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동아주치의]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다면?

작성자
admin
2021-02-01
조회
743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다면?


Look, if you had one shot, one opportunity

(이봐, 네가 단 한 번, 단 한 번의 기회로)


To seize everything you ever wanted, in one moment

(원했던 모든 걸 얻을 수 있게 된다면)


Would you capture it or just let it slip? Yo.

(그 기회를 잡겠어, 아니면 그냥 날려 버리겠어?)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에미넴(Eminem)의 “Lose Yourself”라는 곡을 떠올릴 것이다. 힙합의 본고장 미국에서 전대미문의 흥행과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에미넴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우리가 힙합 래퍼를 떠올린다면 십중팔구 건들건들한 행동을 하는 흑인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에미넴은 놀랍게도 백인이다. 그가 단순히 백인이라 대중의 흥미를 끌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물론 에미넴도 여타 다른 흑인 래퍼처럼 편모 아래서 찢어지게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에미넴이 5세부터 자란 디트로이트라는 도시 자체가 과거 자동차 산업으로 흥했다가 값싸고 질 좋은 일본 자동차에 밀려 직장을 잃은 사람들로 들끓는 최악의 도시로 변모했다는 점도 그를 더욱 힘들고 어둡게 만들었다.


하지만 에미넴은 디트로이트 빈민의 삶을 살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꾼 기질이 있어서 만화가를 꿈꿨다. 그러다 열한 살 무렵, 2개월 차이가 나는 삼촌 로니가 아이스 T(Ice T)의 음반을 선물해 주었고, 같은 백인 힙합 그룹이었던 비스티 보이즈(Beasty Boys)의 음반을 듣게 되면서 백인도 랩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학창 시절 영어 성적이 무척 좋았고, 평소에도 떠오르는 단어가 있으면 자신의 노트에 적고 다녔다고 한다. 이런 그의 습관은 단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힙합의 주요 요소인 라임과 펀치의 달인이 되게 만들어 주었다. 자신만만하게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 투신한 그의 삶은 비난과 야유를 받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에미넴은 자신의 음악을 들어줄 클럽을 찾기 위해 디트로이트의 클럽을 찾아다녔지만, 그가 랩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기만 하면 ‘내려가라’라는 말과 욕설을 들었다. 한번은 덩치 큰 흑인에게 오렌지를 맞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욕을 얻어먹으면 주눅이 들 법도 한데 그는 계속해서 클럽을 찾아다녔고 나중에는 야유를 보내는 관중을 향해 라임을 세 마디 뱉었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자신감을 얻은 에미넴은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첫 기회를 잡았다. 오랜 시간 꿈꾸고 연습했던 그에게 관중의 야유나 오렌지 세례는 결코 방해가 될 수 없었다. 그렇게 잡은 첫 기회는 그를 래퍼로 만들어 주었지만,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백인이라는 이유로 혹평을 받고 무시를 받았다. 


그러다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온다. 1997년 LA의 지역방송이 주최한 랩올림픽에서 2위에 그쳤지만, 그걸 딘 가이스링어(Dean Geistlinger)라는 사람이 듣고 에미넴의 테이프를 ‘인터스코프 레코드’로 전달했다. 인터스코프 레코드 사장이자 힙합계의 거장인 닥터 드레(Dr. Dre)가 테이프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Find him. Now.” (이 녀석 찾아와. 당장.)


그렇게 인터스코프 레코드와 계약하게 되었고 2000년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에미넴은 여러 부침이 있지만, 여전히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맹수의 이빨로 잡아채며 랩신(Rap God)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흑인 일색의 랩계를 휘어잡고 있다. 


1월이 지났고 코로나를 핑계로 새해 계획을 하나둘 포기하고 있는 당신. 아직도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자신 앞에 놓인 기회를 잡아보자! 


Would you capture it or just let it sl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