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과학주치의] 위산의 밸런스(balance)와 과학

작성자
admin
2023-02-09
조회
142

위산의 밸런스(balance)와 과학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콘텐츠에 대한 소감을 남길 수 있습니다.


누워 있을 때, 먹었던 음식이나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을 한 번쯤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위산이 식도 내로 역류되어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로 인해 기침을 하거나 가슴의 불편함을 겪기도 한다. 역류 증상이 자주 나타나고 호전되지 않는 상태로 두면, 식도에 조직 손상을 일으켜 형태학적으로 변화가 나타나는데, 바로 역류성 식도염(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GERD)이다. 협심증과 비슷한 가슴 통증, 만성 기침, 속쓰림, 목 이물감과 이유 없이 목이 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위산은 그저 소화를 돕는 액체 정도에 불과할 수 있는 반면 우리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위산의 밸런스(balance)에 숨겨진 과학을 파헤쳐 보자.


 


위산(胃酸) vs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 pylori) 균


우선 우리가 통칭하여 부르는 위액(胃液, gastric juice)은 ⑴ 위장벽을 보호하는 점액, ⑵ 입에 삼킨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 위에서 분비되는 액체로 염산(HCl)인 위산(胃酸), ⑶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펩신, 이렇게 세 가지가 혼합된 액체를 말한다.


위액은 pH가 1.5~3.5 정도이며 0.5%(5000ppm)의 염산과 대량의 염화칼륨, 염화나트륨으로 되어 있다. 펩신은 단백질을 분해하고 염산은 살균과 효소(펩신)의 활성 pH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위액은 1회 식사에서 500~700ml가 분비되는데 위액은 강한 산성으로 적정한 위산이 분비되어야 단백질 분해 효소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고, 췌장의 소화 효소도 순차적으로 나오게 된다.1)


위산은 또한 위의 배출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서 위 내에서 음식물이 충분히 소화될 수 있게 하고 한 번에 많은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조정한다. 칼슘, 철, 비타민 B₁₂ 등 많은 영양소의 흡수에도 관여하며 음식물을 통해서 들어온 세균이나 위 안에 잡다한 균을 죽임으로써 병균에 대한 방어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강한 산(酸)인 위액을 버티는 세균도 있는데, 바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 pylori) 균(이하 헬리코박터균)이다. 2) 헬리코박터균은 뮤신(mucin) 층에 파고 들어가서 생존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60~70%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으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헬리 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암에 걸릴 확률이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3)




▲[그림 1]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 https://www.medicaltimes.com/Main/ News/NewsView.html?ID=1127992 참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위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헬리코박터균을 분류했지만, 아직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것 자체가 위암을 발생시킨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감염된 사람의 95% 정도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일부에서는 만성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헬리코박터균은 입을 통해 감염되어 위 점막에 기생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찌개를 한 냄비에 끓여 같이 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음식 문화의 경우 전염 가능성이 높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위산 과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초기에는 위산 분비 억제 물질이 분비되는 부위에 주로 감염이 되고 위산이 분비되는 위의 체부는 정상이어서 위산 분비가 과다해질 수 있다.4) 일반적으로 속쓰림이나 가슴쓰림은 위산이 증상을 유발하는 데 관여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위산이 과다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위의 감각이 예민해져 있을 때 위산이 감각 신경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거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서 식도 신경을 자극해 증상이 유발되는 경우가 흔하며 이 경우에는 위산이 과다하지 않더라도 산 분비 억제제나 제산제가 증상을 호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위산 부족?


사실 위산은 과다해서 생기는 문제보다 필요한 양에 비해 부족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나이가 들수록 위산 분비가 줄어들게 되는데 50세 이상에서는 30% 정도 감소된다.5) 한양대병원 소화기센터 이항락 교수는 “속이 자주 쓰리면 위산 과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 중 20% 정도는 정반대로 위산 부족이 원인”이라며 “우리나라 40대의 30%, 70대의 50% 정도는 위산 분비량이 정상보다 적다고 의료계는 추정한다”라고 말했다.6) 일반인들은 대부분의 위 관련 증상이 과다하게 분비된 위산 때문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 위산을 분비하는 정상 적인 위 기능의 약화로 위산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어렸을 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성인들이 많다. 오랫동안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위는 위축 및 장상피화생이 오기 때문에 위산 분비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7) 또한 위암을 포함한 위 질환의 유병률이 높아져서 위 절제술을 받거나 속쓰림, 가슴쓰림 등의 증상으로 위산 분비 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늘었는데, 이 또한 위산이 필요한 양보다 부족해서 문제가 된 경우다. 위산이 부족하면 음식물의 소화 능력이 떨어지고 소화 효소의 분비나 기능이 감소하며 칼슘, 철, 비타민 B₁₂ 등 많은 영양소의 흡수에 지장을 초래해서 빈혈, 골다공증 등의 위험도 증가한다. 위산이 감소함에 따라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이 제거되지 않고 증식하면 급성 위장염 등 다양한 감염 질환이 생길 수 있으며 세균에 의해 암 발생률을 높이는 질소화 합물 성분이 증가할 수도 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경우에는 제균 치료가 도움이 되고, 위산 분비 억제제나 제산제를 남용하지 않도록 하고 음식물을 오랫동안 씹어서 위산 분비를 촉진시키며 위의 염증이나 위축을 조장하는 나쁜 생활 습관 및 식습관, 짠 음식, 과음 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위산 과다 구별법


위산 부족은 위산 과다와 마찬가지로 속쓰림을 일으키기 때문에 헷갈리기 쉽다.8) 그러나 위산 과다와 속쓰림 양상이 다르다. 위산 부족은 음식을 먹은 뒤 속이 쓰리며, 지속되면 소화 불량을 동반한다. 이는 펩신이나 세크레틴 등 소화 효소가 덜 분비되기 때문이다. 위산 부족이 심해지면 단백질, 지방, 철분 등이 체내에 잘 흡수되지 않아 손톱이 쉽게 부서지거나 빈혈이 나타난다. 위산 과다는 소화불량을 동반하지 않는다. 공복에 속이 쓰리다가 음식물이 들어가면 나아진다.


