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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치의] 로켓배송, 오늘 구매하면 전 세계 1시간 내 도착!

작성자
admin
2021-11-26
조회
516

로켓배송, 오늘 구매하면 전 세계 1시간 내 도착!


로켓배송! 서비스 이름에서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쿠팡의 빠른 배송서비스다. 물론 쿠팡을 광고하거나 쿠팡으로부터 원고료를 받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특정 기업의 ‘로켓배송’을 화두로 던진 까닭은 쿠팡의 대명사와 같은 ‘로켓배송’이 ‘광고 문구’가 아닌 ‘진짜 로켓’으로 배송할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해외직구는 ‘보잉배송’으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아마존은 최근 ‘보잉 777’, ‘에어버스 A330-300’ 등 대형 중고 항공기를 매입해 화물기로 개조하는 작업을 시작했으며, 내년 전 세계 주요 공항에 취항할 예정이다.1) 참고로 보잉 777과 에어버스 A330-300은 아마존이 기존에 사용해 오던 보잉 767보다 훨씬 큰 기종이다. 이처럼 아마존은 미국 내에서 운행하던 중·단거리 항공 배송에서 벗어나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세계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실어 나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드폴대학교 채딕개발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아마존의 항공기 운항 횟수는 하루 164회에 달한다. 이는 2020년 5월, 하루 80회를 운항하던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아마존에어(아마존 물류회사)가 취항한 공항 약 160㎞ 반경에 거주하는 미국인 비중은 1년 전 54%였지만 현재 70%에 달한다. 미국인 10명 중 7명이 아마존 항공물류권에 살고 있는 셈이다. 아마존이 해외 장거리 항공 물류에 뛰어든 만큼, 자사의 화물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제품 운반까지 맡을 가능성이 높다. 집에서 미국산 신선식품을 보잉 당일배송으로 주문하게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 ‘로켓 카고’(Rocket Cargo) 프로젝트의 그래픽 영상 중 일부


 


우주를 지배하는 ‘로켓배송’


‘당일 보잉배송’은 그나마 애교로 봐줄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 어느 지역이든 1시간 안에 최대 100t가량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진짜 ‘로켓배송’이 현실화될 전망이다.2) 미 공군연구소(AFRL)가 최근 공개한 ‘로켓 카고’(Rocket Cargo, 로켓 화물운송) CG(컴퓨터 그래픽) 영상에 따르면, 재난 지역을 비롯하여 전 세계 1시간 내 100t 화물을 ‘로켓배송’한다.3) ‘로켓배송’의 방법은 로켓에 대량의 재난 구호물자를 실어 발사한 뒤 1단 로켓을 분리시킨다. 이렇게 분리된 1단 로켓은 수직으로 지상 착륙해 재활용되지만, 구호물자를 실은 로켓은 우주 공간을 비행한 뒤 목표 지역 상공에서 수직으로 착륙해 구호물자를 하역한다. 미 공군은 로켓 화물운송이 기존 로켓과 다른 궤도와 비행 방식을 이용하며, 접근하기 힘든 오지나 까다로운 지형에 착륙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 공군은 쓰나미, 태풍, 지진 등 대규모 재해 재난 긴급구호 용도에 사용된 로켓 화물운송 영상을 공개했다. 정작 실상은 전시에 신속한 보급 지원을 받아야 하는 해외 파병 미군 지원용에 쓸 것으로 예상된다. “보급이 전장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듯이,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보급’이다. 미국의 깊은 속뜻이야 어떻든 간에, 물자 배송의 판도를 바꿀 프로젝트가 ‘로켓’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로켓배송 택배비는 얼마나 지불해야 하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않을까?


 


‘로켓배송’의 핵심은 ‘로켓재활용’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로켓발사’는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뒤 나머지 로켓은 그냥 바다에 버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로켓 한 대의 가격을 생각하면 엄청난 돈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로켓공학자들은 ‘로켓재활용’에 대해 수없이 연구해 왔다.4)


