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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문화약국] 당신을 ㅇㅇ하는 ‘향’

작성자
admin
2022-01-26
조회
411

당신을 ㅇㅇ하는 ‘향’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향’을 접한다. 그리고 그 ‘향’은 새로운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거나 과거의 추억과 시간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바삐 출근해 사무실 자리에 앉아 마시는 커피의 향으로 잠깐의 여유를 느끼기도 하고, 오랜만에 뵈러 간 부모님 집에서 풍기는 집밥 냄새는 어리광을 부리던 어린 시절로 데려가 준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향(香) 후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관심과 연구가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간은 생활 속에서 개나 다른 동물처럼 후각에 의한 정보 수집의 중요도가 다른 감각에 비해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의 과학』 저자는 우리의 일상 도처에 존재하는 ‘향’의 이해를 통해 삶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자몽 향을 맡으면 많은 사람들이 신선하고 활동적인 기분을 느낀다. 한편 라벤더 향을 맡으면 대체로 차분해지면서 평온한 기분이 든다. 이런 기분의 차이가 인간의 정신 활동과 그에 따른 육체적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이를테면, 야근을 하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라벤더 향을 통해 스트레스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조사한 실험에서, 30분 동안 라벤더 향을 맡은 실험자들은 야근이 끝날 무렵의 스트레스가 뚜렷하게 해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도의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아로마 향들을 조합해 인지 능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 있다. 오전 9시~11시에는 로즈메리와 레몬 향을, 저녁 7시 30분~9시 30분에는 라벤더와 스위트오렌지 향을 공기 중에 뿌려 환자들에게 맡도록 한 결과,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인지 기능 장애 증상이 명확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진은 오전 중에 로즈메리와 레몬 향으로 교감신경을 활발히 자극해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고, 저녁에 라벤더와 오렌지 향의 조합으로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심신을 진정시킨 것이 알츠하이머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나만의, 나다운 시그니처 ‘향’ 


‘향수 뭐 뿌려? 너 이미지랑 잘 어울린다!’ 필자가 듣기 좋아하는 칭찬 중 하나다. ‘향’도 한 개인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필자는 향수, 보디 제품, 핸드크림부터 디퓨저, 인센스 스틱까지 ‘향’에 집착하는 편이다. 필자는 우연히 취향을 저격하는 향을 맡게 되면 밤새 그 향을 잊을 수 없다. 종종 지인들의 성향에 맞춰 ‘향’을 추천하거나 선물하기도 하는데, 지인들의 이미지와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면 묘한 쾌감을 느낀다. “동아약보 독자 여러분도 자신만의 ‘향’을 찾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향수 브랜드와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해 본다.


 


 LE LABO(르 라보) 


르 라보는 2006년 프랑스 출신의 두 창립자 에디 로시와 파브리스 페노가 뉴욕 놀리타에서 시작한 향수 브랜드다. ‘실험실’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따온 브랜드 이름처럼 조향사의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에서 영감을 얻어 향수를 만든다. 창립자 에디 로시는 ‘향수를 만드는 데 후각 외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감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상상력이죠!’라고 답했다. 그는 모든 향의 인상은 그것을 접하는 사람 안에 누적된 기억에서 영향을 받고, 각자가 살아온 삶의 모습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안겨 준다고 말했다. 또한 향에 대해 가장 순수한 형태에서 오직 향수를 쓰는 그 사람만이 인상과 감상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르 라보의 향수들은 개인의 삶의 모습에 대한 고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DIPTYQUE(딥디크) 


딥디크는 예술가 출신의 세 창립자 이브 쿠에슬랑, 데스먼드 녹스리트, 크리스티안 고트로가 1961년 파리 생제르맹 가의 모퉁이에서 작은 패브릭 부티크로 시작한 향수 브랜드다. 기억을 환기시키는 독창적 향기와 디자인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향’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무화과 열매와 줄기를 베이스로 한 딥디크의 대표적인 향수 ‘필로시코스’는 창립자 세 사람의 특별한 기억을 담고 있다. 이브와 데스먼드는 그들이 선보인 향수들이 성공을 거두자 그리스 테살리아란 마을에 별장을 마련했다. 그들은 매일 바닷가로 이어지는 야생 무화과나무가 늘어선 길을 걸었는데, 데스먼드는 말린 무화과 열매와 잎, 포푸리(potpourri), 조개껍데기까지 그리스의 여름을 고스란히 상자에 담아 동업자 크리스티안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몇 년 후 크리스티안이 우연히 그 상자를 다시 열었을 때 무화과 잎의 향기가 강렬히 살아있음을 느꼈다. 1993년 갑작스레 데스먼드가 세상을 떠나자 그를 추억하고 당시의 행복했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1996년 ‘필로시코스’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필로시코스란 그리스어로 ‘무화과나무의 친구’라는 의미다.


필자에게 향수는 단순히 향이 ‘좋다’ 또는 ‘별로다’가 아니라 성격, 스타일, 기분으로 작용한다. 독자 여러분도 옷차림이나 기분에 따라 향수를 골라 뿌리는 재미로 소소한 행복을 누렸으면 한다.


1) 히라야마 노리아키, 『향의 과학』, 황소자리, 2021.

2) B Media Company, 『매거진 B (Magazine B) Vol.65 : 르라보 (Le Labo)』, B Media Company, 2018.

3) B Media Company, 『매거진 B (Magazine B) Vol.31 : 딥디크 (Diptyque)』, B Media Company,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