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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특별한만남]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싶다면/구호활동가 김용민 교수

작성자
admin
2019-10-01
조회
1323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싶다면


구호활동가 김용민 교수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릅니다. 따라서 무언가를 선택할 때마다 용기보단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게 됩니다. 지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우리나라 국토를 누빈 국토대장정 대원들은 국토대장정이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는 감상을 남겨주었습니다. 이들의 선택과 도전의 현장을 돌아본다면 대원들의 건강을 생각하며 의료 봉사로 힘써주신 김용민 교수님의 도전 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들에게 책과 사진으로 용기를 불어넣어 주며, 선배로서 청·장년층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는 김용민 교수님을 동아제약 대학생 국토대장정 담당자 김경태 부장, 백영인 대리가 만났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삶의 갈림길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어드벤더링(Advendering)’, ‘땜장이’, ‘천명(天命)의 의미’를 생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어드벤더링은 처음 듣는 단어인데요. 어떤 뜻인가요?


: 어드벤더링은 제가 직접 만들어 본 신조어로 ‘모험’을 뜻하는 ‘어드벤처(Adventure)’와 ‘방황하다’라는 뜻의 ‘원더링(Wandering)’의 합성어예요. 늘 해오던 일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매번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는 뜻이 담겨 있죠. 동아제약에서 매년 실시하는 국토대장정이야말로 어드벤더링 정신을 담은 거라고 생각해요. 매번 새로운 코스를 개발하고 답사한 다음, 대학생들과 같이 행진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체득해 나가고 있으니까요.


 



Q 정형외과 교수로서 정년을 6년 남기고 조기 퇴직하신 뒤,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가로 또 다른 도전을 거듭하시는 교수님도 두려움을 느끼실 때가 있을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하셨나요?


: 어린 시절에는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의사라는 직업을 가졌을 때는 남이 꺼리는 자리나 빈자리를 메워주는 일을 하면서 ‘땜장이’로 살아왔어요. 돌아보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아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최선을 다해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했죠. 얼마 전, 가까운 후배와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누구나 도전은 두려워해요. 리스크도 크고요. 그런데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느끼는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강하면 도전할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 세상에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요? 


이번 책에서도 소개한 자전거 여행 이야기는 저의 첫 어드벤더링이었어요. 대학교 방학 중에 친구들과 자전거 여행을 가려고 부모님께 어렵사리 허락을 받았는데, 여행 전날이 되자 갑자기 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와서 여행을 안 가기로 했다는 거예요. 자전거로 부산을 가는 코스라 걱정스러웠는데 친구가 안 가기로 했다는 말에 그 순간 저도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간 수동적으로 살아오던 제 인생에 처음 찾아온 ‘어드벤더링’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생겨서 결국 여행길에 올랐죠. 그러고 보니 도전이라는 건 두려움, 리스크, 하지 않을 이유보다 호기심과 그 일에 부여하는 의미가 더 크면 하게 되는 것이더라고요.


 



Q 어드벤더링에 이어 땜장이 의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셨고, 교수로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셨을 것 같습니다. 특히 몇 해 전, 교수님의 PPT 주례사가 인상적이었다는 기사를 접했어요. 새로운 출발을 하는 이들에게 당연히 덕담을 해주시겠지만, 교수님의 주례사에 꼭 들어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 PPT 주례사는 결혼식의 주인공이 신랑 신부라는 것을 알려주는 데 있어요. PPT 주례사를 준비하려면 신랑 신부를 인터뷰하면서 자료를 구성해야 되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제법 긴 편이에요. 그래도 식장에서 PPT 화면을 띄우면 하객들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어요. 주례사 앞부분은 신랑 신부 소개서로 구성해서 첫 슬라이드에 신랑의 돌 사진, 신랑 부모님의 결혼사진을 띄우죠. 그러다 보면 신랑 측 하객들의 관심이 뜨거워진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신랑처럼 신부와 신부 부모님의 사진도 화면에 띄우면서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소개한 뒤, 주례사로 ‘사랑과 용서’에 관한 메시지를 전해요. 자연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햇빛이 있어야 하듯 사랑은 인간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예요. 사랑과 더불어 용서는 달빛 또는 별빛으로 비유할 수 있어요. 신랑 신부가 처음에는 사랑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서로 미워하고 싸우게도 되죠. 그럴 때 사랑만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용서가 필요해요. 용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봐주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서 같은 마음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사랑이라면,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건 용서가 아닐까 싶거든요.




Q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발 벗고 현장을 찾는 교수님의 모습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국토대장정에 의료 봉사를 나오셔서 학생들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며 사진을 찍어주시는 모습이 참 다정하게 느껴졌어요. 취미로 사진을 자주 찍으시는 편인가요?


: 예술 사진을 배워본 적도, 좋은 카메라를 가져본 적도 없지만, 남들이 잘 안 가는 곳을 갈 때마다 카메라를 챙겨가는 편이에요. 국토대장정은 저에게 새로운 경험이나 다름없는 활동이었기 때문에 사진으로 남겨 놓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세월이 흘러도 사진이 있으면 기억을 하게 되니까요. 사진이 없으면 경험한 일들도 잊어버리게 되죠. 저에게 사진은 예술이나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창작물이 아니라 저의 기억을 위해서 남겨 두는 기록(documentation)이에요. 얼마 전, 우연한 기회로 사진전을 열었어요. 예술 사진을 시작으로 누군가 저를 찍어줬던 사진, 아이티와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한 사진, 어린 시절 사진으 로 전시를 구성해봤는데 제 삶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특히 의사로서, 국경없 는의사회 구호활동가로서 살아가는 것이 하루아침에 결정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거 쳐 이루어진 결과이자, 제 뜻보다는 ‘천명’에 있었다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생전 처음 도전 한 전시인 만큼 여느 사진전과 다르게 사진마다 짧게 설명을 달아봤는데 감동을 받았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뿌듯해지더라고요. 




▲좌측부터 동아제약 백영인 대리, 김용민 교수, 동아제약 김경태 부장


Q 사진전과 더불어 이번에 나온 책은 교수님 삶에 남다른 기록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교수님께 어떤 의미일까요? 


: 원래 책을 낼 계획은 없었어요. 그동안 정리해 둔 강의록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우연찮게 책이 됐어요. 60년 만에 나온 책이자 제가 살아온 인생을 담은 이야기라 남 다르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만요. 환갑이라고 하면 주로 가족들과 식사를 하거나 여행을 가는 것으로 지나가지만, 책을 쓴 것은 나를 위한 기념 이벤트가 되어주었지요. 그런 의미 에서 노후를 준비하며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세우고 싶은 사람들,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 의사를 꿈꾸고 있거나 젊은 의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고해볼 수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였으면 합니다.


 


※장소제공: 루나모디카 • 주소: 서울 강남구 역삼로77길 21 / 전화: 02-563-0874 

※동아약보 2019년 10월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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