 


위산과 커피의 상관 관계


커피의 각성 효과가 카페인 때문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카페인은 위가 안 좋은 사람에게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데, 바로 커피의 카페인이 위산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위산 분비의 밸런스가 깨져 속쓰림이나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있을 때,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으로 인해 위산 분비가 촉진되어 증상이 더 악화한다.


‘미국립과학원회보’ 2017년 7월 25일 자에는 카페인이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는 메커니즘을 밝힌 논문이 실렸다.9)10)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공동 연구자들은 카페인이 위벽의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쓴맛 수용체에 달라붙어 위산을 분비하라는 신호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쓴맛 수용체는 혀뿐 아니라 몸의 다른 기관에서도 존재하며, ‘위’에도 존재한다. 쓴맛은 우리 몸에 일종의 경고 표시로써, 독이 될 수도 있는 물질로 이해하여 생체 내에서는 쓴맛을 내는 물질을 뱉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같은 맥락에서 ‘위’에 존재하는 쓴맛 수용체는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고 보고 연구진은 실험을 설계했다.




이 실험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세 가지 방식으로 카페인과 접촉했는데, ‘①그룹’은 커피를 마시듯 카페인이 녹아 있는 물을 마신다(즉 혀의 쓴맛 수용체와 위의 쓴맛 수용체, 둘 다 반응하는 경우). ‘②그룹’은 카페인 가루가 들어있는 캡슐을 물로 삼킨다(위(胃)의 쓴맛 수용체만 반응). ‘③그룹’은 카페인이 녹아 있는 물을 한동안 머금다가 뱉는다(혀의 쓴맛 수용체만 반응). 한편 대조군은 그냥 물만 마신다.


연구 결과 흥미롭게도 위산 분비에 미치는 카페인의 효과는 부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즉 ‘입안’에서 작용할 때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를 내고 ‘위’에서 작용할 때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는 입에서 쓴맛을 감지할 경우 뱉어낼 것을 예상해 소화를 억제하는 신경 신호가 전달된 결과로 보인다. 반면 위에서 감지한 경우는 물질이 몸 안에 들어온 상태이므로 위산을 분비하면서 소화해 없애려는 해독 반응으로 보인다.


해당 연구에서는 카페인이 쓴맛 수용체에 달라붙는 걸 방해하는 물질인 호모에리오딕티올(homoeriodictyol)을 함께 섭취했을 때의 상관 관계도 살펴보았는데, 마찬가지로 ‘혀’에서는 방해 물질로 카페인에 의한 위산 분비 억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반면 ‘위’에서는 위산 분비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연구자들은 이번 발견이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궤양 같은 위산 분비 교란 질환을 치료하는 데 쓴맛과 쓴맛 억제제를 이용한 치료법으로 응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쓴맛이 나는 액체를 입에 머금고 있거나(혀의 쓴맛 수용체 자극) 쓴맛 억제제를 복용할 경우(위의 쓴맛 수용체 억제) 위산 분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 후에 마시는 커피는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돕고 각성 효과를 주어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위산 과다로 인한 속쓰림에도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는 커피를 삼키는 대신 맛만 보는 것이 좋겠다.


<출처>

1) 이광재, ‘남아도 탈, 모자라도 탈 – 위산’, http://hosp.ajoumc.or.kr/HealthInfo/DiseaseView.aspx?ai=870&cp=1&sid= 이하 참조

2) 이 균을 발견한 마샬 박사와 워렌 박사는 그 공로로 2005년 노벨 생리 의학상을 받았다.

3) http://www.samsunghospital.com/home/healthInfo/content/contenView.do?CONT_SRC=HOMEPAGE&CONT_SRC_ID=33559&CONT_CLS_CD=001021003005&CONT_ID=5938 이하 참조

4) 각주 1, 이하 참조

5) 한희준, ‘속쓰리면 무조건 위산과다?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헬스조선 2012. 2. 1.; http://samsunghospital.com/home/healthInfo/ content/contenView.do?CONT_SRC_ID=28763&CONT_SRC=HOMEPAGE&CONT_ID=3845&CONT_CLS_CD=001021008005

6)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12013103167

7) 각주 1, 이하 참조

8) 각주 6, 이하 참조

9) Liszt KI, Ley JP, Lieder B, Behrens M, St ö ger V, Reiner A, Hochkogler CM, K ö ck E, Marchiori A, Hans J, Widder S, Krammer G, Sanger GJ, Somoza MM, Meyerhof W, Somoza V. Caffeine induces gastric acid secretion via bitter taste signaling in gastric parietal cells. Proc Natl Acad Sci U S A. 2017 Jul 25;114(30):E6260-E6269. doi: 10.1073/pnas.1703728114. Epub 2017 Jul 10. PMID: 28696284; PMCID: PMC5544304.

10) 강석기,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린 이유’, 2017. 8. 28. ; https://www.sciencetimes.co.kr/ news/%EC%BB%A4%ED%94%BC%EB%A5%BC-%EB%A7%88%EC%8B%9C%EB%A9%B4-%EC%86%8D%EC%9D%B4%EC%93%B0%EB%A6%B0-%EC%9D%B4%EC%9C%A0/, 이하 참조


※ 동아약보 2023년 2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