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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주치의] 치약 성분 파헤치기

작성자
admin
2023-06-09
조회
110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치약 성분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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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치약과 함께한 추억들이 있다.


소싯적 수학여행이나 MT때 일찍 잠든 친구들을 골탕먹이기 위해 치약을 얼굴에 짜두거나, 군대에서 화생방을 대비하여 눈이나 코밑에 치약을 미리 발라 면역력(?)을 높이거나, 내무반의 모든 청소를 치약으로 대신하는 등 '라떼는 말이야'와 같은 이야기들.


치약은 무슨 성분이 들어 있길래, 이리도 다양한 추억의 재료로 사용하게 되었을까? 치약 성분에 숨겨진 재밌는 과학을 파헤쳐보자.


 


치약의 역사


치약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대 이집트인의 ‘희고 완벽한 이를 위한 치약제조법’이다.1) 고대 이집트인들은 기원전 5000년부터 치약을 사용했는데, 부석가루·소 발굽을 태운 재·계란 껍질·굴 껍질 등에 몰약(沒藥)을 섞어 사용했다. 기원전 100년의 로마인들은 소변을 치약으로 사용했는데, 심지어 일부 부자들은 오줌 농도가 짙다고 소문난 포르투갈인들의 소변을 수입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중국에는 버드나무를 깎아 치목(齒木·오늘날의 이쑤시개)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버드나무 가지는 소독 효과를 내는 성분이 있어 충치나 잇몸병으로부터 입속 건강을 지키는 데 효과가 있으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양치(養齒)질 한다’의 양치는 버드나무 가지를 뜻하는 양지(楊枝)가 바뀐 단어라고 한다. 이외에 소금과 모래를 이에 문질러 닦기도 했는데, 일반인들에게는 귀한 소금 보다는 모래가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지금과 같이 짜서 쓰는 형태의 치약은 1850년대에 개발되었고, 1896년 미국 콜게이트가 튜브에 담아 판매하면서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현재 치약 시장에는 틀니용, 시린이용, 어린이용 등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부가 기능을 강조한 다양한 치약이 출시되어 있으며, 액상 치약 등 새로운 형태의 치약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물리적 청소 vs. 화학적 청소


우선 치약은 크게 8가지 성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수분과 습윤제, 연마제가 치약 구성의 대부분을 차지고 있으며, 나머지 계면활성제, 약용 성분 등은 미량으로 첨가되어 있다.



한편, 치약의 역사를 살펴봤듯이 인류는 치아를 깨끗이 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물리적’으로 치아의 이물질과 플라크(Plaque, 치태)를 쓸어내는 방법을 고안함과 동시에 다른 하나는 ‘화학적’으로 세균을 죽이거나 이를 돕는 작용이 일어나도록 특정 화학 물질들을 첨가하는 등의 방법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현대의 치약 성분 중 연마제는 ‘물리적’ 청소를 담당하고, 약용 성분과 계면활성제 등은 ‘화학적’ 청소를 담당한다. 특히 구강양치액(가글액)과 치약은 이러한 ‘물리적’ 청소 성분인 연마제의 유무에서 큰 차이가 난다(그림 2 참조).2)



 


내 치아에 맞는 연마제 선택 - RDA 확인!


우선 물리적 청소를 담당할 연마제를 알아보자. 연마제는 칫솔과 함께 치아 표면을 닦아주는 데 도움을 주는 성분이다[덴탈 타입 시릴카(무수 이산화규소), 탄산수소나트륨, 탄산마그네슘, 피로인산칼슘, 탄산칼슘, 규산나트륨 등]. 연마제는 플라크를 제거하고, 치아 표면을 미세하게 연마하는 폴리싱(광내기) 액션으로 치아 표면의 착색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치태와 치석을 연마제로 문질러서 제거하는 만큼 상대적인 단단함 정도가 중요하다.3) 치아의 에나멜은 5정도의 모스 경도를 가지는데, 따라서 치태 또는 치석을 제거하기에는 충분하고 치아를 손상시키지 않을 정도의 경도를 가진 연마제면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치약은 너무 마모성이 크면 안 된다.4) 여러 해 동안 마모가 되면 치아의 에나멜에 손상을 주게 되는데 에나멜은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


