 상대적인 사회적 복잡성 사이에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즉, 사회적으로 복잡한 문화일수록 낭만적인 성적 키스의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인간 사회에서 키스 행위를 본능이라고 보기 어렵고, 특히 낭만적인 성적 키스는 더욱더 보편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키스를 해서 뭐가 좋을까?


다행히(?) 우리는 키스 행위가 있는 문화권이자 낭만적인 성적 키스를 하는 문화권에서 생활하고 있다. 키스가 어디서 유래했고 진화론적으로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일단 생물학적으로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키스를 하는 동안 신경 자극은 우리의 뇌, 혀, 얼굴 근육, 입술, 피부 세포 사이를 열심히 이동하며 우리 몸이 수많은 신경전달물질을 비롯해 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촉진한다.6) 또한 황홀한 키스는 자연적인 환각 상태를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데, 이는 엔도르핀 분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뇌하수체와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들뜬 기분을 느끼도록 만든다. 키스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농도를 낮춰 주고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준다.

한편, 2013년 심리학자 블로다르스키와 던바의 연구에 따르면 키스는 애착의 매개로 활용되는데, ‘키스 빈도(kissing frequency)’는 ‘관계 만족도(relationship satisfaction)’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7) 즉, 연인 사이에 ‘성관계를 얼마나 자주 하나’ 보다 ‘키스를 얼마나 자주 하나’가 연인 사이의 관계 만족도를 잘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여성들은 성관계 시에 하는 키스뿐만 아니라 ‘평소’에 하는 키스도 관계 만족도에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스를 통해 관계를 장기적으로 지속할지 아니면 그만둘지를 판단하기도 한다. 스스로의 성적 매력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키스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들은 첫 키스 후에 상대방에 대한 매력이 급속히 줄었거나 상대가 더 좋아졌다는 태도 변화를 더 크게 보인다(특히 여성들의 경우). 실제로 키스를 통해 본능적으로 상대방과 나의 유전적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8) 즉, 상대방과 첫 키스가 별로이면 생물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 그 사람과 관계는 더 발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지금 해야 할 것은?


결국, 키스는 인체에 이로운 자극일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는 관계를 이어 가는 매개로서 역할을 한다. 일종의 사랑의 바이오-테스트기라고 할 수 있다. ‘커플 지옥, 솔로 천국’을 외칠 젊은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오늘도 글로써 배운 것에 만족하지 말고, 사랑하는 이에게 적극적으로 실천해 보고 그 이로움을 느껴보도록 하자.


 


1) Neel Burton, “The History of Kissing - Is it a natural behavior, or learned? The evidence is surprising.” 02. 23, 2014. 이하 참조

2)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75권, 세종실록 75권, 세종 18년 10월 26일 무자 2번째 기사

3) 지뇽뇽, “키스의 과학”, 동아사이언스, 2016. 12. 11.자.

4) 이인식, “키스는 과학이다”, 조선일보, 2008. 02. 22.자.

5) CJankowiak, W. R., Volsche, S. L., & Garcia, J. R. (2015). Is the Romantic–Sexual Kiss a Near Human Universal?. American Anthropologist, 117, 535-539.

6) 셰릴 커센바움 지음, 서지원 옮김, “키스의 과학”, 21세기북스, 2011. 08. 19., 99p.

7) Rafael Wlodarski 1, Robin I M Dunbar, “Examining the possible functions of kissing in romantic relationships”. Arch Sex Behav. 2013. Nov;42(8):1415-23. doi 10.1007/s10508-013-0190-1. Epub 2013 Oct 11. 이하 참조

8) Thornhill, R., & Gangestad, S. W. (1999). The scent of symmetry: a human sex pheromone that signals fitness?.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20, 175-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