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주 특별한 만남] 개그맨 황영진

작성자
admin
2019-08-01
조회
1581

편안한 매력으로 유쾌한 웃음을 안겨 드릴게요


개그맨 황영진


SBS 7기 공채 개그맨, 성희롱 예방교육 전문 강사, 텐아시아 연예부 기자. 그의 이름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와 직업이 따라다닙니다. 멀티잡 엔터테이너로서 대중에게 편안한 웃음을 선물하는 황영진 님을 동아ST 신지원 과장이 만나봤습니다.




▲ 개그맨 황영진, 동아ST 신지원 과장


 


Q 어린 시절, 어떻게 개그맨의 꿈을 꾸게 되었나요?


: 집안 환경이 어려워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자취를 했어요.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외로움을 많이 탔죠. 그래서 <한바탕 웃음으로>, <유머 1번지> 등 코미디 프로그램을 많이 봤어요. 집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무서움을 많이 타서 코미디 프로그램을 녹음한 후 밤마다 녹음테이프를 들으면서 잠들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했고요. 그렇게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어린 시절의 저를 흔들어 놓으면서 방송에 나오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우연한 기회로 방청객이 되어 연예인들을 실제로 만나 보니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꿈을 키우다가 본격적으로 방송사 공채 개그맨 시험에 도전했어요. 그런데 시험을 8번이나 봤는데도 계속해서 떨어지는 거예요. 포기하려던 순간 우여곡절 끝에 합격해서 개그맨이 됐어요. 돌아보면, ‘시험을 8번 본 건 실패가 아니라 노력했다는 증거가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시험에 떨어진 건 실패가 아니라 노력이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뭔가 나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저절로 생긴 것 같아요. 



Q 어렵게 개그맨이 됐는데, 갑자기 프로그램이 없어져서 상실감이 컸을 것 같아요. 


: SBS <웃찾사>가 폐지되면서 직장이 없어지니까 굉장히 괴롭더라고요. 실제로 우울증에 빠진 개그맨들도 많았으니까요. 저도 그때 어떻게 살아야 될까 막막했어요. 다른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그때가 뭘 해야 될까 고민을 많이 했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위기는 ‘위대한 기회’라고 생각해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많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고, 또 관심이 가는 것들을 확장하려 노력했어요. 성희롱 예방교육 전문 강사 자격을 취득하고, 기자로 도전하고, 음반도 내면서 다양한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했어요. 역으로 생각해 보면 개그 프로그램의 폐지가 오히려 저에겐 기회가 된 거죠. 


 


Q 최근 여러 기업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는데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오시나요?


: 공공기관, 기업, 심지어는 최근에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 가서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고 왔어요. 교육을 하다 보니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나친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를 들어 칭찬에 관한 발언인데요. 여성에게 칭찬할 때 ‘예쁘니까 일도 잘해’ 이런 말처럼 외모로 평가하는 경향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기업이나 기관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면 3~6개월은 조용하다고 하지만 금세 잊어버리곤 해요. 성희롱을 당한 분들 중 심한 분들은 긴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하는데 말이에요. 더는 피해 사례가 없도록 교육을 주기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어요. 

남녀의 성역할만 하더라도 남녀가 하는 일이 따로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남자가 집안일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남녀가 함께하는 일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돼요.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로 ‘남자답게’, ‘여자답게’가 아니라 ‘너답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이야기해요.



Q 개그맨 활동을 바탕으로 강사로서 강의를 하거나 기자로서 취재를 하다 보면 좋은 점도,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개그맨이라는 뿌리가 있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웃음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게 돼요. 개그맨이 강사로도 활동하니까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고요. 기자는 대개 날카롭고 정적으로 몰입해야 되는 일이 많지만, 저처럼 웃긴 기자도 있으니까 차별화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처음에 강사로, 기자로 일한다고 했을 때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일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개그맨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진 못해 아쉽긴 해요. 개그맨이라는 뿌리가 저에겐 큰 힘이 되거든요. 하루하루 다른 직업으로 살아가다 보니 여러 가지 삶을 경험하는 재미도 있어요.


 


Q 활동 영역만큼이나 관계의 폭도 남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타인과 관계를 잘 맺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최고의 방법은 ‘리액션’ 같아요. 저는 누군가를 웃기려고 노력하기보다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고 리액션을 잘하려고 노력해요. 같이 웃어 주고 상황에 맞는 말을 해주는 거죠. 잘 생각해 보면, 세상에서 제일 웃긴 사람은 상대방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웃기려고 애쓰면 때로는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어요. 리액션을 잘하다 보면 어색했던 사람과 친해지기도 해요.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많이 웃어주고 들어주는 게 기본이니까요. 그러면 요즘 유행어인 ‘인싸’*처럼 저절로 관계가 풍성해져요. 



Q 이와 반대로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거나 관계 형성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어떤 위로가 필요할까요?


: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 돼요. 내가 아무리 착한 척을 해도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진 않더라고요. 어느 순간 나를 두고 뒷담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인맥다이어트’**라는 말이 있듯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연락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나랑 친한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요? 

이 세상에서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10%,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20%, 나에게 관심 없는 사람은 70%예요.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건지 내가 먼저 재단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가 사랑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사랑해 달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든 칭찬하든 상대의 자유예요. 상대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내 마음의 중심을 지키면서 가까이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 보세요. 저는 이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아내이고, 저의 취미는 가족이에요.


*인사이더(insider), 아웃사이더와는 다르게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

**‘인맥’과 ‘다이어트’ 의 합성어로, 번잡한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취업활동, 사회활동 등 바쁜 생활 때문에 의도적으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행위


 


장소제공: 더하우스 1932 • 서울시 중구 만리재로35길 7

동아약보 2019년 8월호 발췌

전체 1

※ 과도한 욕설이나 광고글은 관리자의 권한으로 삭제할 수 있습니다.
  • 2019-08-12 15:05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기사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