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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신의진 교수

작성자
admin
2023-03-08
조회
156

뇌 발달의 골든타임을 지켜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신의진 교수



지난해 서울시에서 실시한 ‘코로나 영유아 발달 실태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0~5세 456명 가운데 48%는 발달이 늦거나 관찰 및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유아기에 있는 아이들의 두뇌 발달은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점검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가 된 셈입니다. 이번 <건강한 삶+>에서는 다음 세대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원하는 신의진 교수님을 만나 영유아기의 뇌 발달이 왜 중요한지 알아봤습니다.


 


Q. 소아청소년정신의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개 사람들이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 사회, 철학, 교육, 문화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생각을 할 텐데요. 저는 의학도이다 보니 의학의 관점에서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을 고쳐 주고 싶었어요. 사람의 마음 건강을 살피기 위해 철저히 과학적 기반에서 고민을 하게 됐는데요. 특히 아이들의 문제를 다룰 때 부모님이 아파하는 부분들을 단순히 공감해 주는 차원이기보다 우울할 때 뇌가 어떻게 감정을 느끼는지 살펴보고, 약물 치료나 인지 행동 치료를 통해 뇌에 어떤 부분을 좋아지게 하는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저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 왜 우는지, 왜 떼를 쓰는지 이해하기 힘들었거든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좋은 엄마가 되려면 소아청소년정신의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었고 개인적으로나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뇌과학 연구를 꾸준히 해오셨는데요. 뇌 발달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언제인가요?


만 3세, 즉 세 돌까지예요. 뇌는 그대로 둔다고 해서 발달이 되는 게 아니에요. 적어도 태어나서 3년 동안 외부 자극에 의해 뇌 구조가 바뀌거든요. 만 3세까지는 뇌의 변연계에서 정서, 사회성, 충동, 억제 등을 다루는 애착의 뇌가 많이 발달하는 시기예요. 이때 감정 교류가 중요한데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도리도리’, ‘짝짜꿍’, ‘죔죔’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대개 7~8개월 때 정서의 뇌에 한창 불이 붙으면서 아기들에게 상호 작용의 뇌가 생기기 시작해요. 그때 아빠, 엄마와 눈을 보면서 감정을 교류하고 모방 행동을 하게 되므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감정 교류를 활발하게 하다 보면 뇌가 몰라보게 발달한다는 걸 경험할 수 있어요.


 


Q. 뇌 발달에도 순서가 있는 건가요?


세 돌까지 뇌에서 자주 쓰는 부분은 발달이 되고, 자주 안 쓰는 부분은 지우게 되는데 이런 작업을 프루닝(Pruning)이라고 해요. ‘가지치기’를 한다는 뜻이죠. 적어도 두 돌에서 세 돌 사이에는 정서와 사회성을 조절하는 변연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 이후에는 사람을 쳐다보고 공감하는 법을 알아 가게 되면서 언어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만 3~4세가 지나면 인지 능력이 발달되고, 변연계가 완성이 되면 이성의 뇌에 불이 들어옵니다. 뇌 발달 측면에서는 만 4세까지 가장 활발하고 그다음에는 6세예요. 그러다 사춘기가 되면 뇌의 신경망 발달이 거의 끝나게 되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 평생 쓸 뇌의 80%가 6세 이전에 발달된다고 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두뇌의 사령부라고 할 수 있는 전두엽은 가장 늦게 완성되죠. 궁극적으로 나이에 따라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분이 따로 있기 때문에 세 돌이 넘어가야 훈육이 된다고 볼 수 있어요.


 


Q. 아이들의 뇌 건강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아이의 특성에 맞는 뇌 자극을 줄 필요가 있어요. 변연계가 발달한 시기인데 학습 능력을 키우려고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돼요.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기 때문에 뇌가 나빠질 수밖에 없어요. 이를테면 예민한 아이는 예민한 만큼 잘 맞춰 주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상황에서도 무난하게 지낼 수 있어요. 이와 반대로 건강한 아이인데 뇌 발달에 맞지 않은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마치 타고날 때부터 예민한 사람처럼 평생을 지내게 돼요. 정신 건강, 뇌 건강에 가장 중요한 시기는 영유아기이므로 어릴 때 전체 신경을 다 쓸 수 있게 오감에 자극을 줘야 해요.



Q. 소아청소년정신의학을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구해 오신 교수님께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뇌에 어떤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머니들의 헌신이 아닐까 생각해요. 전쟁 이후 먹고살기 힘들던 시절 어머니들께서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아오셨어요. 아이를 업고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살아오셨던 모습이 뇌 과학과 연관성이 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대부분의 어머니들께서 아이를 등에 업고 집안일을 하시거나 시장에 나가서 물건을 파신 것을 떠올려 보면, 아이가 어머니에게 업혀 있을 때 어머니의 촉감을 느끼게 되죠. 어머니는 아이의 반응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면서 아이와 엄마가 즉각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게 되니까 관계 형성은 물론 뇌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어요.



Q. 교수님께 약이 된 일은 무엇인가요?


‘ACE(Adverse Childhood Experience, 부정적 아동기 경험)’라는 연구가 있어요. 어릴 때 부정적 경험이 질병이나 조기 사망에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인데요. 어린 시절 뇌 건강이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자율 신경을 건드리게 되거든요. 변연계는 자율 신경계 바로 옆에 있고 혈관 건강이나 지질 대사까지 연결되어 있어요. 어린 시절 나쁜 경험은 어른이 되어 마음 건강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만성 질환에도 영향을 주게 돼요. 뇌는 우리 몸의 총사령관이에요. 총사령관을 키우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예요. 저의 일과(日課)나 치료(治療)는 뇌 과학에서 시작해서 뇌 과학으로 끝나는 만큼 제대로 된 과학적 양육 시스템을 만들어서 우리 사회에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저에게는 약이자 희망을 전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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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약보 2023년 3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