이 손상은 부드러운 상아질에서 보다 선명하고 심각하다. 독일 치과협회는 사람들이 만약 치아의 뿌리가 노출되어 있다면 보다 마모성이 적은 치약을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치아의 상아질에 대한 특별한 치약의 마모 영향은 경도, 실리카 혹은 알루미나와 같은 마모 첨가제의 입자 크기 및 함량에 따라 달라진다. 마모도는 RDA(Radioactive Dentin Abrasion: 방사 활성 상아질 마모도) Value로 결정되는데, 범위는 30에서 200이상이다. 치약의 RDA 값이 마모 깊이와 상관관계가 있다. 값이 클수록 마모 정도가 크게 나타난다. 특별히 구강 내 문제가 없는 분들은 50~100 RDA 정도의 치약을 쓰는데, 과민성 치질이거나 치주 질환, 치경부 마모증, 치아가 약한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RDA가 낮은(50 미만) 치약을 쓰는 것이 좋다. 반면, 커피를 자주 마시거나 흡연을 하는 경우, 평균 치면세균막 지수가 높거나 일 평균 칫솔질 회수가 1회 미만인 사람은 RDA가 높은 미백 치약을 쓰면 착색 제거에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국회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민 구강 건강을 위해 치약 연마제 함량에 따른 ‘마모도’를 표기해야 한다는 입법안을 촉구하기도 하였다.5)6) 


 



내 치아에 맞는 불소 함유량 선택


이번에는 화학적 청소 담당인 불소를 알아보자. 치약에는 충치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불화나트륨과 일불소인산나트륨의 성분이 주로 첨가된다.7) 불소는 치아의 표면을 소독하며 방어막을 형성한다. 따라서 치약에는 불소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불소 함량이 1,000ppm 이하의 치약들은 충치 예방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8) 2010년 코트란 리뷰에 따르면, 대조군과 대비해 1,000/1,055/1,100/1,250ppm 치약의 충치 예방율은 약 23%, 2,400/2,500/2,800ppm 치약의 충치예방율은 36%인 반면, 440/500/550ppm 치약의 충치 예방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칫솔질을 하고 나서 입을 과도하게 헹구어 내면 불소는 모두 씻겨 나가고 결과적으로 충치 예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9)


우리나라는 치약을 의약외품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대부분 불소가 1,000ppm 정도 들어있다. 미국에서는 1,000~1,100ppm, 유럽에서는 1,450ppm 정도의 농도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치약 브랜드인 콜게이트의 경우 1,450ppm 불소치약이 주력 판매상품이며, 2,800/5,000ppm은 치과의사 처방에 따라 사용이 가능하다. 영유아를 위한 무불소치약 제품도 있지만, 이 제품 하나를 제외한 모든 어린이 치약에도 1,450ppm의 불소가 함유돼 있다.


부산대 정승화 교수에 따르면, 치의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불소의 안전성과 효과성은 많은 연구 문헌에서 보고됐으며, 불소치약에 함유된 일상적인 불소치약의 사용에 대해서는 염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한다.10) 다만 유년 시절 불소의 과다한 전신 섭취는 영구치에서 심미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치아불소증(반점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학계가 인정하는 유일한 불소치약의 부작용이다. 이러한 염려 때문에 지난 2014년 이전까지는 만 2세까지 불소치약을 사용하지 말고, 2세 이후부터 6세까지는 완두콩만큼 사용하라는 것이 세계적인 권고기준이었으나, 미국 ADA와 영국 NHS는 불소의 충치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고, 치아불소증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재는 만 3세 미만에서는 1,000ppm 이상의 불소치약을 쌀알만큼 사용하고, 만 3∼6세는 완두콩만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입냄새 제거와 치약


우리 입속에 사는 세균은 치태나 치석 같은 입속 단백질을 분해하는 냄새나는 ‘황화합물’을 생성한다. 이것이 구취의 주원인이다. 치약을 고를 때 황화합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아연’과 ‘마그네슘’이 들어 있는 치약이 좋다.11) 이는 입냄새 뿐만 아니라 항균, 항치태, 항우식 작용을 돕기도 한다. 또한 치약의 계면활성제는 거품을 내게 되는데, 문제는 계면활성제가 구강을 자극해서 구강 건조증을 유발하고, 그 결과 구취를 심하게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계면활성제를 포함해 치약에 다양하게 들어간 첨가제를 제거하기 위해 5~10회 충분히 헹구길 권장한다.12)


 


중요한 것은 건강한 양치질 습관을 기르는 것!


