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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치의] 절대 후각에 도전한다! ‘전자 코(Electronic Nose)’

작성자
admin
2022-01-26
조회
493

절대 후각에 도전한다! ‘전자 코(Electronic Nose)’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마음이 불타고 있잖아요.” 2004년 ‘불새’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배우 에릭(문정혁)의 대사다. 요즘 말로 참을 수 없는 오글거림이 우리를 괴롭게 만든다. 그런데 어쩌면 그의 말대로 ‘마음이 불타는 냄새’를 맡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분석 기술의 진화에 따른 ‘전자 코(Electronic Nose)’에 관한 이야기다.


 




[그림 1] 후각신경 세포 및 후구 사이의 신호전달 모식도2)


 사람 코, 개 코 그리고 전자 코 


흔히 냄새를 잘 맞는 사람들을 일컬어 ‘개 코’라고 부른다. 실제로 개 코는 후각 능력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실제 후각 능력은 후각 세포 숫자에 비례하는데, 개의 후각 세포 수는 약 2억 2,000만 개로 사람의 후각 세포 500만 개에 비하면 40~50배나 많다.1) 그리고 개들의 코는 항상 축축하게 젖어 있는데, 이는 공기 속 냄새 분자들을 쉽게 달라붙게 하고, 용해해 후각 능력을 향상시킨다. 그렇다면 사람 또는 개, 혹은 그 이상의 후각 능력을 과학 기술로 재현해 보면 어떨까.


 


 어떻게 개발되고 있나? 


전자 코는 인간의 후각 시스템을 모방하여 냄새 또는 향을 인식하는 전자적 장치를 말한다. 과학자들은 사람이 냄새를 인식하는 과정을 공학적으로 재현해 냄새의 패턴을 파악하고 그 물질의 성분을 분석하는 기술을 연구해 왔다. 그런데 후각 인지 연구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복합적 신호의 해석에 있었다.2) 즉 한 개의 냄새 물질이 다양한 후각 수용체와 반응할 수 있으며, 반대로 한 개의 후각 수용체가 다양한 냄새 물질과 반응하여 신호를 생성 및 전달하여 수많은 물질의 향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 신호의 해석은 다양한 음식을 동시에 섭취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후각 인지 활용에 있어 극복해야 할 문제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냄새를 감지하는 센서 감도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갔고, 인공지능(AI)과 딥러닝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게 되면서 문제를 점차 극복해 나가게 되었다.


 


 개발 방법이 궁금하다! 


전자 코 개발 방법은 생체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과 수용체 또는 효소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생체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은 압전기, 전기 화학, 비색, GC/MS 기반 센서를 이용하는 것으로 크게 4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압전기 센서는 센서의 공명을 통해 물질이 흡착되는 원리로 작동되며, 사과의 최적 수확 시기나 토마토 품질 측정 등에 이용되고 있다.3) 전기 화학 센서는 전극에서 일어나는 산화 환원 반응을 통해 전류 변화를 측정하여 가스 농도를 감지하는 방법이다. 비색 센서는 전자기파와 물질의 상호작용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fluorescence, reflection, absorbance 등을 분석한다. 가격이 저렴하고 사용법이 간단하여 선택하기 좋은 장점이 있으나4) 센서의 내구성과 결과의 왜곡 같은 한계가 있다.5) GC/MS 기반 센서는 신속하고 비파괴적인 장점을 가지고 활용 영역이 점차 넓어져 의학, 식품의 원산지 판별, 저장성 예측에 활용되고 있다. 한편, 생체물질을 활용하는 방법에는 효소 반응을 이용하는 방법과 수용체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까지는 주로 효소 반응을 이용하거나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 센서가 이용되고 있으며, 수용체를 이용하는 방법은 연구 개발 중이나 크게 실용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 쓰나? 


