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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치의] ‘라떼(Latte, a.k.a. Natte)’의 과학

작성자
admin
2021-09-27
조회
479

‘라떼(Latte, a.k.a. Natte)’의 과학


우리는 바야흐로 세대 갈등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단면을 여실히 대변하는 단어로 ‘꼰대’가 있다. 심지어 ‘젊은 꼰대’까지 등장하여 세대 갈등을 세분화하고 있다. “나 때는 말이야(Latte is horse)”로 시작되는 꼰대의 무시무시한 과거 회상 씬(Scene)과 나레이션(Narration)은 모두의 귀를 아프게 만든다. 꼰대는 상대방의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말꼬리를 자르고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가보다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한다. 꼰대가 반사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모든 비극이 시작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자신에게 꼰대 증상이 있다는 것을 자각한 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꼰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스스로 꼰대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과 같은 기준에 자신이 세 가지 이상 속한다면 당신은 꼰대일 수도 있다.1)



그렇다면, 왜 꼰대가 되는 것일까? 꼰대는 태어날 때부터 꼰대인 것인가? 꼰대가 되는 것도 과학적·심리학적 이유가 있을까?


꼰대가 되는 원인 - 뇌과학적 분석


1) 전두엽 노화 및 기능 약화

나이가 들수록 꼰대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일까? 뇌의 발달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뇌는 주요 부위마다 발달 속도가 다르며 ① 호흡, 맥박, 혈압 유지를 담당하는 뇌간(Brain Stem) → ② 감정 처리와 보상 경로와 관련된 변연계(Limbic System) → ③ 인지 제어, 감정 조절을 하는 전두엽(Frontal Lobe) 순으로 발달한다. 이때 전두엽은 가장 마지막에 발달하는데, 뇌의 부위 중 가장 늦게 완성이 되어 25세까지도 발달이 진행된다.2) 이처럼 전두엽은 가장 마지막에 발달하지만 가장 먼저 노화되는 부위이기도 하다. 나이 든 사람의 뇌는 상대적으 전두엽의 노화로 인해 그 기능이 떨어지고, 인지 제어와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즉 특정 주제에 대해 밑도 끝도 없는 말을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2) 좌뇌와 우뇌의 노화 속도 차이

좌뇌와 우뇌는 각각 별개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뇌량(Corpus Callosum)이라는 2억 개 이상의 신경 섬유 다발의 연결로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보완하는 관계다. 좌뇌와 우뇌의 기능 차이가 절대적이진 않지만, 좌뇌와 우뇌 가운데 어느 쪽을 전반적으로 선호하느냐에 따라 양쪽 뇌에 할당된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 96%의 오른손잡이는 언어 기능을 좌뇌에서, 길 찾기 기능을 우뇌에서 맡는다고 한다.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좌뇌와 우뇌의 노화 속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뉴욕의대 신경심리학자 엘코넌 골드버그(Elkhonon Goldberg)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오른손잡이의 경우 우뇌가 좌뇌보다 대략 10년 먼저 노화한다. 약 50세부터 노화하기 시작하는 우뇌와 달리 좌뇌의 노화는 60세가 돼야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말만 계속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3) 전두엽 기능 저하에 따른 출처 기억(Source Memory)의 오류

전두엽의 기능 저하에 따라 기억의 회상(Recollection)에 어려움을 겪거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억 매커니즘에 관한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애릭 캔덜(Erick Kandel)은 아동과 노인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이런 현상을 출처 기억(Source Memory)의 오류로 설명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의 출처, 다시 말해 정보를 둘러싼 맥락은 회상하지 못하고 ‘정보’라는 의미만 기억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야기의 뼈대는 기억하지만 정작 그 세부적인 내용이나 근거는 망각하여 기억 인출에 실패하는 것이다.