치약의 성분에는 많은 과학적 이야기가 숨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도 결국 양치질을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사일 뿐. 우리의 치아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건강한 양치질 습관을 들이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행복한 노후를 대비하자.


 


치아 상태에 따른 올바른 치약 선택 요령7) 


성장기 어린이


불소가 함유된 제품은 3세 이상 어린이도 사용 가능하지만 총 함유량은 1,000ppm을 초과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6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완두콩 크기 정도로 소량을 사용하고, 빨아 먹거나 삼키지 않도록 보호자가 지도한다.


 


충치 환자


충치가 잘 생기는 사람은 충치 유발을 억제하는 불소 함유 성분 (불화나트륨, 일불소인산나트륨)의 치약을 선택하도록 한다. 불소가 함유된 치약은 치아의 내산성을 높여주어 충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린 치아


마모도가 낮고 시린 이의 통증을 완화시키는 인산삼칼슘, 질산칼륨, 염화칼륨, 염화스트론튬 등이 함유된 치약을 선택 한다. 이런 성분들은 노출된 상아질에 방어벽을 형성해 통증을 막아주고 이가 시린 증상을 예방·완화시킨다.


치주 질환 환자


치은염(잇몸에 국한된 염증)이나 치주염(잇몸 주위까지 염증이 파급된 질환) 등 치주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금, 초산토코페롤(비타민E), 피리독신(비타민B6), 알란토인류, 아미노카프론산, 트라넥사민산 등이 함유된 치약을 사용한다.


변색된 치아


치아의 마모도가 높고 항 치석 성분이 함유된 치약을 선택한다. 치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피로인산나트륨 등이 함유된 치약을 사용하고, 치태 제거 등 연마 목적으로는 탄산칼슘, 이산화규소 및 인산 수소칼슘 등의 성분이 함유된 치약을 사용하면 좋다.


 


<출처>


1) 김정아, ““옛날에는 무엇으로 이를 닦았을까?” 치약의 역사”, 디지틀조선일보, 2014. 10. 08. 참조: https://archive.md/20170826005111/http://news.chosun.com/ site/data/html_dir/2014/10/08/2014100801452.html#selection-929.0-929.27

2) 표 참조 : https://webstor.srmist.edu.in/web_assets/srm_mainsite/files/downloads/Dental_Products.pdf

3) https://www.orenlife.com/magazine/?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7361042&t=board

4) 화학공학소재연구정보센터, “빠르게 치약을 점검하는 방법”,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2. 10. 03., 이하 참조; https://www.cheric.org/news/globaltrend/ view.php?id=GTB2012100049

5)“치약 연마제 함량 따른 ‘마모도’ 표기해야”, 건치신문, 2018. 10. 16., https://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267

6) 전게 각주 4 참조, “『현대예방치학, 구강관리용품론』에서 Radioactive dentin abrasion methods(방사성 동위원소 분석법, RDA)를 이용해 영국표준연구소 기준세치제의 마모도 100을 기준으로, 마모도가 천차만별인 국내 시판 치약 10종의 수치를 제시하며 치약에 마도도 표기 의무화를 식약처에 강력 주문했다”.

7) 이정표, “재미있는 치약 이야기”, 식품의약품안전처 웹진, 2013. 03. 16p. 이하 참조.

8) 이인문, “1,450ppm 불소치약 시대가 열렸다”, 건치신문, 2020. 07. 27. 이하 참조. https://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0656

9) 서한기, “이닦고 과하게 물로 헹구면 충치예방 효과 떨어져”, 연합뉴스, 2014. 11. 13.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7244606?sid=103

10) 전게 각주 7, 이하 참조

11) 엄채화, “입냄새 있다면 이렇게 하세요”, 하이닥뉴스, 2022. 09. 04. https://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729534 [출처] : https://www.hidoc.co.kr/ healthstory/news/C0000729534 | 하이닥

12) 이금숙, “칫솔질의 과학.... 헹굼 횟수가 구강 건강 좌우”, 헬스조선, 2021. 05. 11.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5/10/2021051001798.html


※ 동아약보 2023년 6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