전자 코는 식품 공정 모니터링에 사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육류 품질 관리, 생선의 신선도, 올리브유 분석에도 사용된다. 또한 위스키, 보드카, 참기름의 진위 판별에도 활용되며, 과일이 익은 정도를 쉽게 알아내는 데 쓰이기도 한다.6) 한편, 최근에는 냄새로 질병을 진단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 전자 코를 이용해 혈액 샘플에서 췌장암 및 난소암 세포를 무려 95%의 정확도로 구별해 낸 연구가 발표됐다.7) 건강한 세포와 암세포의 휘발성 유기화합물 조성이 달라 냄새에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펜실베니아 의과대학 연구진들은 먼저 난소암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혈장 샘플을 분석해 난소암 환자의 휘발성 유기화합물 특징을 알아낸 뒤 이를 감지하는 전자 코를 만들었다. 이 전자 코는 20분 이내에 난소암 환자의 경우 95%의 정확도로, 췌장암 환자는 90%의 정확도로 냄새를 통해 그들이 건강한 사람의 혈액 패턴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숨결로 폐암을 진단하는 전자 코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8) 한국전자통신 연구원(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날숨(호흡) 성분을 분석해 폐암 여부 진단을 돕는 의료용 ‘전자 코’를 개발했다. 실제 폐암 환자 37명과 정상인 48명의 날숨을 채취해 200회 정도 살핀 결과, 진단 정확도는 약 75% 수준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소위 ‘암내’라고 하는 액취증 역시 전자 코를 이용하여 진단하고 있으며,9) 시체의 부패 정도를 전자 코로 확인하여 사망 시각을 추정하는 연구도 진행된 바 있다.10) 최근에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을 진단하는 데 응용되고 있다.11) 이처럼 전자 코의 후각 능력이 점차 업그레이드됨에 따라, 조만간 주사 바늘로 피를 뽑거나 불쾌한 기대감(?)을 안고 킁킁거리는 일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1) 정원호, ‘[KISTI 과학향기] 질병 진단하고 식품 신선도 판별하는 전자 코의 세계’, 전자신문, 2021.06.28. 이하 참조.

2) 김민정, 박재호, ‘전자 코·전자 혀의 산업적 활용’, 식품산업과 영양 21(1), pp. 15-18, 2016. 이하 참조.

3) Saevels S, Lammertyn J, Berna AZ, Veraverbeke EA, Di Natale C, Nicolaї BM. 2003. ‘Electronic nose as a non-de-structive tool to evaluate the optimal harvest date of ap-ples’. Postharvest Biol Technol 30: 3-14.

4) Dymerski TM, Chmiel TM, Wardencki W. 2001. Invited re-view article: ‘An odor-sensing system-powerful technique for foodstuff studies’. Rev Sci Instrum 82: 111101.

5) Ciosek P, Wróblewski W. 2007. ‘Sensor arrays for liquid sensing-electronic tongue systems’. Analyst 132: 963-978.

6) Śliwińska M, Wiśniewska P, Dymerski T, Namieśnik J, Wardencki W. 2014. ‘Food analysis using artificial senses’. J Agric Food Chem 62: 1423-1448.

7) 정원호, ‘[KISTI 과학향기] 질병 진단하고 식품 신선도 판별하는 전자 코의 세계’, 전자신문, 2021.06.28. 이하 참조.

8) 이재림, “날숨 성분 분석해 폐암 진단 돕는 ‘전자 코’ 개발... 정확도 75%”, 2019. 10. 08. 연합뉴스.

9) 김정도 외 5인, ‘전자 코를 이용한 액취증의 진단’, 2013. Journal of Sensor Science and Technology Vol. 22, No. 4 (2013) pp. 276- 280.

10) 이재웅, “전자 코만 있으면 사망 시각 추적 ‘OK’”, 2014. 07. 01. 동아사이언스.

11) 고재원, “코로나 감염자 잡아내는 ‘전자 코’ 나왔다”, 2021. 06. 04.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