4) 학습 기억의 부재

기억은 크게 ‘절차 기억’, ‘신념 기억’, ‘학습 기억’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4) 절차 기억은 주로 대뇌 기저핵의 일부인 선조체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신념 기억은 공포에 반응하는 편도체, 자율신경 호르몬의 반응 등이 매개가 되며,학습 기억은 기억이 만들어지는 해마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학습 기억은 10세 전후에 급격히 증가한다. 25세쯤 되면 절정에 이르고, 35세쯤 되면 안정적이다가 60세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든다. 학습하면서 기억 시스템이 바뀌는 것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기억은 학습 기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학 시절까지는 집중적인 학습을 하면서 학습 기억이 높지만, 그 이후에는 학습 기억이 30%로 줄어들고 대신 신념 기억이 60% 정도로 올라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학습 부재형의 고지식한 인간이 되고, 자기가 알고 있는 몇 가지의 고정된 신념 체계가 생각의 유연성을 가로막는 것이다.


 


꼰대가 되는 원인 - 사회심리학적 분석, 지적 겸손도가 떨어지면 ‘꼰대’

한편 사회심리학에서도 꼰대에 대해 설명한다.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고려할 줄 안다는 의미의 용어를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이라고 하는데, 최근 미국 페퍼다인대 엘리자베스 크럼레이 멘쿠소 교수가 국제학술지인 긍정심리학지에 지적 겸손도가 낮은 사람들의 공통점에 관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5) 연구에 따르면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참과 거짓을 잘 구분하고,자기가 옳다고 우기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적다. 반대로 지적 겸손도가 낮은 사람들은 자신을 과대 평가하고, 참과 거짓을 잘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옳다고 우기는 일이 많다.

또한 지적 겸손도가 낮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옳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하면 자신이 나서서 교정해 주어야 한다거나 자신에게는 사람들을 ‘계몽’시킬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나의 의견들은 가치가 있으므로 사람들은 나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배워야 한다”, “나는 나의 의견을 널리 전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 “세상에는 멍청한 사람들이 많다” 등의 문항에서 지적 겸손도가 낮은 사람들이 더 높은 빈도로 ‘그렇다’고 응답했다.

결국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지적 겸손도가 낮은) 사람들은 잘 틀리면서도 목소리는 커서 주변 사람들에게 소위 꼰대질을 하고 다닐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지적 호기심은 낮고 눈에 띄는 보상이 없다면 배움을 추구하지 않는데, 정작 자신은 아는 게 많다고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을 무시한다. 이런 현상은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나타났다.6)




“진정한 현자는 무지를 두려워하지 않고 회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수고와 탐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하나,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다.”

-레프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한 번 더 이성에 기대어 질문해 보자

우리는 뇌의 생물학적 지배를 받고 있으며, 자연의 섭리에 따라 노화에 이른다. 다만 인간은 본능을 넘어선 이성을 지닌다. 비록 노화로 인해 전두엽의 기능이 점차 저하되더라도,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 겸손과 같은 고귀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이성의 끈은 놓지 않을 수 있다. 평범한 방법이지만, ‘역지사지’로 청자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보고, 매사 학습하고, 나도 모르거나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자. 적어도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꼰대가 되어보자.


 


1) 김대수,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 - 내 마음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을 때”, 2021. 04. 15. 26p.

2) 이수민, “소통하는 꼰대가 되고 싶다면”, 동아비즈니스리뷰 278호, 2019. 08.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1/article_no/9224/ac/magazine

3) 한나 모니어, 마르틴 게스만,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 문예출판사, 2017.

4) 박문호, 『뇌 생각의 출현: 대칭, 대칭의 붕괴에서 의식까지』, 2008. 10. 27.

5) Krumrei-Mancuso, E. J., Haggard, M. C., LaBouff, J., P & Rowatt, W. C. 2019. Links between intellectual humility and acquiring knowledge,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6) 박진영, “지적 겸손도가 떨어지면 ‘꼰대’가 된다”, 2019. 04. 06.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27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