로켓의 재활용이라는 발상은 쉽지만, 기술적인 난관이 존재한다. 첫째, 로켓을 재활용하기 위해 우주에서 안전하게 지상으로 복귀시켜야 하는 ‘재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과 충격파다. 고온과 충격파를 견디기 위해 열 차폐막과 강력하고 안정적인 로켓 구조가 요구된다. 둘째, 로켓을 재사용하기 위해 지상으로 돌아오는 데 연료를 더 써야 하거나 날개와 같은 추가 장비 장착이 필요하다. 얼마나 무거운 물체를 싣고 궤도까지 운반할 수 있는지(페이로드)가 로켓의 가장 중요한 성능인데, 이에 재활용하기 위한 로켓은 기존 로켓보다 더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로켓 회수에 성공하더라도 다시 발사할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점검 및 수리가 이뤄져야 한다. 즉, 복귀한 로켓 을 재사용하기 위해 이전 상태와 성능의 차이가 없는지 조사하고 검사할 사항을 최소화해야 한다. 위 두 가지 주된 문제점을 해결한 사람이 우리가 잘 아는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다. 전기차 테슬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는 로켓 재활용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스페이스X는 2002년 창립된 미국의 민간우주기업으로, ‘팰콘9’를 통해 2015년 12월 22일(20차 발사) 최초로 궤도 로켓 1단 부스터를 지상에 착륙시켰고, 2017년 3월 30일(32차 발사) 최초로 궤도 로켓 1단 부스터를 재사용해 발사와 착륙을 성공했다.




▲ 팰콘9’의 이륙과 로켓 재착륙 과정(좌), ‘팰콘9’ 로켓의 재착륙 모습(출처: 스페이스 X 홈페이지)(우)


팰콘9의 재활용 기술을 자세히 살펴보면 로켓 연료인 산화제는 액체산소를 사용하는데, 팰콘9는 특별히 액체산소의 온도를 더 낮추어 밀도를 올림으로써 탑재 가능한 액체산소 양을 늘렸다. 이는 같은 부피에 연료가 더 많이 들어간다는 뜻으로, 재활용 에 따른 페이로드 감소를 커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팰콘9는 매우 얇고 가벼운 연료 탱크와 엔진을 개발해 무게를 감소시켰고, 재진입 시 높은 온도를 견디기 위해 열 차폐막을 다양한 부분에 부착했으며, 착륙지로 정확히 이동하기 위해 새로운 RCS(반작용 조정 시스템)와 그리드핀(공기의 흐름을 이용해 기체를 조종하는 장치)을 장착했다. 이에 더해 각종 정밀한 통신 시스템과 착륙에 의한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가벼운 탄소 착륙 장치를 추가했다. 팰콘9는 로켓발사에 패러다임을 바꾸는 이정표가 됐다. 이처럼 우주 유인선 개발, 화성 탐사 등의 핵심은 스페이스X의 로켓 재활용(비용 절감)기술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미 공군의 ‘로켓 카고’ 프로젝트는 실제로 스페이스X와 긴밀히 협력해 왔다고 한다(미 공군이 공개한 영상도 스페이스X의 스타쉽과 비슷한 점이 많다).


 


우주시대와 누리호


우스갯소리로 로켓배송을 화두로 던졌지만, 우리나라도 로켓배송을 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21일에 발사한 누리호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누리호는 대한민국 최초의 저궤도 실용 위성 발사용 로켓이자 자국력에 의한 한국형 발사체로, 향후 개발할 중궤도 및 정지궤도발사체와 대형 정지궤도발사체의 기술적 기반이 될 것이다. 누리호는 당시 고도 700km에 진입했으나 3단 엔진이 계획보다 46초 일찍 연소를 마쳐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는 데는 실패했다. 다만 자국의 기술력을 통해 우주 시대에 발을 디딘 것만으로도 크게 격려 받을 일임은 분명하다. 또한 스페이스X가 성공적인 이정표를 세운 것도 그간 수많은 발사 실험에서 나온 실패의 결과물임을 상기시켜볼 필요가 있다(발사 실패 모음집 영상이 일종의 밈(Meme)으로 인터넷에 나돌 정도다). 우주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누리호를 통해 로켓배송을 받는다는 상상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1) 송지유, "이것이 진정한 로켓배송… 아마존 '中→美' 직접 나른다.”, 머니투데이, 2021. 10. 14.

2) 유용원, “미군 구호물자도 로켓 배송? 전 세계 어디든 1시간 내 간다”, 조선일보, 2021. 10. 24.

3) https://www.youtube.com/watch?v=thS5oSwhRF8

4) Magentica, “재사용 로켓에 대한 모든 것 - 우주왕복선부터 스페이스X까지”, 2019. 4. 29.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jayyoo2002&logNo=221525077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