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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 서울대학교병원 이식혈관외과 안상현 교수

작성자
admin
2022-06-23
조회
273

건강한 삶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다

서울대학교병원 혈관외과 안상현 교수


이번 <건강한 삶+>에서는 안상현 교수님과 함께 다리 건강에 대해 알아보며 인생의 다리를 잇는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Q. 교수님께서 계시는 혈관외과에서는 어떤 질환을 다루고 있나요?

혈관외과는 외과의 한 분과로 몸속에 있는 머리와 심장을 제외한 모든 혈관을 다루는 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에 있는 혈관은 신경외과, 심장에 있는 혈관은 흉부외과에서 다루고 나머지 혈관과 관련된 병이나 손상은 모두 혈관외과에서 치료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혈관이 막히거나 늘어나는 다음과 같은 질환을 치료합니다(복부대동맥류, 하지 정맥류, 말초 혈관 질환, 심부정맥 혈전증, 혈액투석을 위한 동정맥루, 혈관기형, 경동맥협착, 기타 혈관 이상).


 


Q.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분야가 아님에도 이 일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우연한 끌림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이 일을 하고 싶다’라는 느낌이 오고 몇 날 며칠, 길게는 몇 달을 고민하면서 ‘이 일을 하고 싶을까?’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우연한 끌림에는 아마도 세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째, 손을 많이 사용하는 일을 좋아해서 외과를 선택했는데, 특히 혈관외과는 섬세한 기술을 요구하고 있어서 저에게는 매력적인 분야로 다가왔습니다.

둘째, 혈관외과는 의사나 의과대학생에게도 낯선 학문의 영역이고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게 될 거라는 도전 정신과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일을 선택하려고 했던 당시에 만났던 스승님이 계시는데, 그분께 이 일을 꼭 배우고 싶다는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습니다.



 


Q. 동아약보 7월호 주제인 ‘다리’와 관련된 질환이 많이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질환을 주로 다루시나요?

흔히 다리가 불편하면 정형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을 가게 됩니다. 그만큼 다리가 아픈 병은 광범위하죠. 기본적으로 다리가 불편한 건 근골격계에서 오는 병이고요. 근육이 뭉치거나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프거나 반복적인 작업으로 다리 근육에서 오는 통증이 많습니다. 그다음으로 척추에서 오는 척추관협착증이나 디스크로 다리가 불편한 증상도 있죠. 다리 자체에 있는 말초 신경에 문제가 생겨서 다리가 시리거나 저린 증상을 보이는 분들도 있습니다. 혈관에 문제가 있어 다리의 통증이 생기는 병은 하지 정맥류와 말초 혈관 질환이 있습니다.

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지면 혈액이 잘 순환되지 않아 200~300m만 걸어도 다리가 땅기거나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 정맥류는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온 혈관, 즉 정맥이 늘어나는 병을 말하고요, 만성 정맥부전이라고 총칭합니다. 하지정맥에 역류가 있으면 정맥 내에 압력이 높아져 무거움, 쥐가 남, 부종, 가려움 등이 발생합니다.


 


Q. 하지 정맥류를 예방하기 위해 압박 스타킹 착용을 권하기도 합니다. 압박 스타킹의 종류로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떻게 착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압박 스타킹은 늘어난 혈관을 수축시키기 위해 밖에서 인위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크게 무릎형과 허벅지형이 있어요. 압박 강도가 1단계, 2단계, 3단계로 단계가 높을수록 압박이 강하기 때문에 효과는 좋으나 불편합니다. 따라서 개인의 상태에 따라 필요에 맞게 압박 스타킹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래 서서 일하는 분들은 다리가 무거워져서 압박 스타킹을 예방용으로 착용하기도 하고, 하지 정맥류가 있는 사람 중에서 수술을 하지 않고 압박 스타킹을 착용해서 증상을 완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적절한 것은 허벅지형 압박 스타킹으로 압박 강도가 20~30mmHg 정도가 좋은 편이에요. 다리가 많이 부었다면 30mmHg 이상이 되는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시면 됩니다. 발목부터 있는 스타킹은 발등이 붓기도 해서 긴 양말처럼 생긴 무릎형 스타킹을 권해드립니다. 압박 스타킹을 신다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압박의 강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3~6개월이 지나면 새로운 압박 스타킹으로 교체하셔야 합니다.



 


Q. 교수님께서는 혈관외과에서 오랫동안 일하시면서 수많은 사람과 사건들을 마주하셨을 텐데요. 그동안 교수님께 약이 된 일은 무엇인가요?

제가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부정적인 사건들이 저에게 약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저에게는 모든 부정적인 사건들이 결과적으로 약이 되고 새로운 길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흔히 자기 관리를 하는 방법 중 하나로 감사 일기를 써보라고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감사 일기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써보게 됐어요. 예를 들어 ‘감사합니다’라고 쓰고 이유를 ‘입사 지원한 기업으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아서’, ‘OO병이 생겨서’ 등 부정적인 사건들을 써보는 거예요. 저는 대학 입시에 떨어져 재수, 삼수를 하면서 ‘하루’의 가치를 깊이 배웠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앞서 살았던 ‘하루’들이 성실하지 않았다면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습니다. 결국 대학 입시에서 떨어진 것이 저에겐 약이 된 경험입니다. 그다음으로 육체적인 질병,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느꼈던 고통스러운 경험들, 과거의 내가 했던 일 중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 내면에 깊이 각인됐어요. 이렇게 부정적인 사건에서 비롯된 감사 일기를 쓰다 보면 그 사건이 미래에는 성취를 가져오는 하나의 점이 되어 과거와 연결되는 의미 있는 순간이 찾아와요. 물론 부정적인 일들 중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남아 희망 고문이 되기도 하죠. 그렇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내가 겪었던 사건의 의미를 깨닫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부정적인 경험을 많이 겪고 계시겠지만 이러한 사건들이 언젠가는 의미 있는 사건으로 연결되는 점이 될 거라는 희망을 품으셨으면 좋겠습니다.